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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성소 건립(탈출 25,1-31,18)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07 조회수6,515 추천수0

[탈출기 함께 읽기] “성소 건립”(탈출 25,1-31,18)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계약이 맺어지고,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구체적인 종교적 · 사회적 규정도 받았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함께하심을 체험할 공적인 체계 - 각종 제의, 기물, 상징물, 제의 절차, 성직자, 성소 등 - 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나이 산에서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모세에게 계시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일러 나를 위한 예물을 받아라. 마음에서 우러나와 나에게 바치는 것이면 누구에게서든 예물을 받아라.”(25,2)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성소 건립을 위한 예물을 받으라고 하시면서 두 가지 점을 강조하십니다. 곧 이스라엘 자손 전체가 주님께 예물을 가져와야 하고, 자발적 봉헌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주님께로부터 자유와 생명을 선물 받았기에, 감사의 뜻에서 기쁜 마음으로 자원하여 값진 예물을 바쳐야 하는 것입니다. 예물은 모두 15가지인데, 귀금속 · 옷감 · 가죽 · 나무 · 기름 · 향료 · 보석의 일곱 범주로 나뉩니다. 이어서 주님께서는 “그들이 나를 위하여 성소를 만들게 하여라. 그러면 내가 그들 가운데에 머물겠다.”(25,8)고 말씀하십니다. 이 땅에 세워지는 성소는 지상 나그네인 인간을 위해 세워지는 일시적인 것이라는 한계를 지니지만, 하느님과 통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가 됩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너에게 보여 주는 성막의 모형과 온갖 기물의 모형에 따라 모든 것을 만들어라.”(25,9)라고 말씀하십니다.

 

 

거룩한 지성소에 마련될 성물(25,10-22)

 

하느님께서는 우선 성막 자체보다 그 안에 마련될 기물, 그중에서도 가장 거룩한 지성소에 마련될 성물을 만들라고 이르십니다. 첫 대상이 ‘계약 궤’입니다. 이 궤는 ‘하느님의 궤’(1사무 4,11), ‘거룩한 궤’(2역대 35,3), ‘주님의 계약 궤’(예레 3,16), ‘권능의 궤’(시편 132,8)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대략 길이가 1.25미터, 넓이와 높이가 각각 0.75미터로 된 상자인 이 계약 궤 안에 하느님께서 쓰신 ‘증언판’(25,16.21) 또는 ‘계약의 돌 판’(신명 10,5; 1열왕 8,9)이 보관됩니다. 십계판이 놓인 계약의 궤는 하느님의 현존의 표징이 됩니다. 그리고 순금으로 계약 궤의 덮개인 속죄판과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현존을 지키는 문지기 구실을 하는 커룹들을 속죄판 양쪽 끝에 만들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그곳에서 너를 만나고, 속죄판 위, 곧 증언 궤 위에 있는 두 커룹 사이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위하여 내가 너에게 명령할 모든 것을 일러 주겠다.”(25,22)고 말씀하십니다. 후에 전례 중에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인 이곳은 속죄일에 희생 제물들의 피가 뿌려지는 곳이요, 죄를 용서받는 장소로도 여겨집니다(레위 16,12-15 참조).

 

 

제사상과 등잔대, 그리고 일곱 등잔(25,23-40)

 

주님께서는 제사 빵, 곧 하느님께 봉헌된 빵을 늘 놓아둘 ‘제사상’을 아카시아 나무로 만들라고 말씀하십니다. 또 순금 ‘등잔대와 일곱 등잔’에 대해 주님께서는 “너는 또 순금 등잔대를 만들어라. 그리고 등잔 일곱 개를 만들어 앞쪽을 밝게 비추도록 등잔대 위에 올려놓아라.”(25,31.37)고 말씀하십니다. 등잔대는 성막 안을 비추는 실용성보다 상징성을 더 가집니다. 생명나무를 표상하는 나뭇가지 형태에 빛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집니다. 이곳이 풍요로움과 빛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영원히 현존하시는 곳임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성막(26,1-37)

 

성막과 성막 위에 씌울 천막, 천막 덮개, 성막의 구조물, 휘장에 대해 알려줍니다. 주님께서는 “너는 … 성막을 만들어라.”(26,1)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디에나’ 계신 하느님을 상징하는 성막은 하느님께서 오시어 권능과 계시를 드러내시는 움직이는 성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계시기 위해 성막에 오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뵙고 그분의 백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시나이 산 사건이 그들 가운데 있는 성막을 통해 계속 갱신됩니다. 그런 면에서 성막은 움직이는 시나이 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너는 … 휘장을 만들어라. 천막 어귀를 가리는 막을 만들어라.”(26,31.36)고 말씀하십니다. ‘휘장’과 ‘천막 어귀를 가리는 막’에 의해 성막 내부는 세 공간(지성소, 성소, 뜰)으로 구분됩니다. 지성소, 성소, 뜰은 귀한 재료를 달리 사용하여 거룩함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이것들은 모두 자주와 자홍과 다홍실, 모시실로 만들었는데, 지성소 휘장에는 커룹 무늬를 정교하게 수놓습니다. 휘장으로 거룩한 공간을 나눈 다음 지성소에 있는 계약 궤는 속죄판으로 덮고, 성소의 북쪽에는 제사상을, 남쪽에는 등잔대를 놓습니다.

 

 

제단과 성막 뜰 그리고 등불(27,1-21)

 

주님께서는 “아카시아 나무로 제단을 만들어라.”(27,1)라고 말씀하십니다. 뜰에 놓이는 유일한 기물인 제단은 정사각형(대략 2.25m×2.25m×1.35m) 모양으로 안은 비어 있습니다. 제단의 네 귀퉁이에는 제단과 한 덩어리로 만든 청동을 입힌 뿔이 있습니다. 제단의 가장 거룩한 곳인 이 뿔들에 희생 제물들의 피를 바릅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너는 성막 뜰을 만들어라.”(27,9)라고 말씀하십니다. 가늘게 짠 아마포로 만든 휘장으로 울타리를 쳐서 뜰을 만들어 세상과 성역을 구분하여 부적절한 이의 접근을 막습니다. 울타리의 높이는 성막 높이의 절반으로 울타리 밖에서 성막을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주님께서는 “등불이 끊임없이 타오르게 하여라.”(27,20)고 말씀하십니다. 최상품의 올리브 기름으로 매일 저녁마다 끊임없이 등잔을 밝혀야 합니다.

 

 

대사제 아론의 옷(28,1-43)

 

하느님과 인간을 중재하는 대사제의 직무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제직을 수행할 때 입는 옷은 일상복과 달리 ‘거룩한 옷’이어야 합니다. 사제의 옷은 그 직무에 권위를 부여하고, 사제 역할을 수행할 능력을 부여하는 임직식 준비의 일환입니다. 아론이 입을 대사제복 중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에폿과 가슴받이입니다. 에폿에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이름을 새긴 마노 보석 두 개를 양쪽 멜빵에 달음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이 대사제와 함께 성막에 들어와 하느님을 경배한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하느님께 이스라엘을 기억시키고자 합니다. 판결 가슴받이는 에폿 위에 걸치는데,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이름을 새긴 갖가지 보석을 달아 대사제의 중재성을 드러냅니다. 이 가슴받이 안에는 판결 도구인 우림과 툼밈을 넣습니다. 우림과 툼밈은 하느님의 뜻을 알아내는 데에 쓰인 물건들인데,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사제가 머리에 쓰는 아마포 쓰개의 이마 쪽에는 ‘주님께 성별된 이’라고 새긴 순금패를 답니다.

 

 

사제 임직식(29,1-35)

 

7일간 거행되는 대사제와 사제들의 임직식은 정화를 위한 목욕, 착복, 기름을 부어 성별하는 것, 여기에 새로운 직무를 시작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제물과 예물을 바치는 제사가 뒤따릅니다. 임직 예식에서는 세 마리 동물(황소 한 마리 - 속죄 제물, 숫양 한 마리 - 번제물, 숫양 한 마리 - 임직식 제사)을 제물로 봉헌합니다. 속죄 제물은 실수로 지은 죄나 부정한 상태로 말미암아 단절된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기능을 합니다. 이 제사에서는 피가 가장 큰 구실을 하는데, 굳기름은 친교 제물에서처럼 제단 위에서 불태우고, 살코기는 일반적으로 사제들의 몫이 됩니다.

 

 

사제의 기본 직무(29,38-46)

 

사제는 날마다 ‘만남의 천막’ 어귀 곧 주님 앞에서 번제를 드려야 합니다. 사제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일 년 된 어린 숫양 한 마리씩을 곡식 예물과 제주(포도주)와 함께 바쳐야 하고, 주님께서는 만남의 천막과 제단,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성별하겠다고 밝히십니다. 또한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 머물려고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신 분임을 그들이 알게 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 머물면서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 나는 주 그들의 하느님이다.”(29,45.46) 만남의 천막과 이집트 탈출 사건과 계약이 하나로 연결됩니다.

 

 

두 가지 성막 기물과 두 가지 재료, 세 가지 정보(30,1-31,17)

 

두 가지 성막 기물 중 ‘분향 제단’은 지성소와 가장 가까운 성소의 중앙에 자리하는데, 성소 기물 중에서 “주님에게 바친 가장 거룩한 것”(30,10)입니다. 그래서 아론은 매일 등을 손질할 때(아침)와 등잔대의 불을 밝힐 때(해거름) 향을 피워야 합니다. 또한 해마다 한 번씩 속죄 제물의 피를 제단의 뿔에 발라 정화시키는 속죄 예식을 거행해야 합니다. 또한 ‘물두멍’은 사제가 만남의 천막에 들어갈 때와 제단으로 나아갈 때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도록 만남의 천막과 제단 사이, 곧 뜰에 마련됩니다. ‘성별 기름’은 두 가지 재료 중에 하나로 액체 몰약과 육계향, 향초, 계피 같은 드물고 값비싼 네 가지 향료를 올리브 기름과 섞어 만듭니다. 성유는 증언 궤, 만남의 천막과 거기에 딸린 각종 기물 그리고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성별하는 데 쓰입니다. 그러면 그 모든 것은 세속과 구분되어 가장 거룩한 것이 되고, 거기에 닿는 것도 모두 거룩하게 됩니다. 또 ‘향료’는 만남의 천막 안 증언 궤 앞에 놓는데, 세 가지 향료(소합향, 나감향, 풍자향)를 순수한 유향과 섞고 소금을 쳐서 만듭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수를 세어 ‘인구 조사’를 실시할 때는 부자든 가난한 이든 사람마다 자기 목숨 값으로 반 세켈을 주님께 바쳐야 합니다. 주님께 바쳐진 이 예물은 만남의 천막 예식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이는 하느님만이 모든 생명의 주인이시며, 또 그분 앞에서는 모든 생명이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각종 물건을 만들 ‘성막 제조 기술자’로 유다 지파 출신 브찰엘(‘하느님의 보호하심 아래’)을 지명하시고, 그 보조자로 단 지파에 속한 오홀리압(‘하느님 아버지는 나의 천막이시다’)을 임명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너희는 나의 안식일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안식일은 나 주님이 너희를 성별하는 이라는 것을 알게 하려고, 나와 너희 사이에 대대로 세운 표징이다. 너희는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너희에게 거룩한 날이다.”(31,13-14)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이 누구신지 알게 하려는 특별한 선물인 ‘안식일’은 할례처럼(창세 17,11)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대대로 세워진 영원한 계약과 표징으로 강조됩니다. 성막이라는 거룩한 공간과 안식일이라는 거룩한 시간을 연결하여서 이스라엘 백성이 영원히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10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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