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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잠언: 저자와 편집 연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6 조회수4,844 추천수3

[김혜윤 수녀의 성서말씀나누기] 잠언 (2) : 저자와 편집 연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속담들이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대표적 지혜가 되었는지 현대의 비평 기술로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검증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오래 전 지혜로운 무명씨(익명의 저자)에 의해 창안된 이 지혜가 그 기발한 발상과 인상적 메시지 때문에 여러 사람에 의해 회자되기 시작되었고, 조금씩 다듬어지며(즉, 첨가, 삭제, 수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문장은 더욱 탁월한 세련미를 띄게 되었고, 급기야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까지도 그 천재적 「말빨」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 여전한 권위를 갖춘 채 그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일 것이다.

 

위의 속담들을 모르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거나 간첩일 것이고, 더욱이 이 문장들을 모르면 대한민국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여러 말 필요 없이, 단 한 개의 문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할 때, 이러한 전통적 속담보다 요긴하게 쓰이는 첨단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잠언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주에는 저자와 그 편집과정에 대하여 공부하기로 한다.

 

 

저자

 

성서 잠언 표제(1, 1)와 1열왕 5, 12에서 『솔로몬의 잠언들』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잠언의 저자를 솔로몬으로 쉽게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스라엘 전통 안에서 솔로몬은 언제나 지혜로운 인물의 대명사로 불려 왔고, 지혜 운동(movement)을 적극 장려한 왕으로 유명하기에, 이 표제는 그러한 전통적 의식의 산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잠언의 일부, 혹은 핵심부분만을 솔로몬 궁정에서 저술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서 잠언의 진정한 저자는 누구인가? 지난주에 언급한 바 있지만 성서 잠언은 여러 잠언집들의 모음(collection)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특수성을 반추해 본다면 자연스럽게 이 작품은 여러 저자들의 작품이라는 점이 유추된다. 잠언 자체도 이미 여러 저자를 명시하고 있다. 다윗의 아들, 이스라엘왕 솔로몬(1, 1); 히즈키야가 사람들을 시켜 베낀 것(25, 1); 마싸 사람 야케의 아들 아굴의 말(30, 1); 마싸 왕 그무엘이 그의 어머니에게서 배운 교훈(31, 1)등이 그 흔적이다. 24, 22에는 『이것도 현자들의 말씀』이라는 소제목이 있는데 이는 그 이전에 제시되었던 언급들도 익명의 현자들에 의해 제시된 말이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22, 20에도 『나는 너에게 서른 가지 잠언을 써 주지 않았느냐?』라는 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서른 개의 잠언」이 이미 독립적으로 존재했음을 제시한다.

 

이상의 흔적들만 봐도, 성서 잠언은 수백 개의 가르침들을 몇 개의 덩어리로 모아놓은 수집물이라는 것과, 따라서 이들의 저자 혹은 출처를 다 명시하기는 불가능한 것임이 드러난다. 여러 저자들과 이스라엘의 소중했던 전통들의 결합이 곧 잠언인 것이다.

 

 

편집연대

 

여러 저자들에 의한, 그리고 오랜 기간 전달되어온 말씀들의 결합이기에 그 편집 과정을 추적한다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복잡한 가설과 논쟁이 지금도 분분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가장 타당한 입장만을 요약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학자들은 잠언이 기원전 10세기부터 유배 이후인 4세기경까지 각 시기의 필요성과 요구에 의해 기록되고 편집된 문헌이라고 보고 있다. 10세기라면 다윗에 의해 이스라엘이 평정되고 솔로몬에 의해 거시적 문예 진흥 정책이 시행되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 외국의 여러 지혜문학 작품들이 도입되고 이에 영향을 받은 이스라엘은 자기 고유의 잠언들에 대한 제작 편집 작업에 착수하였으리라고 보고있다. 그리고 히즈키야 왕 시대에 잠언의 핵심부분인 25~29장이 완성되었을 것으로 보는데, 당시의 시대적 요구와 스타일, 의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 개의 부록인 30장과 31장 1~9절이 첨가되고, 유배 이후 10~24장이 다시 첨가된다. 이 책 전체에 대한 서론격인 1~9장은 마지막에 첨가되는데, 이 때가 기원전 4세기 경인 것으로 보여진다. 유배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의 국가적-민족적 정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들이 잘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문학장르들 중에서 잠언만큼 특화된 장르도 없을 것 같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문장에 대하여 저자도 제작 연대도 알 수 없지만, 그 표현 안에는 그 어떤 지식보다 강한 전문성과 진중함이 절대적 진리로 빛을 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톨릭신문, 2004년 2월 15일,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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