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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시편 톺아보기: 시편 6편, 다윗의 반전드라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14 조회수2,016 추천수0

[시편 톺아보기] 시편 6편, 다윗의 반전드라마

 

 

영화나 드라마에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법 중 하나로 ‘반전’이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얽히고설킨 복선 위에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반전기법으로 한결 흥미롭고 심장을 쫄깃하게 합니다. ‘반전’의 사전적 의미는 ‘일의 형세가 뒤바뀜’입니다. 속되게 표현하자면 ‘다양한 헛다리를 짚도록 하는 것’, ‘뒤통수를 치는 것’ 등으로 뒤집고 뒤집어서 허를 찌르는 것이지요. 이처럼 반전은 뻔한 스토리라고 생각하던 것에 허가 찔려 전혀 색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이기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이야기에 큰 몰입감을 가져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이런 반전을 ‘배반당하는 재미’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시편 6편에도 ‘반전’이라는 극적요소가 있습니다. 비록 구원받았음에 대한 뚜렷한 표현은 없으나 시인이 보이는 태도와 고백에는 명백하고도 극적인 심리적 변화가 나타납니다. 구원에 대한 시인의 강한 확신이 그토록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인은 하느님의 침묵이 하느님의 부재가 아니라 어쩌면 하느님의 실재라는 반전의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편 6편의 머리말에는 ‘음악기호’에 대한 정보도 있습니다. 음악기호는 하느님의 말씀을 운율에 맞추어 기도하라는 지시어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음악 기호는 시편 4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히브리인들은 시편을 그냥 읽기보다는 멜로디를 입혀 노래처럼 읊조리듯 불렀던 듯합니다. 시어로 표현된 마음속 감동의 울림과 파동을 리듬과 멜로디로 부르도록 인도한 것이지요. 하지만 시편 6편에 나타나는 독특한 음악적 기호, 즉 ‘현악기와 더불어 제8도로 노래하라.’는 지시어는 안타깝게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추측 하건대 시편 6편이 초대 교회 때부터 일곱 참회 시편(6; 34; 38; 51; 102; 130; 143편) 중 하나였으므로 아마도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악상기호가 아닐까 합니다. 시편 6편에는 그 어디에도 저자가 죄와 참회를 표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 시기의 재의 수요일에 이 시편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시가 거의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듯한 고통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시편은 노래에 일가견이 있는 다윗의 자작곡입니다. 탄식의 노래로 분류된 시이기는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단순히 쏟아내기보다는 찬양의 노래라는 맥락에서 하느님께 자신의 간청을 표현합니다.

시편의 첫 구절은 이러한 시선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다윗이 ‘주님’을 세 번이나 부르며 자신의 기도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주님, 징벌하지 마소서.(2절)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3절)

주님, 저를 고쳐 주소서.(3절) …

 

이렇게 동일한 단어를 반복 사용한 것은 자신의 처지나 감정을 더욱 명백하게 드러내려는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이처럼 간절히 하느님께 알리고 싶어한 다윗은 그저 눈물로 침상을 적시기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좌절과 절망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뼈가 떨리는 고통 가운데에서 탄식으로 기진하고 울음 가득한 고백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구원의 확신이 가득찬 음색으로 반전이 됩니다. 다윗이 원수에 대한 고발이나 저주를 하는 대신 하느님을 향한 오롯한 신뢰를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다윗에게는 절망적 시련으로 가득한 현주소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다윗의 마음이었습니다. 이러한 반전은 시의 내적인 역동성을 나타내는 것뿐 만 아니라 기도를 드리는 다윗의 영적인 진일보를 보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당장에 변화된 현실은 없으나 다윗의 마음은 앞으로 일어날 희망찬 사건을 믿음으로써 이미 이 일들이 일어난 것처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믿음이 현실을 앞서가면서 믿음으로 미래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다윗이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회복하자 상황은 역전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다윗의 믿음이 쓰는 반전의 드라마입니다. 시련 속에서 세 번이나 주님을 부르며 기도를 시작한 다윗은 시편을 마치면서 역시 주님의 이름을 세 번 부릅니다. 이 얼마나 확신에 찬 고백입니까!

 

주님께서 … 듣고 계신다.(9절)

주님께서 … 들어 주신다.(10절)

주님께서 … 받아들이신다.(10절)

 

하느님은 울부짖음을 들으시는 분이시며 인간의 삶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길 원하시는 분이십니다. 믿음이 우리 안에 있는 불안을 압도할 때 그것은 신앙의 삶이 됩니다. 현재의 고통을 견뎌내며 미래를 밝게 내다보는 것, 자신이 맞닥뜨린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시련을 디딤돌로 만들어 반전 드라마를 일구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역전의 용사 다윗이 우리에게 보여준 본 보기입니다. 우리가 열연하고 있는 신앙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믿음의 힘으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거듭 나시길 빕니다.

 

[월간빛, 2022년 3월호, 임미숙 엘렉타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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