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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인물 이야기: 기드온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12 조회수2,477 추천수0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기드온 (1)

 

 

판관 기드온이 등장했을 때는 이스라엘이 미디안 민족의 억압을 받고 있던 시기입니다. 미디안족은 가나안 동쪽의 메소포타미아와 서쪽의 이집트를 오가며 무역을 주로 하던 민족으로 이스라엘의 식량과 가축을 약탈했습니다.(판관 6,3-4) 이 약탈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들이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오갈 때마다 이스라엘 백성의 주거지에 들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기드온의 이름은 ‘부수다’라는 뜻입니다. 그 이름대로 기드온은 하느님의 망치가 되어 이스라엘 백성을 홀리는 우상을 부수고 그들을 억압하는 적을 부수었습니다. 그런데 기드온의 첫 모습은 실망스럽습니다.

 

기드온이 미디안족의 약탈을 피해 평지에 있는 타작마당이 아니라 언덕 위에 있는 포도확에서 밀을 몰래 떨고 있는데, 향엽 나무 아래에서 천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향엽 나무는 히브리어로 ‘엘라’인데, 이름 안에 하느님을 뜻하는 ‘엘’이 들어 있어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니 향엽 나무는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기에 적절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기드온은 판관으로 부르시는 하느님께 즉각 응답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불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불행을 생각하면 기드온의 불신이 이해도 됩니다: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다면, 어째서 저희가 이 모든 일을 겪고 있단 말입니까?”(판관 6,13) 오늘날 고통 중에 있는 많은 신앙인이 던지는 질문과 같은 것이죠. 그래서 기드온의 집안은 자신들을 버린 것처럼 보이는 하느님을 섬기는 대신 우상숭배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바알의 제단과 아세라의 목상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알려줍니다.(판관 6,25)

 

기드온은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무려 3번이나 표징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지독한 불신에 사로잡힌 그를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사실 그의 불신은 하느님 탓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탓인데도 말입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그들을 일곱 해 동안 미디안족의 손에 넘겨 버리셨다.(판관 6,1)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불이 고기와 빵을 태우는 표징(판관 6,21), 땅 위에 놓아둔 양털 뭉치에만 이슬이 내리는 표징(판관 6,38), 반대로 양털 뭉치에만 이슬이 내리지 않는 표징(판관 6,40)을 보여 주십니다. 이 표징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기드온은 하느님을 믿게 되어 판관의 사명을 받아들입니다. [2022년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가톨릭안동 3면,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기드온 (2)

 

 

기드온이 미디안족에 맞서 싸울 군사를 모집하자 32,000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그 중에 22,000명을 돌려보내게 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10,000명도 많다시며 무릎 꿇고 물에 입을 대고 마시는 사람들을 또 돌려보내고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시는 300명만 남기게 하십니다. 얼핏보면 후자가 더 나은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손바닥에서 줄줄 새는 물을 ‘개가 핥듯이’(판관 7,5) 마시는 사람들은 한참 모자란 사람들이죠. 게다가 135,000명이나 되는 ‘수많은 메뚜기 떼’(판관 7,12)와 같은 미디안 군대를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당신을 불신하는 백성에게 권능을 드러내시어 믿음을 회복시키려는 하느님의 조치입니다. 전쟁의 도구가 칼과 활이 아닌 점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단지 단지를 깨뜨리고 나팔을 불며 횃불을 흔들었을 뿐인데 미디안 군대가 자멸하고 맙니다. 그러니 이것은 하느님의 전쟁이며, 그 승리 또한 오롯이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미디안족을 상대로 거둔 승리가 전적으로 하느님 덕분임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드온에게 공을 돌려 그를 왕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에 기드온은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분은 하느님이시라고 대답합니다. 아주 훌륭한 대답처럼 들리죠. 그런데 기드온의 속마음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기드온은 백성에게서 전리품 가운데 금 천칠백 세켈(17㎏)을 받습니다. 백성에게서 전리품을 거두어들이고 여러 아내와 첩을 두어 많은 아들(70명)을 낳는 그의 행동은 고대 근동 왕들의 것을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아들의 이름을 아비멜렉이라고 지었는데, 그 뜻은 ‘나의 아버지는 왕’입니다. 누구를 가리키는지 아시겠죠?

 

그리고 미디안 왕들의 옷과 장신구로 에폿을 만들어 자기 성읍에 둡니다. 그랬더니 온 이스라엘이 그곳에서 에폿을 우상처럼 숭배하며 성적으로 타락하게 됩니다.(판관 8,27) 에폿은 대사제의 복장입니다. 그런데 레위 지파가 아니라 므나쎄 지파 출신인 기드온은 사제가 될 자격이 없었습니다. 사제의 자격이 없는 자가 사제 노릇을 하려는 욕심을 부렸으니 당연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겠지요.

 

이렇게 본다면 기드온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유례없이 스스로 왕이자 사제가 되고자 했던 인물입니다. 하느님의 단단한 망치가 되어 그분과 이스라엘의 원수들을 부수었으나, 백성들의 환호 속에서 그만 교만의 늪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위대한 성경 인물들이 교만의 벽을 넘지 못하는지요. [2022년 2월 20일 연중 제7주일 가톨릭안동 3면,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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