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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5: 갈라티아 공동체의 문제 – 할례, 율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02 조회수1,868 추천수0

바오로가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5) 갈라티아 공동체의 문제 – 할례, 율법

 

 

갈라티아 공동체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대립법(Antithesis)이라는 수사학적 기법을 이해해야 합니다. 대립법이란 두 사물을 구분하여 양립 불가능함을 표현하는 기술입니다. 가령, 호리바 마사오의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 제목은 세상 사람을 두 부류로 구분 지어 대립시킵니다. 책을 처음 집어 든 이들이 제목을 읽고, 일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마음을 갖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책 제목에 사용된 수사법이 바로 대립법입니다. 바오로도 이러한 수사법을 사용하여 갈라티아인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갈라 5장에서 바오로는 갈라티아인들에게 말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할례를 받는다면 그리스도는 여러분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5,2); “율법으로 의롭게 되려는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와 인연이 끊겼습니다”(5,4). 바오로는 할례 · 율법 문제를 독자적으로 다루지 않고, 그것들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할례와 율법을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립시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갈라티아인들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할례를 통한 율법 준수의 삶이 병행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믿어 이미 신앙인이 되었습니다(3,26-29).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율법을 지키고자 합니다(4,21; 5,4). 더군다나 선동자들은 갈라티아 공동체에게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강요합니다(6,12-13). 이에 갈라티아인들은 필요함을 느껴 할례를 공동체 의식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5,2). 할례와 율법 준수가 이미 시작한 그리스도인의 삶과 양립할 수 있다는 확신이 갈라티아인들의 마음에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바오로가 갈라티아인들의 이러한 확신을 지적하는 데에는 할례 · 율법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율법은 하느님의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이해시켜 줍니다. 바오로도 복음을 선포하는 데에 율법을 인용하고 있습니다(3,6-14; 4,21-31; 5,14 참조). 그럼에도 바오로가 그리스도인의 삶과 할례를 통한 율법 준수의 삶이 병행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갈라티아인들이 외적 규정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례와 율법만이 믿음의 삶을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에 따르는 믿음의 순수함을 잃어 버렸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오로는 그리스도인의 삶과 할례 · 율법을 따르는 삶이 병행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2021년 11월 14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광주주보 빛고을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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