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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모세가 세상을 떠나다(민수기 25장~신명기 34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26 조회수2,110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모세가 세상을 떠나다(민수기 25장~신명기 34장)

 

 

이집트를 떠나 광야를 거쳐서 이곳 모압 평원에 이르기까지의 긴 순례 여정을 우리는 모세와 함께하였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와 작별을 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할 일을 모두 마친 모세는 주님의 명령으로 아바림 산에 오릅니다(민수 27,12). 신명 34,1에서는 이 장소를 느보 산 피스가 꼭대기라고 합니다. 느보 산은 현재 요르단 왕국에 속한 지역으로 이 산의 높이는 835미터이며, 비잔틴 시대 때 세워진 모세의 기념 성당과 이탈리아의 조각가 지오반니 판토니가 제작한 유명한 구리 뱀 십자가가 그곳에서 구약을 품은 신약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이 산에 오르면 사해 바다와 그 건너편의 가나안 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저 땅으로 건너가고 싶은 모세의 간절한 심정을 아셨는지 그가 므리밧 카데스에서 물로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라는 명령을 거역하였기 때문에 그 소망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민수 27,14). 그러자 모세는 자신을 대신할 지도자를 세워주시기를 하느님께 청하였고, 하느님께서는 눈의 아들 여호수아를 지명하셨습니다. 모세는 백성이 보는 앞에서 안수 예식을 통해 그를 후계자로 세웁니다.

 

마지막으로 모세는 주님께서 명하신 대로(민수 25,17-18 참조) 미디안족과의 전쟁을 치릅니다(민수 31장). 그들은 미디안의 모든 남자와 다섯 임금과 발라암을 죽이고, 남자를 모르는 여자아이들과 어린이들, 짐승을 전리품으로 차지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등장하는 발라암은 이스라엘이 프오르에서 주님을 배신하게 된 원인이 된 인물로 그려집니다(민수 31,16 참조).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발라암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는 여기에서 유래된 듯합니다(2베드 2,15-16; 유다 11절). 민수기 22-24장에서 발라암은 아람의 주술사로서 주님을 공경하고, 그분께서 하신 말씀만을 전하는 예언자로 소개되지만, 성경의 다른 전승에서는 이스라엘을 오류에 빠트리는 인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한편 미디안과의 전쟁이 끝난 후 르우벤과 가드, 므나쎄 반쪽 지파는 모세에게 요르단강 동쪽 지역에 정착할 허락을 청합니다. 그들은 가나안 땅 정복에 동참한다는 조건으로 요르단강 동편의 땅을 분배 받았습니다(민수 32장).

 

모세의 죽음은 민수기가 아니라 신명기의 마지막 장에서 보도됩니다. 신명기는 모세가 모압 평원에서 죽기 전날 단 하루 동안 이스라엘 백성에게 들려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명기의 도입부인 1,1-3은 사십 년째 되는 해 열한째 달 초하룻날에 요르단 건너편 아라바에 있는 광야에서 모세가 이 말을 하였다고 말하고, 신명기의 마지막 부분인 34,5에서는 모세가 같은 날 모든 말을 마친 후에 모압 땅에서 죽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신명기에는 모세가 한 세 개의 연설이 들어 있는데, 모세는 이 연설을 통해 시나이 산에서 모압 평원까지 오게 된 과정들을 회고하고, 십계명과 시나이 산에서 받은 율법을 설명해 주며, 하느님께 충실할 것을 거듭 당부합니다. 모세는 이 연설을 모두 마친 후에 이스라엘 자손들을 축복하고(신명 33장), 세상을 떠납니다. 그때 그의 나이는 120세였습니다. 그는 모압 땅 벳 프오르 맞은쪽 골짜기에 묻혔다고 하는데, 아무도 그의 무덤을 알지 못합니다.

 

이제 모세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후계자인 여호수아는 모세를 대신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여호수아는 지혜의 영으로 가득 찬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가 어떤 지도력을 펼치게 될지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명기의 저자는 모세와 같은 예언자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는 주님께서 얼굴을 마주 보고 사귀시던 사람이었다는 말을 덧붙입니다(신명 34,9). 이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모세가 지닌 독보적인 위치를 강조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모세와 함께했던 여러분의 순례는 어떠셨습니까?

 

[2022년 6월 26일(다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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