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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솔로몬(2열왕 1-2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26 조회수2,260 추천수0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솔로몬(2열왕 1-2장)

 

 

이스라엘 최고의 현인이며 지혜문학의 독보적 표상인 솔로몬 임금(기원전 970~933년 통치)은 하느님의 ‘말씀’이요 ‘지혜’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입니다(마태 1,6). 구약의 솔로몬과 신약의 예수님이 만나는 중요한 대목 중 하나는 예언자 나탄을 통해 다윗에게 주어진 신탁(神託)인데요(2사무 7,4-17), 하느님께서는 다윗에게서 난 자손이 성전을 지을 것이고 그가 당신의 아들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시면서, 다윗 왕조의 정통성과 영속성을 보증해 주셨습니다. 이 약속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성전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하고 왕국에 번영을 가져옴으로써 성취된 듯했지만, 이후 유다 왕국이 바빌론에게 무너지자 이 ‘다윗 계약’에 대한 희망은 ‘메시아 대망 사상’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온전히 실현되었습니다.

 

솔로몬의 지혜는 동방 모든 이의 지혜와 이집트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났고, 온 세상의 현자들이 그의 지혜를 들으러 찾아올 정도였습니다(1열왕 5,10-14). 또한 솔로몬은 평화(‘샬롬’)를 뜻하는 자기 이름처럼(히브리어 ‘셸로모’), 다윗 왕실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왕국에 안정과 풍요를 가져왔지요. 사실 다윗의 왕자들 가운데 왕위 승계 순으로나 능력 면에서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솔로몬이 이토록 탁월한 군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겸손한 청원 기도 덕분이었습니다. “주 저의 하느님, 저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아서 백성을 이끄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 그러니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1열왕 3,7-9). 갓 즉위한 솔로몬은 근동의 여느 임금들처럼 부와 권력, 긴 수명이나 원수들의 목숨을 청하지 않고, 오직 “듣는 마음” 그 하나만을 하느님께 청했습니다. “마음”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렙’은 심장을 뜻하는데, 고대 이스라엘인들에게 심장은 감정과 기억과 지혜가 작용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즉 “듣는 마음”을 청한 솔로몬의 기도는, 임금으로서 누릴 영광과 부요함 속에서도 늘 자신의 모든 이성과 감정과 의지를 다해 오직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겠다는 굳은 다짐이었던 게지요.

 

그러나 첫 다짐과는 달리 노년의 솔로몬은 자만과 방종에 빠져들었고, 이는 왕국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습니다(1열왕 11장). 그가 막대한 부와 군사력을 갖추고 수많은 이방 여인들과의 정략결혼으로 정치적 안정을 도모했던 일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위업으로 보이지만(1열왕 10,14-11,3), 사실 그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과 정반대였습니다(신명 17,14-20; 1열왕 11,4-13.33). 자기 능력과 소유에 기댄 솔로몬의 영광을, 예수님께서는 ‘길가에 핀 들꽃 하나만도 못한 부질없는 것’(마태 6,29)이라 하셨지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개하는 죄인 다윗은 성인이 되었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마음이 돌아선 솔로몬은 타락하여 그렇지 못하였다.’고 하시며, 솔로몬의 문제는 ‘마음의 나약함’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2018년 2월 8일 강론 中). ‘마음의 나약함’은 자신도 모르게 아주 서서히 빠져드는 유혹으로, ‘범하고 나면 즉각 인지되는 여느 죄들’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이라 하셨지요. 하느님 안에 굳건히 서 있다가도 어느 순간 슬금슬금 탐욕과 나태함과 자기만족에 빠져 그분에게서 조금씩 멀어지는 그 ‘나약한 마음’을 항상 깨어 경계합시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향한 굳은 마음을 지키고 신앙의 아름다움과 기쁨 안에 머무는 그 행복에 더 깊이 맛들여가길 기원합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 주님,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십시오”(1열왕 3,5-9).

 

[2022년 6월 26일(다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대구주보 3면, 강수원 베드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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