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고 힘나는 신앙 -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3)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
새 복음화, 강론 · 선교 등에 적용돼야 할 시대적 요청
약장수 같은 신부?
지난해(2012) 성탄절에 TV조선 ‘판’에 출연했다. 성탄절 특집이라기에 왠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 낚이듯 응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대담에 임하고 보니 질문은 오히려 대선 이후 전개되고 있는 여러 갈등 국면에 관한 것들이 주류를 이뤘다. 종반부에 가서야 신앙 관련 물음이 던져졌다. 여성 진행자가 물었다.
“나는 잠깐 교회에 가본 적이 있는데, 교인들이 가족들을 위해 이것 달라 저것 달라 하는 것이 옳지 않는 것 같아서 지금은 무종교인으로 삽니다. 그렇게 기도해도 되는 건가요?”
“그럼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가장 가까운 이웃이 누굽니까? 바로 가족입니다.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것을 청하는 것은 사랑의 행위입니다. 그러니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그런 기도가 남들을 위해서도 열려있어야 한다는 거죠. 닫혀있는 것이 문제지 그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면, 저 같이 신앙이 없는 사람이 기도해도 들어줍니까?”
“그럴 땐, 일단 시한부 기도를 바쳐보세요. ‘제가 1년만 기도해 보겠습니다. 그 기간 안에 당신이 계시다는 걸 어떤 식으로든 알게 해 주세요. 아니면 안 계신 줄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이예요. 성경에는 이런 기도 바쳐서 하느님 만난 분들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 말에 남성 진행자가 거들었다.
“하하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안 될 이유가 없지요. 문제는 신에 대한 우리들의 선입견입니다. 왜 ‘우상을 섬기지 말라’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우상이란 다른 것이 아니고 인간이 하느님에 관해 만들어 놓은 ‘개념’을 말하는 거예요. ‘하느님은 이런 분이다. 하느님은 저런 분이다’ 하는 식으로 말이예요. 하느님은 그 개념을 초월하는 분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선, 최고의 자유, 최고의 용서, 이런 모든 것들 보다 훨씬 더 크신 분이 하느님이시란 말인거죠….”
한 참 열변을 토했더니 이윽고 여성 진행자가 수긍하는 눈치였다.
“신부님 말씀 듣다보니 꼭 ‘약장수’ 같으신데, 오히려 훨씬 와 닿습니다. 설득력이 있어요….”
“아, 정말 ‘약장수’ 같은가요. 그렇다면 영광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약장수 소리를 들으셨으니까요. 저잣거리에서 신나게 복음을 전하시다가 율법학자, 바리사이들한테 돌멩이 맞으셨잖아요.”
뒷말이지만, 이 여성 진행자는 열성 시청자들로부터 욕 꽤나 들었다. 앞뒤 상황을 몰랐던 이들로부터 억울하게 뒤집어 쓴 날벼락이었다. 사실을 밝히자면, 이 ‘약장수’ 표현은 5년 전쯤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일종의 질문기제로 던졌던 것을 내가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승화시켰던 별칭이다. 이 여성 진행자는 그 내용을 기사에서 읽고서 나를 칭찬하기 위한 상징어로 써 먹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이를 어쩔까.
지금은 새복음화 시대
지난 번 얘기에서 비밀숫자 1011에 대해 언급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가톨릭 교회 교리서, 신앙의 해를 한 줄로 꿰는 숫자가 1011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1011이 담지하고 있는 핵심 정신은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것을 ‘새로운 복음화’(nova evangelizatio)라 부를 것을 권했다.
이 표현은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서 처음 등장한 이후 오늘날까지 두 교황의 최대 관심사요 강조점으로 거듭 언급되고 있다.
‘새로운 복음화’란 내용적으로는 동일한 복음화의 개념을 포함하지만, 접근법에서는 급변하는 새로운 상황과 조건에 부합하는 ‘새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 새로움이란 다름 아닌 새시대의 사조와 트렌드에 먹히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새로운 복음화는 특히 강론, 복음선교, 교리교육 등에 적용되어야 할 시대적 요청이다. 세간에서 모 대기업 회장이 말했다 해서 유명해진 “마누리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이 있거니와, 교회에서도 이제는 성경만 빼고 다 바뀌어야 할 판인 것이다.
내가 ‘약장수’ 별칭을 마다하지 않는 까닭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나는 복음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합니다.”(1코린 9,23)
* 차동엽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사목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13일,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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