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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5: 사도들의 상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27 조회수2,060 추천수0
[신나고 힘나는 신앙 -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5) 사도들의 상징(Symbolum Apostolorum)

사도신경에 보이지 않는 무한한 가치 담겨 있어


■ 그리스도교 보물 2호

한 스승이 제자에게 수석 한 개를 쥐어 주면서 시장을 돌고 오도록 명했다. 팔지는 말고 값만 물어보고 오라고 시켰다. 야채 가게에 가서 물었더니 “배추 3포기로 쳐 주마”고 했다. 정육점엘 들렀더니 “돼지고기 1근!” 했다. 보석상엘 들렀더니 “여기 있는 모든 보석들과 맞바꾸자!”고 했다. 제자가 스승에게 그간의 일을 보고하자, 스승이 갈무리하였다.

“그 돌 속에는 보석이 박혀있어서 실로 보물로 불러도 무방하지. 하지만 그것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물인 게야! 알겠느냐?”

내가 즐겨 보는 TV 프로 가운데 하나가 ‘진품명품’이다. 유명인들이 출연하여 이상하고 요상한 골동품들을 나름대로 감별하면서 재미삼아 값을 매겨보는 것을 볼거리 장치로 설정한 프로다. 재미의 극치는 전문가들이 감정을 하고 그 역사적 배경과 가치를 설명해 주는 대목에 있다. 그 순간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청자 하나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기도 하고, 근사해 보이던 백자의 가치가 곤두박질하곤 한다. 아무리 진품명품이라도 모르고 보면 한낱 고물이 되지만, 비록 고물로 보여도 알고 보면 귀한 보물이 될 수 있는 법!

사도신경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물이다. 성경이 보물 1호라고 한다면 사도신경은 보물 2호에 해당한다. 사도들과 이후 순교자들은 사도신경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그럼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사도신경의 진가를 모르는 이들에게 사도신경은 한낱 그리스도인의 중얼거림 정도로만 보일 것이다. 그들도 열린 마음으로 배워서 알게 되면 그 가치를 보게 될까? 막연한 기대감으로 그 가치탐구에 들어가 보자.


■ 사도신경 프로필

우리말로 사도신경(使徒信經)이라 부르는 것을 라틴어로는 ‘크레도’(Credo), 또는 ‘심볼룸 아포스톨로룸’(Symbolum Apostolorum)이라 이름한다.

‘크레도’라고 부르는 것은 사도신경의 라틴어 본문 첫 단어가 바로 ‘나는 믿나이다’를 뜻하는 동사 ‘크레도’(credo)이기 때문이다. 이는 문헌 이름을 그것의 첫 단어로 부르는 관례에서 왔다.

‘심볼룸 아포스톨로룸’은 ‘사도들의 상징’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심볼룸’(Symbolum)은 영어로 ‘상징’을 뜻하는 단어 ‘심볼’(symbol)에 해당한다. 영어 단어들이 대체로 라틴어에서 온 것이 많으니 심볼룸이 뿌리격인 셈이다.

그런데 왜 ‘사도들의 상징’이라 불렀을까? 먼저 ‘사도들의’라는 말의 의미가 궁금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도들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슴 뛰는 얘기다. 사도들이 외운 것을 우리가 물려받아 그대로 외우다니! 이 얼마나 감동스런 연대감인가!

‘사도들의 상징’이라는 표현은 이 신경이 열두 사도에 의하여 공동으로 작성되었다는 전설이 퍼져 있던 4세기 말경에 나타난다. 400년경 로마의 신학자 루피노의 진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들은, 흩어지기 전에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받아들일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가르침을 가르치는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떠나기 전에 마땅히 해야 할 설교에 대한 어떤 규범을 공통적으로 설정했습니다. 따라서 성령으로 충만하여 모든 사도들이 다시 모인 상태에서 그들은, 그들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공통적인 것으로 만들고 그러한 것이 믿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신앙규범이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이 앞으로 할 설교에 대한 이러한 짧은 개요를 작성했습니다.”

열두 명이 함께 떼 지어 다녔던 사도들이 이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뿔뿔이 흩어져야 할 때가 되자, 사도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똑같은 신앙을 전해야 하는데, 뭔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르고 핵심이 다르면 안 되지 않은가. 누구든지 똑같은 교리서를 가지고 신앙을 가르치자” 하여 머리를 맞대고 최소한의 규범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오랜 전승과정을 거쳐 7세기에 와서,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사도신경의 표준문이 작성되어, 로마를 제외한 다른 서방교회에서 ‘예비자 교리 지침서’로 사용되기에 이른다. 이것이 교황 인노첸시오 3세에 의해 비로소 서방교회의 ‘공식 신경’으로 인정되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도 사도신경은 모든 서방교회에서 세례 의식에 사용되고 있으며 주일미사 때마다 신자들은 이 신경을 외움으로써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 왜 상징이라 했나?

앞에서 미처 답변되지 못한 또 하나의 물음! 왜 상징이라 했나? 연인으로부터 장미꽃 한 송이를 받았다 치자. 그 순간부터 그 장미꽃은 그냥 꽃시장에 있는 몇 천 원짜리 장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랑의 ‘상징’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장미를 선물 받은 사람에게는 이제 장미꽃만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그 무엇, 그것을 마음의 눈으로 음미하게 되는 것이다.

사도신경을 ‘상징’이라 부른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사도신경에는 보이지 않는 무진장한 가치가 담겨있으되, 그것을 미처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기에 ‘상징’이라 부른 것이다.

이 ‘상징’을 어렴풋이 알아듣는다면, 누구도 성 아우구스티노가 사도신경에 관하여 당시 예비자들에게 행한 설교가 천오백 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쿵쾅쿵쾅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이 신조는 짧은 개요를 통하여 표현된 여러분의 신앙에 관한 규범입니다. 기억하는 데 어려움 없도록, 성령께서는 여러분들을 가르치십니다. 적은 말들이지만 이를 통하여 표현되어야 하는 신앙을 위하여 커다란 선익을 얻게 됩니다. 나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적은 말들이 얼마나 풍부합니까! 그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아버지이십니다. 능력있는 하느님이시고 선하신 아버지이십니다. 주님께서 아버지를 찾는 것처럼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행복한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을 믿읍시다. 그리고 그분의 자비하심으로 모든 것을 희망합시다. 왜냐하면 그분은 전능하시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그분은 나의 죄들을 사하시지 못하신다’라고 말하지 맙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그분은 전능하십니다. 이러한 신앙이 여러분들의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 그리고 신앙을 이해하는 데 도달하도록 여러분이 매번 그것을 이해하고 믿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교 신앙입니다. 이것이 보편적인 신앙입니다. 이것이 사도들의 신앙입니다.”

* 차동엽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사목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27일,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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