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민주주의와 선거 들어가면서 우리는 곧 대선을 치르게 된다. 앞으로 우리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축제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 나라가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가 되길 바라며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하여 알아보자. 1. 민주주의란 말의 의미 민주주의는 세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일반적인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어떤 차별 없이 모든 시민에게 봉사하는 국가의 법적 정치적 구조로 인간 본성에 적합한 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제도는 모든 사람의 참여를 통하여 자유를 존중하고 자유를 강화하는 사회체제로써, 올바른 인간 사회를 건설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둘째, 민주주의는 정치적 체제 선택에 있어서 자유를 의미한다. 국가는 국민의 공동선을 위해 존재한다. 국가의 권력인 공권력의 구조와 기능은 각계 정치 공동체의 역사적 상황, 곧 시대에 따라 변하고 국가에 따라 다양한 상황과 관계 있다. 따라서 정치 공동체가 정치체제를 결정하거나(영국과 같은 입헌군주제나 미국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 등) 통치자를 선정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맡겨져 있다. 셋째,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을 의미한다. 여기서 국민주권이란 홉스(Thomas Hobbes)와 루소(Jean-Jacque Rousseau)의 사상에서 유래하는 사회 계약설과 국민주권 이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국민주권은 사회 정치적 권력의 행사에 참여하는 권리와 의무를 뜻한다. 그러나 국민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에 참여함에도 불구하고 주권의 일차적이고 근원적인 근거는 하느님에게 있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주권의 근원적인 원천은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주인이신 하느님에게 있으며 국민은 단지 정치적 권력의 일차적이고 최종적인 수탁자란 의미에서 주권이 인정된다. 따라서 국민은 자신의 이름으로 이러한 권리를 행사해야 할 사람을 뽑을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공권력의 구조와 범위, 그에 따른 공권력 수행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국민주권이 인정된다. 이렇게 국민주권이 인정되는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교리에서 사용되는 민주주의란 말은 근원적으로 공공생활에 참여하는 권리와 의무를 뜻하며, 여기서 파생되는 의미는 정치적 체제를 선택하는 자유와 올바른 참정권의 행사를 의미한다. 2. 올바른 민주주의의 기준 민주주의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올바른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1) 진리에 기초 : 정치와 진리는 상호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진리는 정치의 산물이 아니고 오히려 정치를 선행하고 정치를 비추어 준다. 정치는 궁극적으로 초월적인 진리, 객관적 의미에서의 진리, 인간의 존엄성의 실현에 봉사하는 것이다. 만약 정치적 활동을 이끌어 가고 통제할 최후의 진리가 없다면 정치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하여 이념과 확신을 도구처럼 쉽게 조작함으로써 사회는 전체주의로 빠지게 된다.(참조. 백주년 46) 정치는 인간을 위한 것이다. 그러기에 정치는 초월성을 지닌 인간에 대한 진리를 인정할 때 올바른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만약 정치가 인간에 대한 진리를 망각한다면 정치는 순수한 권력의 관리로, 혹은 상반되는 경제적 이득의 균형에로 추락할 것이며, 마침내 인간은 결코 사회의 중심이 될 수 없고 주변화되고 말 것이다. 올바른 민주주의는 오직 인간과 세상에 대한 올바른 가치체제를 지닌 문화의 기초 위에서 가능하다. 2) 법치국가 :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는 통치자의 자의적인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에 의하여 통치되어야 한다. 이를 우리는 ‘법치국가의 원리’라 부른다.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르면 법, 특히 헌법은 국민들의 기본권과 국가 권력의 구조, 백성의 대표들의 모임들(국회, 지방의회 등), 정치권력의 분립과 동등하고 독립적인 세 가지 정치 권력(입법, 사법, 행정) 사이의 균형과 정치적 선택에 있어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통치자를 뽑고 규제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치자를 교체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규정하여야 한다.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통치자의 자의에 의해 국가 권력이 행사된다면 그러한 국가는 독재국가 혹은 전체주의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해방 이후 대통령의 자의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는 것을 경험하였으며, 그러한 대통령의 말로는 하야하고, 부하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고 임기 후에는 국립호텔(교도소)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올바른 민주주의가 실행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법대로 권력을 사용하는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한다. 3) 인권의 존중 : 국가의 헌법은 크게 두 가지 규범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국민의 기본권인 인권을 보장하는 규범이며 동시에 권력 구조를 정하는 규범이다. 이 두 가지 규범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결국 헌법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 가게끔 그 조직의 원리와 작용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달리 말해서 헌법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고, 또 그 목적을 위해 국가 권력구조를 정한다. 국가는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양도할 수 없고 침해할 수 없는 인권를 존중하여야 한다. 인권은 인간의 복지를 위한 국가활동의 기본원칙이며 인권의 존중은 공동선의 기본 요인으로써 국가의 강령과 체제 그리고 각종 제도의 본질적인 규범이다. 따라서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죽음의 문화의 증거이며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간다. 사실 과거 우리 나라 정권들이 경제개발 혹은 반공을 앞세워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였다. 이로 인해 우리의 역사는 독재정권으로 점철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르게 되었다. 4) 공동선의 관리 :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하여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정당화되고 그 의의를 발견하며, 공동선에서 비로소 고유의 권리를 얻게 된다.”(사목헌장 74)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권력의 행사는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서 법적으로 정의되는 명확한 질서규정에 따라 윤리적 질서 내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공동선의 관리는 현실적으로 통치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따라서 국가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통치자들은 개인의 사익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서 봉사하도록 불리운 자들이다.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국가에서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들이 공권력을 개인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는 고위 공직자, 대통령의 가족들, 국회의원들의 비리는 바로 공권력을 사익의 도구로 사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비리를 척결하기 위하여 언론과 시민단체는 공권력이 공동선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는가를 감시하고 비판하여야 한다. 3. 선거제도와 투표 국민은 중요한 국가적 사안을 결정하는 국민투표(Referendum)와 국가의 기관을 구성하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를 통해서 주권을 행사한다. 국민투표와 선거에서 투표를 통하여 국민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게 되며 이에 따라 국가의 중대사와 국민의 대표기관(지방의회 의원,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대통령)을 뽑게 된다. 이러한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초석이며 꽃이다. 국민투표와 선거는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언제나 더 잘, 능동적으로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인간 본성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이다.(참조. 사목헌장 74) 그러기에 모든 국민은 투표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니고 있으며 공동선의 촉진을 위해 자유투표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은 투표를 통하여 자신들의 통치자를 뽑으며, 통치자들을 규제하고 판단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치자를 교체하게 된다. 즉 선거제도는 통치자를 선택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통치자들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투표는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글을 맺으며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곧 자신이 속한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학연·지연 등 정리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후보자와 그 후보자가 속한 정당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이것은 현세를 복음화 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인 것이다. 투표는 정치적 행위일 뿐 아니라 사회를 복음화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선거에 무관심하고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뿐만 아니라 세상을 올바르게 가꾸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의무도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을 면밀히 살펴보자.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무시하거나 반 그리스도교적 정책을 펼 소지가 없는지? 민주주의를 수호할 만한 인물이며 그러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양심적인 판단을 한 후 투표권을 행사하자. [월간 빛, 2002년 12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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