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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18: 우리를 구원할 이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05 조회수1,900 추천수0
[신나고 힘나는 신앙 -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18) 우리를 구원할 이름

‘예수’란 이름에 ‘야훼께서 구원하시다’ 뜻 담겨


■ ‘내 이름’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

“그래 나 잘난척 하는 신부다, 그분 앞에서만 빼고”

몇 주 전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욕먹기 딱 알맞은 표현이다. 물론, 내가 저렇게 ‘헤드카피’를 불러주었을 리가 없다.

발단은 졸저 「희망의 귀환」이었다. 기자는 다들 상투적으로 착한(?) 질문만 하니까 자신은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질문을 가져왔다며 양해를 구했다. 나는 동의했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질문 가운데에는 “왜 신부가 대중들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서적을 쓰는가?”, “어떤 배경에서 이번엔 ‘희망의 귀환’을 주제로 정했는가?”, “신부가 말하는 ‘희망’은 무엇이 다른가?” 등등이 있었다. 나는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라고 천명한 사목헌장 1항을 근거로 하여, 정성껏 답변에 임했다. 기자는 적극적인 내 태도에 고무된 모양인지 한 마디 했다.

“일반적으로 종교인들은 겸손을 중히 여겨서 뒤로 빼시던데 신부님은 좀 다르시네요.”

“그런가요. 나는 뒤로 빼는 것을 겸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편입니다. 물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고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구요. 나는 이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나는 적어도 내가 양심적으로 충분히 고민한 주제에 대해서는 ‘잘난척’ 합니다. 그분 앞에서만 빼고요. 그리고요, 또 하나! ‘잘난척’ 하라는 것은 제가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철학입니다. 다 잘났으니까요. 다 걸작 아닙니까?”

차제에 첨언하자면, 사실 나는 ‘그분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려고 노력한다. 내 마음 속에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마음과 귀히 여기는 시선이 있다. 왜? 모두가 창조주 하느님의 걸작이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참으로 소중한 형제자매들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지금에 와서 짚어보니, 나로 하여금 저렇게 주저함 없이 말하도록 만든 것은 내 마음 속 심층에 자리하고 있던 복음적 강박(?)이기도 했던 것 같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마태 10,33).

여기에 또 하나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 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으니, 과묵의 덕을 쌓는 일은 내게 사치인 듯도 하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

어쨌든, 내게 ‘예수 그리스도’는 그 어떤 각성제보다도 더 내 영혼을 흥분시키는 이름임에는 틀림없다.


■ 예수 그리스도

이제 사도신경의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이라는 고백의 속뜻을 헤아려볼 차례다. 이 고백은 라틴어 어순에서는 좀 다르게 나타난다. 라틴어 원문의 신앙고백에서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Et in Jesum Christum)가 고백되고 그 다음에 ‘그 외아들 우리 주’(Filium ejus unicum, Dominum nostrum)라는 고백이 따라온다.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그 외아들 우리 주’를 배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먼저 짚어보고 그 다음에 ‘그 외아들 우리 주’의 의미를 헤아려보는 것이 순서상 옳다.

그렇다면 ‘예수’와 ‘그리스도’의 원 뜻은 무엇이고 이 둘의 상관관계는 어떤 것일까?

세상 사람들은 흔히 예수 그리스도를 그냥 한 이름으로 알고 있다. 예수만 이름이고 그리스도는 ‘직함’이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다음의 성경 구절이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님을 주님과 메시아로 삼으셨습니다”(사도 2,36).

여기서 ‘예수’와 ‘그리스도’가 독립된 별개의 두 단어라는 것이 드러난다. ‘예수’는 단순히 사람의 이름인 반면에 ‘그리스도’(메시아)는 직분을 가리키는 호칭인 것이다. 그러니까 ‘예수’는 역사상 실존했던 한 인물의 이름에 지나지 않으나, ‘그리스도’는 그 인물의 삶을 통해서 드러난 역할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여 그 인물에게 붙여 준 직명(職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예수 그리스도’라는 두 단어로 된 칭호는 “예수님이 구세주이시다”라는 신앙고백인 셈이다. 결국, ‘예수 그리스도’는 복음과 신약성경의 압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비신앙인이 “야, 너네들 예수 그리스도말야” 하고 말하면, 그도 이미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셈이 된다.

그러면 이제 ‘예수’와 ‘그리스도’의 의미를 확실히 짚어 보기로 하자.

우선, 예수라는 이름은 당시 유다인에게 드물지 않게 불리는 이름이었다. 본래 ‘야훼’라는 하느님의 이름과 ‘구원하다’라는 두 말이 합성되어 ‘야훼께서 구원하시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여호수아’(Jehosua)를 그리스어로 표기하여 ‘예수’라 발음하였다.

성경에서 이름은 그 사람의 인격뿐만 아니라 운명을 드러내 주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따라서 ‘예수’라는 이름은 모세에 이어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도했던 여호수아의 삶이 시사하듯이 장차 맡게 될 무엇인가 중대한 역할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예수라는 이름은 하느님이 천사를 통하여 지어 준 이름(마태 1,21 참조)이다. 한 아기의 운명에 “하느님은 구원이시다”라는 구원 섭리의 말씀이 새겨진 것이다. 이제 구원의 하느님이 예수라는 이름의 얼굴을 가진 한 인격으로 이 세상에 찾아오신 것이다. 예수라는 이름은 인류를 구원하실 이름이요, 하느님이 인간의 이름을 가지신 기이한 이름이요, 하느님이 인간의 연약한 몸으로 오신 것을 말하는 이름이요,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의 이름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예수라는 이름 앞에 ‘나자렛’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사람들은 곧잘 ‘나자렛 예수’라고 불렀다.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과 구별하기 위하여 출신 지명을 붙여 준 것이다.

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라는 이름 외에도 ‘임마누엘’이라는 별칭이 있다.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마태 1,23). 이 이름은 이사야 예언에서 취한 것으로 단순한 하느님의 현존만이 아니라 ‘예수’라는 이름과 함께 구원하고 살려 주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그리스도’(Christos)는 ‘메시아’(messiah)라는 히브리어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메시아’는 ‘도유된 자’ 곧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뜻한다. 구약에서 기름을 부어 사람을 세운다는 것은 ‘하느님의 영’으로 직책을 맡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기름 부어 세우는 직분은 세 가지로 ‘왕’, ‘예언자’, ‘사제’였다.

그런데 이 메시아라는 단어는 점점 이스라엘 백성이 현실의 고난을 해결해 줄 ‘미래의 인물’에 붙여 준 이름으로 정착되어 갔다. 즉 메시아는 ‘희망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인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불렀고 그 밖의 이방인은 그리스 말로 ‘그리스도’라 부르게 된 것이다. 예수님이 살았던 시대는 로마가 전 유럽을 통치하던 시대였는데 그들이 당시 만국 공용어로 사용하던 말이 그리스어였기 때문에 그렇게 번역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예수가 바로 이스라엘 백성이 기다리던 ‘메시아’라고 믿었다. 사도 베드로는 단호하게 선언한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사도 4,12).

* 차동엽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사목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3년 5월 5일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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