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20) 성령 강림 대축일 - 견진성사
그리스도 참된 증인으로 살아갈 성령의 힘 얻어
- 견진성사는 세례로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난 신자들이 성령의 선물을 충만히 받아 그리스도의 힘찬 증인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성사다. 사진은 견진성사 예식에서 견진자 이마에 도유하는 모습.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담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성령의 능력을 받아 그리스도의 힘찬 증인이 되도록 도와주는 견진성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 살펴봅시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와 성체성사와 함께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라고 부릅니다. 이 성사들은 그리스도교 생활의 기초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견진성사는 특별히 세례성사의 은총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성사입니다. "견진성사로 신자들은 더욱 완전히 교회에 결합되며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고 옹호해야 할 더 무거운 의무를 진다"고 「견진성사 예식서」는 설명합니다.
㉠ 구원 경륜 안에서 본 견진성사(1286~1292항) : 구약성경에서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이 고대하던 메시아가 오시면 메시아가 구원 사명을 완수하도록 그 위에 주님의 영 곧 성령이 내려오실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에 성령께서 그 위에 내려오셨습니다. 이미 성령으로 잉태되신 예수님은 생애 전체가 성령으로 충만한 삶이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협조자이신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사도들에게 약속하셨고, 이 약속은 오순절에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내려오심으로서 실현됐습니다. 성령을 가득히 받은 사도들은 하느님께서 하신 놀라우신 일을 전하기 시작했고, 사도들의 설교를 듣고 세례를 받은 사람들도 성령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사도들은 세례를 받은 신자들에게 안수해 줌으로써 세례의 은총을 완성시키는 성령의 선물을 베풀어 주었습니다(사도 8,15-17 참조). 가톨릭 전승은 그래서 사도들의 안수를 성령의 선물을 충만히 받는 견진성사의 기원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안수를 통해 성령이 부여되는 것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해 안수와 함께 기름(크리스마)을 바르는 예식이 추가됐습니다. 참고로 그리스어로 '그리스도'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메시아'는 원래가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 견진성사의 표징과 예식(1293~1301항) : 견진성사에서 기름 바름 곧 도유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성경과 고대 사회의 상징 체계에서 기름은 풍요와 기쁨의 표징이라고 합니다. 기름은 깨끗하게 하고(목욕 전후에 기름 바름) 유연하게 하며(육상 경기 선수와 씨름 선수에게 기름을 바름), 상처난 것을 낫게 합니다. 또 건강미와 힘이 넘쳐 보이게 합니다.
이런 의미가 성사 생활에서도 발견됩니다. 곧 세례 전에 예비신자에게 기름을 바르는 것은 정화와 강화(强化)를, 병자들에게 기름을 바르는 것은 치유와 위안을, 세례 직후와 견진과 서품 때에 축성 성유를 바르는 것은 축성됐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리스도인, 곧 견진의 도유를 받은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과, 그분이 가득히 지니신 성령의 충만에 더 깊이 참여함으로써, 삶 전체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게 된다"(1294항).
견진성사를 받는 사람은 이 도유를 통해 성령의 인호를 받는 것입니다. 이 성령의 날인은 온전히 그리스도께 속해 있고 영원히 그리스도를 섬기겠다는 표지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보호해 주시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견진성사의 핵심 예식은 안수와 도유입니다. 먼저 주교는 견진자들 위에 두 손을 펴고 성령을 주시도록 기도를 바칩니다. 그런 다음 견진자 이마에 축성 성유를 바르고는 '성령의 날인을 받으시오'라고 말합니다. 견진성사는 주교와 견진자들이 나누는 평화의 인사로 끝납니다.
㉢ 견진성사의 효과(1302~1035항) :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의 은총을 증가시키고 심화시킵니다. △ 하느님 자녀로서 더욱 더 뿌리를 내려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며 △우리 안에 성령의 선물을 증대시키고 △ 우리와 교회의 결합을 더욱 완전하게 하며 △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고 옹호하게 해줍니다. 또 그리스도의 이름을 용감히 고백하고 십자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해줍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처럼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습니다. 견진성사 때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지인 '인호'가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견진성사의 이 인호는 신자들이 세례 때에 받은 보편 사제직을 완전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견진성사를 통해 신자들은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공적으로 고백할 힘을 얻습니다.
◇ 알아둡시다
㉠ 누가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나(1306~1311항) : 세례를 받고 아직 견진성사를 받지 않은 신자는 모두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 받아야 합니다.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와 성체성사는 입문 성사로서 일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견진성사는 받으려면 적어도 분별력을 지닐 나이가 돼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 교회법인 「한국사목지침서」는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는 나이를 만 12세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제67조). 하지만 죽을 위험이 있을 때는 아직 분별력을 갖지 못한 아이에게라도 견진성사를 주어야 합니다.
견진성사를 받기 위해서는 적절한 준비 곧 견진 교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또 은총의 상태에 있어야, 곧 죽을 죄가 없어야 합니다. 따라서 견진성사를 받기 전에는 고해성사를 받는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세례성사 때와 마찬가지로 견진성사 때도 대부모가 필요합니다. 대부모는 세례성사 때의 대부모와 같은 사람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견진성사 집전자(1312~1314항) : 견진성사의 정규 집전자는 주교입니다. 그러나 필요할 경우 주교는 사제들에게 이 권한을 줄 수 있습니다. 죽을 위험에 있는 신자들에게는 아무 사제라도 견진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동방 교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세례를 준 사제가 같은 예식 중에 견진도 함께 줍니다. 하지만 견진 때 사용하는 성유는 총대주교나 주교가 축성한 성유를 사용합니다.
[평화신문, 2013년 5월 19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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