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26) 십계명 (1)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라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느냐는 율법학자의 물음에 예수님께서는 율법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느냐고 되물으십니다. 율법학자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였습니다"(루카 10,27).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십계명의 요약입니다. 십계명의 첫째 계명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라'에 대해 알아봅니다.
-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십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된다. 사진은 1950년대 영화 '십계' 중 한 장면. [CNS 자료사진]
◇ 살펴봅시다
'십계명'(Decalogus)이란 말은 문자 그대로 "열 마디 말"을 뜻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거룩한 산에서 손수 이 열 마디를 쓰시어 당신 백성에게 계시하셨습니다. 이 십계명은 탈출기(20,1-17)와 신명기(5,6-22)에 쓰여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십계명은 크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처음 세 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관련되고, 다른 일곱 계명은 이웃 사랑과 관련됩니다.
십계명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구약에서 중심이 되는 하느님의 위대한 해방 사건, 곧 이집트 탈출(출애굽) 사건에 비춰서 이해해야 합니다. 탈출기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탈출 20,2-3).
첫째 계명을 살펴봅시다.
㉠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을 흠숭하고 섬겨라(2084~2094항) :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이름으로만 맹세해야 한다. 너희는…그 어떤 신도 따라가서는 안 된다"(신명 6,13-14). 첫째 계명은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흠숭하라"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하느님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첫째 계명은 "현명하고 조심스럽게 우리의 믿음을 기르고 지키며, 믿음과 대립되는 모든 것을 물리칠 것"(2088항)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계시하시고 교회가 믿으라고 제시하는 것을 진리로 받아들이기를 소홀히 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첫째 계명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희망을 거스르는 것, 곧 절망이나 자만도 첫째 계명을 거스르는 죄입니다. 절망은 하느님께서 구원해 주시리라는, 또 죄를 용서해 주시리라는 희망을 버리는 것입니다. 절망은 하느님의 선함과 의로움과 자비로움을 거스르는 죄입니다. 자만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늘의 도움 없이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자기 자신의 능력을 자만하는 형태도 있고, 회개하지 않고서도 하느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자비하심을 과신하는 형태도 있습니다.
첫째 계명은 또한 진실한 사랑으로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라는 요청과 의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하느님 때문에 다른 모든 사람과 모든 피조물보다 하느님을 사랑할 것을 첫째 계명은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하느님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무관심과 하느님의 사랑을 인정하지도 않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를 거부하는 배은,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거나 그 사랑에 자신을 의탁하기를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냉담, 하느님에게서 오는 기쁨을 거부하는 영적 게으름, 그리고 교만에서 비롯하는 하느님께 대한 증오 등이 모두 첫째 계명을 거스르는 죄입니다.
㉡ 오직 하느님만을 섬겨라(2095~2109항) :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덕(향주덕)은 하느님을 섬기는 우리의 윤리적 행위(덕행)에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윤리적 덕행을 경신덕(敬神德)이라고 하는데, 경신덕에서 첫째 가는 것이 흠숭입니다. "흠숭은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창조주요 구세주로, 주님이며 존재하는 모든 것의 주인으로, 사랑과 자비가 무한하신 분으로 인정하는 것"(2096항)을 말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행위는 기도 안에서 이뤄집니다. 찬미와 감사의 기도, 전구와 청원의 기도는 하느님을 향해 우리 마음을 드높이는 흠숭의 표현입니다.
"하느님께 흠숭과 감사, 탄원과 일치의 표징인 제사를 드리는 것은 마땅한 일"(2099항)이라고 교리서는 강조합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마태 9,13)라는 주님 말씀을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또 유일하고 완전한 제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제사입니다. 이 희생 제사와 일치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삶을 하느님께 제물로 봉헌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여러 상황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약속과 수도 서원 등도 하느님을 섬기는 행위입니다.
㉢ 너는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2110~2128항) : 첫째 계명은 미신과 우상숭배, 점을 치거나 무당을 부르는 일, 마술 행위 등을 금합니다. 예를 들어 "기도와 성사들이 요구하는 마음가짐을 경시하면서 그 외적인 요소들에게만 효력을 부여하는 일도 미신에 빠지는 것"(2111항)입니다. 또 "잡신이나 마귀(악마숭배), 권력, 쾌락, 인종, 조상, 국가 재물 등 인간이 하느님 대신에 어떤 피조물을 숭배하고 공경한다면 이는 우상숭배가 되는 것"(2113항)입니다. 탄생 별자리를 믿는 것, 점성술, 손금, 부적이나 마술 행위 등도 첫째 계명을 거스릅니다.
이 밖에 하느님을 시험하는 행위, 성사와 전례 그리고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이나 장소를 모독하는 행위, 성직 매매, 하느님의 존재를 배격하거나 거부하는 무신론 등도 모두 첫째 계명에 위배되는 행위들입니다.
◇ 알아둡시다
그러면 성화상 공경은 어떠할까요? 구약성경은 어떤 형상으로도 우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금합니다(신명 4,15-16). 이 성경 대목을 들어서 성화상 공경을 우상숭배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화상을 공경하는 것은 성화상 자체를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성화상이 가리키는 본래의 대상, 곧 성화상이 나타내는 그분을 공경하는 것이기에 우상 숭배라 할 수 없습니다. 또 성화에 그려진 성인들을 공경하는 것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2129~2132항).
[평화신문, 2013년 7월 14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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