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28) 기도 (2)
믿음의 문으로 들어가 성령에 힘입어 기도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루카 11, 10). 예수님의 이 말씀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서 기도에 대해 계속 살펴봅니다.
기도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도를 하려면 원의가 있어야 합니다. 기도하고픈 또는 기도해야겠다는 원의가 없다면 기도가 나올 수 없습니다. 또 기도하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살아 있는 전통인 성전을 통해 교회 안에서 하느님 자녀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십니다. 성령께서는 기도하는 마음 속에 솟아 올라 영원히 살게 하는 살아 있는 물이십니다(2650~2652항, 2661항).
◇ 살펴봅시다
㉠ 기도의 원천(2652~2662항) : 기도의 원천으로 먼저 하느님 말씀을 꼽을 수 있습니다.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자주 읽음으로써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을 얻도록 권고합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는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가 이뤄지도록 기도가 따라야 함을 명심해야"(2655항) 합니다. 기도하는 것은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하느님 말씀을 읽는 것은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전례 또한 기도의 원천입니다. 신자들은 전례가 거행되는 동안에만 아니라 그 후에도 기도를 통해서 그 전례를 내면화하고 그 전례에 동화됩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향주덕도 기도의 원천입니다. 우리는 믿음의 문을 통해서 기도 안으로 들어갑니다. 또 성령께서는 희망을 갖고 기도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나아가 교회의 기도와 개인의 기도는 우리 안에 희망을 길러줍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5). 이 사랑을 받은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여 하느님께서 베푸신 사랑에 응답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랑은 기도의 원천입니다.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하는 이는 기도의 정상에 도달"(2658항)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을 때, 그리고 특별히 파스카 신비 곧 성체성사에 참여할 때에 기도를 배우지만, 또한 매일매일의 사건 속에서 언제나 우리는 기도를 샘솟게 하시는 주님의 성령을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어제도 아니요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2660항) 아버지를 만납니다. 매순간 일어나는 일들 안에서 기도하는 것, 일상의 사소한 상황들에 기도가 배어들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도의 길(2663~2682항) : 공동체가 바치는 기도이든 개인이 바치는 기도이든, 예수님의 이름으로 바치는 기도가 돼야만 하느님 아버지께 다다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기도의 길입니다.
우리는 또 교회의 기도를 통해서 주 예수님께 기도하는 법을 배웁니다. 교회의 기도는 성부께 드리는 것이지만, 그리스도께 드리는 기도문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많은 호칭들이 있지만, 그 모든 호칭들은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라는 이름으로 집약됩니다. "예수님을 부르면서 기도드리는 것은 예수님께 기도하는 것이요, 우리 안에 계신 그분을 부르는 것"(2666항)입니다.
하지만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 우리가 예수님께 기도드리기 시작할 때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기도의 길로 이끄십니다. 그래서 교회는 "날마다, 특별히 모든 중요한 활동을 시작하고 마칠 때 성령께 간청하라"(2670항)고 권고합니다. 또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성령과 일치할 때 교회의 기도가 됩니다.
사람이 되신 예수님께서 우리 기도의 길이시라면,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는 그 길의 '이정표'이십니다. 마리아는 "완벽한 기도자, 교회의 표상"(2679항)이십니다. 우리는 마리아와 함께 기도할 수 있고, 나아가서 마리아께 기도할 수도 있습니다. 마리아의 기도는 교회의 기도를 떠받쳐 주며, 교회의 기도는 희망 안에서 마리아의 기도와 일치합니다.
㉢ 기도의 길잡이(2683~2696항) : 기도의 길잡이로 우선 기도의 수많은 증인들을 들 수 있습니다. 특별히 교회가 '성인'으로 인정하는 이들의 모범적 삶과 글과 기도들은 오늘에까지 살아 있는 기도의 전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교회의 역사가 이어오면서 모든 성인의 통공 안에서 다양한 영성이 발전해 왔는데, "그리스도교의 갖가지 영성은 기도의 살아 있는 전통에 참여하는 것이며 신자들에게는 필수적인 안내자"(2684항)입니다.
기도를 가르치는 첫째 자리는 가정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그래서 '가정 교회'라고 부릅니다. 가정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은 '교회'로서 끊임없이 기도하는 법을 배웁니다. 성직자, 수도자들도 기도의 봉사자들입니다. 교리교육, 기도모임이나 기도학교 그리고 영성지도 또한 기도의 길잡이들입니다.
◇ 알아둡시다
그렇다면 기도를 하는 데 적합한 장소는 어디일까요. 교리서는 이렇게 제시합니다. "하느님의 집인 성당은 본당 공동체가 바치는 전례 기도에 적합한 곳이다. 본당은 또한 성체 안에 실제로 현존해 계시는 그리스도를 흠숭하기에 가장 알맞은 장소이기도 하다"(2691항).
개인 기도를 드리기 위한 장소로는 성경과 성화들이 비치돼 있는 '기도의 골방'이 있으면 좋습니다. 특히 신자 가정에 기도를 드리는 이런 작은 공간이 있다면 가족의 공동 기도를 촉진시켜 줍니다. 수도원이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수도공동체가 신자들과 함께 성무일도(시간전례)를 드리도록 노력할 소명이 있습니다.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여정을 상기시켜 주는 성지순례는 전통적으로 기도를 쇄신하게 하는 아주 좋은 기회로 여겨져 왔습니다. 순례자들에게 성지는 그리스도교 기도를 체험하는 특별한 곳이기도 합니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28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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