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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외국인 근로자의 삶의 변화와 원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14 조회수1,703 추천수0

[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외국인 근로자의 삶의 변화와 원인



한국에 입국하여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삶과 사고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날까? 그리고 이들은 한국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단순하고 명확한 대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여기에 대해 대답한다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의 삶과 관련되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삶이 출신국과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에 명확하고 단순한 대답을 할 수 없을지라도 이들의 삶의 변화 원인과 유형에는 어떤 공통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의 삶이 변화하는 이유와 변화의 형태를 살펴보자.
 

1. 이주와 삶의 변화

‘바나나’를 아시나요? 열대 식물의 열매인 ‘바나나’를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바나나’가 아니라 사람을 보고 ‘바나나’라고 부른다고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특히 한국인 2세를 두고 하는 말이란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바나나처럼 미국사회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외적인 모습은 노란 피부를 가진 한국인이지만 생활습관과 가치관 등 내면의 세계는 미국식을 닮았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별로 유쾌한 용어는 아니지만 이주민의 삶과 가치가 변화되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실상 우리는 주변에서 외국에서 오랜 기간 동안 생활한 사람들의 삶이 한국에서만 생활한 사람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유학, 이주 노동과 이민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외국에 살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곳의 문화와 생활태도, 그리고 가치관을 습득하여 이주한 국가의 사람들과 닮아 있는 모습을 지니게 되거나, 그 나라의 모든 것을 거부하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결국 장기간의 이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주민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이주한 사람들의 삶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는 사회 역시 바뀌게 된다. 해외여행을 할 때 주류를 이루는 본토민이 아니라 이주민이 밀집하여 사는 곳을 방문하면 그곳의 분위기가 주류사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밀집되어 살고 있는 LA와 뉴욕의 한인타운에서는 한국식품 전문점과 음식점, 그리고 한국식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또 관광지 역시 특정한 국가의 국민들이 많이 찾는 경우 관광지에 새로운 풍토가 생겨난다. 서구 유럽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에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서는 한국식 인사를 하는 안내원들과 판매원을 만날 수 있으며, 음식점에서는 김치를 비롯한 한국음식을 내어 놓는다. 이와 같이 장기적으로 생활하는 이주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주민(관광객 포함)을 접하는 현지인들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이주한 국가에서 생활하면서 현지인들과 접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들과의 접촉에서 자신들의 삶의 태도만을 고집할 수 없어 삶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과 같은 이슬람교를 믿는 모슬렘 국가 출신의 노동자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것과 자신들만의 식문화를 전적으로 지키기는 쉽지 않다. 실상 외국인 근로자들은 출신국의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받는 경우가 많기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국음식에 적응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의 직장문화와 회식문화, 그리고 여가 문화에 적응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자신들이 접하는 한국인들과 한국문화에 영향을 받아 삶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생활하고 있는 공단지역의 경우 그 주변에 그들을 위한 음식점, 술집, 식품가게 등이 생겨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의 모습이 바뀌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들과 접하는 한국 사람들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왜 일어나고 있으며, 또 변화의 형태는 어떤 것이 있을까?
 

2. 이주민의 삶의 변화의 원인

이주민과 본토인의 삶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떤 형태로 변하고 있는가?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열린 존재, 인격적 존재이며, 사회적 존재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고정되고 고착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자신이 위치한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 시간에 따라 또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동일한 문화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 이렇게 변화하거늘, 문화권을 이동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삶의 변화가 더욱 역동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주는 그저 어떤 노동력을 지닌 기계가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주는 인격을 지닌 인간이 일정기간 동안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삶의 자리를 옮겨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주는 한 사회에서 언어, 인종, 문화, 가치관, 종교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만남을 가져온다. 이러한 만남에서 본토인과 이주민 사이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이들은 서로의 삶을 보면서 관심과 흥미를 갖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어서 당황해 하거나 싫어하며 배척할 수도 있다. 서로의 삶을 보면서 일어난 지성적·감성적 반응을 토대로 이주민과 본토인들은 자신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삶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문화변용(acculturation)’이라고 한다. 따라서 문화변용이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들이 지속적인 직접 접촉의 상황에 놓여 한쪽이나 양쪽 모두의 본래 문화형태에 의미 있는 변화가 초래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문화변용이 일어나는 이유는 문화충격(cultural schock) 때문이다. 문화충격이란 캐나다의 인류학자 Kalvero Oberg가 최초로 정의한 말로써 인간이 자신이 지닌 문화를 떠나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 처하게 될 때 느끼는 장기간의 스트레스를 말한다. 즉 이주민이든 본토인들이든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전통적인 삶과 가치, 그리고 문화가 다른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살게 될 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과 가치관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주민의 경우 새로운 사회에서 문화충격을 받게 될 때 자신들이 받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면서 삶을 변화시키는 문화변용이 일어난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와 다른 문화가 형성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가운데 삶의 변화, 즉 문화변용을 겪게 되는데 이는 기존의 문화와 다른 새로운 문화로 형성된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생활과 사회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삶의 태도 변화인 문화변용을 겪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자국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접하고 또 입국 전 한국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았지만 막상 한국에 도착하면 상당한 스트레스, 즉 문화충격을 받게 된다. 이들은 낯선 한국의 풍광마저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실례로 베트남 출신의 노동자는 2월에 한국에 입국하였는데 겨울의 앙상한 나무를 보고 가난한 한국에 잘못 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자연환경이 스트레스가 될 뿐 아니라 언어, 음식, 생활습관, 직장문화 등 삶의 모든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달리 말해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 입국하여 생활하면서 문화충격을 받고 있고 이로 인해 이들의 삶 안에 문화변용이 일어나고 있다. 다음호에서 이들의 문화변용의 유형과 그들의 삶에 대하여 살펴보자.
 
[월간빛, 2013년 10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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