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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교회 사말교리4: 천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3 조회수2,825 추천수0

[위령성월 기획] 주교회의 편찬 '가톨릭교회 사말교리' (4 · 끝) 천국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쁨 · 행복, 죽음도 넘어서



그리스도인에게 천국은 희망이다. 그림은 천국에 있는 103위 한국 순교성인을 그린 103위 순교성인화(문학진 작, 1977년). 평화신문 자료사진
 

1. 천국은 하느님과의 궁극적인 만남

천국(天國)은 성경의 '하늘 나라'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심판, 연옥과 지옥이 하느님과 우리 관계 안에서 이해되듯, 천국도 같은 맥락이다.

하느님 없는 천국은 없다. 가톨릭교회가 죽음 이후 삶을 말할 때 쓰는 '천국'이라는 개념은 하느님과의 친교가 죽음을 넘어서까지 지속하는 것을 가리킨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를 바란다. 연인들은 늘 함께 있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기쁨과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도 비슷하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하느님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는 사람들은 하느님과 함께 있어야 하고, 그 친교가 영원히 지속하기를 바란다. 구약성경 다니엘서, 마카베오기 하권 등에는 좀 더 분명하게 내세의 영원한 행복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그 저자들이 죽음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내세의 영원한 행복을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세상에서 믿고 사랑하던 바로 그 하느님께서 현세만이 아니라 내세도 다스리는 주님이시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2. 천국에서 우리는 완전한 행복 누려

하느님과의 친교는 큰 행복과 기쁨을 준다. 하느님과의 친교는 죽음으로 중단되지 않는다. 그 친교가 주는 행복과 기쁨도 죽음을 넘어서 계속된다. 지상에서 누리던 하느님과의 친교가 죽음을 넘어서 완성되면, 그 어떤 행복보다고 더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천국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천국의 모습은 인간의 모든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사두가이들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천국에서는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셨다(루카 20,36 참조). 성경은 천국의 이러한 새로움을 표현하고자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표상을 사용한다. "나는 또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묵시 21,1-4).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으로 표현되는 천국에서 하느님을 직접 뵈올 수 있다.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1코린 13,12).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고백한 대로, 인간은 창조 때부터 하느님을 향하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하느님 안에 쉬기까지는 우리의 마음이 평온하지 않다. 천국은 하느님과의 친교가 완성된 곳으로 우리는 거기서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닌 함께 누리는 기쁨이다.
 

3.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천국에 초대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당신께서 베푸시는 천국이라는 선물을 누리기를 바라신다. 하느님께서 모든 이의 구원을 바라신다는 것은 성경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진리다. 마태오 복음의 '혼인 잔치의 비유'와 마르코 복음의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 필요하다"(2,17)는 말씀 등이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무상의 선물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인간의 결단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는 '참행복의 선언'(마태 5,3-12)에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온유한 사람들 등 당신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어떤 이들의 것인지 알려 주신다.

또한 하느님 초대를 받은 이들은 선교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느님의 초대를 전해야 한다. 교회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마련하신 길이다. 교회를 통해 하느님을 알 수 있고, 하느님께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며, 말씀과 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고 구원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
 

4. 천국은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

백정 출신 순교자 황일광(시몬)은 "나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점잖게 대해 주니,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예수님께서는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고 선포하신다.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과 함께 이미 시작됐다. 예수님께서 죄인을 용서하고, 병자들을 치유하면서 당신 통치를 힘차게 실현하시는 것처럼, 이렇게 지금 이 세상에서 아버지 뜻이 이뤄질 때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느님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예수님의 부활로 죄와 죽음은 그 기세가 꺾였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될 때 비로소 죄와 죽음, 모든 고통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통해 교회 안에 현존하신다. 그분께서는 "교회에서 성경을 읽을 때 당신 친히 말씀하시고,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와 다른 성사들 안에 현존하시며, 교회가 기도하고 찬양할 때…현존하신다"(「거룩한 공의회」 7항). 따라서 성경 말씀과 성사들,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자주 친교를 이룰 때 우리는 천국의 행복을 한 조각 미리 맛볼 수 있다.
 

5. 천국은 우리의 절대적 희망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는 것이다. 시편은 이러한 믿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저를 위하여 누가 하늘에 계십니까? 당신과 함께라면 이 세상에서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제 몸과 제 마음이 스러질지라도 제 마음의 반석, 제 몫은 영원히 하느님이십니다.…하느님께 가까이 있음이 저에게는 좋습니다"(시편 73,25-28).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하고 말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완성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을 간절히 희망하면서, 그 나라를 향해 가는 나그네들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렇다, 내가 곧 간다"고 약속하셨고, 지상을 순례하는 교회는 이 말씀에 희망을 두면서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묵시 22,20)하고 기원한다. 주님의 영광스런 재림에 대한 희망, 그때에 완성될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게 될 영원한 행복을 희망하면서 우리는 지상의 나그넷길을 인내심을 갖고 걸어갈 수 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4-25).

[평화신문, 2013년 11월 24일, 정리=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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