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75)
80. 예수님의 기도
1)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다
동정녀의 아들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께서는 또한 당신께서 지니신 인간 심성에 따라 기도하는 법을 배우셨다. 예수님께서는 전능하신 분께서 마련하신 “큰일”들을 모두 마음속에 간직하시고 묵상하시던 당신 어머니에게서 기도문을 배우셨다. 예수님께서는 나자렛의 회당과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당신 동포들이 기도할 때 썼던 말과 운율에 젖어 기도를 배우셨다(가톨릭교회교리서 2599항).
예수님께서는 항상 기도하셨습니다. 특별히 당신의 사명을 이행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앞두고 기도하셨습니다.
당신의 세례와 영광스러운 변모 때에 성부께서 당신에 대해 증언해 주시기에 앞서, 그리고 당신의 수난을 통해 성부께서 세우신 사랑의 계획을 성취하시기에 앞서 먼저 기도하신다. 사도들이 부여받은 임무를 시작하려던 결정적인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먼저 기도하신다. 곧, 열두 제자를 선택하여 부르시기 전에, 베드로가 당신을 “하느님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기 전에, 또한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신앙이 유혹으로 약해지지 않도록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00항).
2) 예수님이 바치신 기도의 내용
① 형제들의 고통에 참여하는 기도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이 기도를 절실히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항상 기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항상 고통 중에 사셨다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예수님은 고통 중에 있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기도로써 고통 중에 있는 “당신의 형제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위해 기도”하신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② 감사와 확신의 기도
성 요한 복음사가는 라자로의 부활 사건 전에 예수님이 하신 기도(요한 11,41-42)를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예수님은 감사의 기도로 시작하십니다.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곧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언제나 제 말씀을 들어 주신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감사로 시작되는 예수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선물을 받으시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선물을 주시고 그 선물을 통해 당신 자신도 함께 주시는 분과 일치하시는 것이다. 베풀어진 선물보다도 그 선물을 주시는 분이 더 소중하다. 선사하시는 성부께서 곧 ‘보화’이시며, 성부의 아들의 마음은 그분 안에 있다. 선물은 “곁들여” 주어지는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04항).
③ 자신을 바치는 기도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 앞에서 기도의 궁극적인 의미를 밝혀 주셨습니다. 기도는 자기 포기이고 자기 봉헌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죽이려는 이들을 용서하시는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또한 “아버지, …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하고 기도하심으로써, 온전히 성부 하느님께 당신을 맡기십니다.
3) 예수님께서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시다
우리는 흔히 “신앙 생활이란 착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가르침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예수님께서는 윤리적으로 잘 살라는 당부의 말씀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 기도에 대한 가르침은 아주 많습니다. “제단에 예물을 바치기 전에 형제와 화해하여라”,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여라”, “골방에서 기도하여라”, “기도할 때 많은 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기도할 때 마음속으로부터 용서하여라”, “마음을 깨끗이 하여 하늘 나라를 구하여라” 등등. 또한 많은 비유 말씀(“과부와 재판관의 비유”, “바리사이와 세리의 예화” 등)을 통해서도 기도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으로부터 기도를 배운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당신이 가르치신 대로 기도하는 우리들의 기도를 들어 주십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예수님의 기도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으로 훌륭하게 요약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사제로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고, 우리의 머리로서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며, 우리의 하느님으로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십니다.”
[2014년 6월 8일 성령 강림 대축일 의정부주보 6-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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