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79)
84. 주님의 기도 - 전적으로 새로운 기도
1) 주님,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루카 11,1). 이 청원에 대한 응답으로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교회에 그리스도교의 기본이 되는 기도를 맡기셨다(가톨릭교회교리서 2759항).
제자들은 이미 기도하는 것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기도시간을 지켰고,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고, 시편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 예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이것은 새로운 기도문 하나를 추가해 주신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새로운 기도, 자연적인 종교성에서 비롯된 기도와 구별되는 크리스챤적인 기도를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교회의 가장 뛰어난 기도이다. 이 기도는 성무일도의 주요 시간경들과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인 세례, 견진, 성체성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776항).
2)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주님의 기도가 다른 종교들의 기도와 구별되는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주님의 기도의 시작 부분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로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모든 종교인들은 “높으신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기도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높으신 하느님, 즉 “하늘에 계신 분”이 바로 우리들의 “아빠, 아버지”라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직장 상사에게 무언가를 청하는 것과 아버지에게 청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릅니다. 주님의 기도는 인간들이 높으신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자녀들이 아버지께 드리는 신뢰의 기도라는 점에서 다른 모든 기도들과 구별되는 특별함을 갖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여러분은 사람을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로마 8, 14-15).
3) 올바른 청원의 기도
주님의 기도의 내용은 철저하게 청원의 기도입니다. 청원은 하느님과 인간이 맺는 관계 안에서 특별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힘을 믿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도우심에 의지하고 신뢰하고 청원하며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는 “청하여라”로 압축될 수 있고, 그로써 신앙의 본질을 드러내 줍니다.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전한 기도이다. … 주님의 기도를 통해서 우리가 올바르게 바랄 수 있는 것을 모두 청할 뿐 아니라, 우리가 마땅히 청해야 할 순서대로 청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기도는 청해야 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 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정서까지도 형성시켜준다(토마스 아퀴나스).
산상 설교는 삶에 대한 가르침이며, 주님의 기도는 청원이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 이 두 가지 안에서 주님의 성령께서는 우리의 소원을, 곧 우리 삶을 활기차게 하는 우리의 내적 지향을 새롭게 해 주신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으로써 새 삶을 우리에게 가르치시고, 기도로써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청하라고 가르치신다. 그분 안에서 올바르게 사는 것은 우리의 올바른 기도에 달려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764항).
4) 세상을 향한 기도
세상의 온갖 어려움에 직면하여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사람들은 “이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사”고 기도를 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기도에는 이런 현실 도피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어려움 안으로 투신하기를 청원하는 기도입니다. 악이 범람하는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굶주리는 백성, 죄에 억눌린 백성, 악에 떨어지는 백성들 앞에서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기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주님의 기도 안에 담겨 있는 전적인 새로움입니다.
[2014년 7월 13일 연중 제15주일 의정부주보 6-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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