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62) 주님의 기도 (3) 일곱 가지 청원 1
거룩하신 아버지 닮은 사람 되게 하소서
일곱 가지 청원의 구성 (2803~ 2806항)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일곱 가지 청원 가운데 첫 세 가지 청원은 “하느님을 향한 간구”로서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으로 이끌어 줍니다. 나머지 네 가지 청원은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는 길”로서 우리의 비참한 처지를 하느님의 은총에 내맡기도록 해줍니다(2803항).
전반부의 세 가지 청원은 아버지의 이름이 빛나도록, 아버지의 나라가 오도록 그리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청원입니다. 이 세 청원은 우리를 위한 청원이라기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먼저 생각하는 청원입니다.
이 세 청원이 추구하는 것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 곧 그분의 강생과 공생활과 그분의 죽음과 부활 사건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고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사건 안에서 결정적으로 이뤄진 이 구원은 세상 마지막에 가서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때에 충만하게 완성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지상에서 순례의 여정을 가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아버지의 이름이 빛나고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며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청원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후반부의 네 가지 청원은 전반부의 세 청원과 달리 이 세상에서 사는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 네 가지는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것과 죄를 용서해 달라는 것,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것, 그리고 악에서 구해 달라는 것입니다. 일용할 양식·육적인 생명과 관련되는 것이라면, 죄의 용서는 영적 생명과 관련됩니다. 그리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것과 악에서 구해 달라는 것은 영적 생명을 위한 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2807~2815항)
첫째 청원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입니다. 여기서 “거룩히 빛나시며”라는 말은 우리가 아버지 이름을 거룩히 빛내도록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거룩하신 아버지의 이름을 마땅히 거룩하게 알아 모셔야 한다는 ‘존중’의 뜻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이름을 그에 맞갖게 알아모시는 행위가 바로 하느님께 대한 흠숭입니다. 물론 찬미와 감사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빛나게 한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우리가 거룩하게 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
우리는 세례성사의 물로써 죄의 온갖 더러움을 씻고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또한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됐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일생을 거룩하게 살라고 부르십니다. 따라서 우리를 통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도록 하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참된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찍이 성 치프리아노(200~258)은 「주님의 기도 해설」에서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세례성사로써 거룩하게 된 우리는 우리가 꾸준히 거룩한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잘못을 저지르며,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성화를 통해 우리의 죄를 정화해야 하므로…우리는 이 거룩함이 우리 안에서 지속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라는 첫째 청원을 통해 우리는 또한 “하느님의 이름이 우리의 삶을 통해서 우리 안에 거룩히 빛나시기를 청합니다.…우리는 우리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하신 그만큼 우리의 삶도 거룩해지도록 기도합니다.”
이 청원은 또한 아버지 이름이 우리 안에서만 빛나시도록 청하는 것만이 아니라 또한 아버지의 이름이 모든 사람 안에서 빛나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4년 8월 31일, 정리=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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