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63) 주님의 기도 (4) 일곱 가지 청원 ②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일곱 가지 청원 가운데 두 번째는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이고 세 번째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입니다. 이 둘째와 셋째 청원에 대해 살펴봅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2816~2821항)
신약성경에서 ‘나라’는 왕권, 왕국, 통치라는 세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이 아버지의 나라, 곧 하느님 나라는 사실 우리가 있기 이전에 먼저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주권과 그분의 다스림이 펼쳐지는 하느님 나라는 태초부터 영원히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나라가 하느님의 아들, 강생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공생활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이 나라는 그리스도 죽음과 부활로써 결정적으로 도래했습니다. 또 성찬례 안에서 우리 가운데 펼쳐지고 있습니다.
치프리아노(200~258) 성인은 「주님의 기도 해설」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리스도 바로 그분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오시기를 날마다 기원하고 있으며, 그리스도께서 어서 빨리 우리에게 당신의 도래를 앞당겨 드러내 보이시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하느님 나라에 대해 이렇게 밝힙니다. “하느님 나라는…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입니다”(14,17).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기, 곧 교회의 시기는 바로 성령께서 오시어 함께하시는 때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충만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소서, 주 예수님”(마라나 타) 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충만한 도래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성령에 따른 분별력으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나라의 성장과, 우리가 몸담고 있는 문화와 사회의 진보를 구별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구별은 분리가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인간의 소명은, 이 세상에서 정의와 평화에 투신하기 위해 창조주께 받은 힘과 수단을 유용하게 활용해야 하는 의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합니다”(2820항).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2822~2827항)
셋째 청원은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기를 청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버지의 뜻은 무엇일까요. 하느님 아버지의 뜻, 그분께서 원하시는 것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1티모 2,4)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은 또한 “당신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 사랑의 실천은 또한 모든 계명의 요약이기도 합니다(2822항).
하느님 아버지의 뜻은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가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히브 10,7). 예수님께서는 고난 중에도 자신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기를 바라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당신 자신을 바치심으로써 우리는 거룩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히브 10,10).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결합하고 일치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하느님 아버지 뜻, 곧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 기도를 통해서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분간할 수 있으며,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인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의 청을 들어 주십니다. “교회가 주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 특별히 성찬례에서 드리는 기도의 힘도 그러합니다”(2827항).
[평화신문, 2014년 9월 7일, 정리=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