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가톨릭교회 교리!] 가톨릭교회는 왜 여러 갈래인가? (1) 이끄는 말 가톨릭교회의 기원은 예루살렘에 있던 첫 신앙인 공동체, 예수님의 열두 사도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톨릭을 이해하려면 가톨릭에 속하는 다양한 종교적 표현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하나의 교리, 하나의 믿음, 하나의 지도부 안에 일치해 있지만, 이 교회 안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예식(禮式, Rite)이라 일컬어지는 다양한 전례적 표현들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고 예배를 드린다. 많은 사람들이 ‘가톨릭교회의 예식’은 라틴 예식(또는 서방 예식, 로마 예식)이 전부인 줄 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의 예식에는 꽤 많은 수의 오래되고 중요한 동방 교회의 예식들도 포함되는데, 이 예식들의 존재와 유산은 결코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 예식의 개념과 기원을 살펴보고, 이어서 동방 교회의 고유한 신학적 관점들과 관행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예식들 : 개념과 기원 성령 강림 이후, 예수님에 관한 복음이 지중해 연안 지역들에 급속히 전파되었다. 바오로, 바르나바와 같이 열성적인 선교사들에 의해 한데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는 신앙 공동체들이 곳곳에 형성되었다. 그리고 각 공동체들은 차츰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나름의 예배 형태를 발전시켜 나갔다. 여기에는 당연히 특정 지역의 관습과 필요성이 가미되었다. 이렇게 해서 지역 교회별로 각기 다른 예식들이 이루어졌다. 교회는 초기부터 탄압을 받았지만, 그러한 박해들(64-303년)이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없애지는 못했다. 그들은 지하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으나 커다란 열정으로 자기들의 믿음을 지켜냈다. 마침내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자유를 허용하는 밀라노 칙령을 발표했다(313년). 이제 그리스도교는 공인된 종교가 되었다. 그리스도인들은 거리낄 것 없이 늘어나는 신자 수에 맞춰 교회들을 짓고 자유롭게 예배를 드렸다. 오래지 않아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로마가 그리스도인들의 거점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이 도시들에서 저마다 독특한 예식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로마 제국의 수도가 로마에서 좀 더 제국 영토의 중앙부에 가까운 지역인 비잔티움(나중에 ‘콘스탄티노폴리스’라 불리게 됨)으로 옮겨지자, 이곳 또한 그리스도교의 거점 도시가 되었고 이곳 특유의 예식이 생겨났다. 이제 교회는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형태로 발전했다. 동쪽 지역에서는 로마 제국의 황제와 총대주교라 불리는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주교가 지도력을 나누어 행사했다. 이 지역에 새로 세워지는 교회들은 강력한 몇몇 지역 교회들의 언어와 관습을 따랐다. 그리하여 이 지역 교회들의 예식은 거점 도시인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비잔티움을 중심으로 ‘알렉산드리아 예식’, ‘안티오키아 예식’, ‘비잔티움 예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한편, 서쪽 지역에서는 로마의 주교가 정치적, 종교적 지도력을 모두 행사했다. 로마가 서쪽 지역의 종교 중심지였기에 이 지역에 새로 세워지는 교회들은 로마의 지휘를 받았다. 이런 이유에서 서쪽 지역의 예배는 로마의 것을 본뜨게 되었고, 이것이 ‘로마 예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의 차이점은 지도부와 언어뿐만이 아니었다. 신학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뜻을 같이할 수 없는 면들이며 인간적인 갈등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서로 얽혀 갔다. 게다가 영성적인 측면에서도 눈에 띄게 차이나는 점들이 있었다. 동방 교회는 신비스럽고 상징적으로 신앙에 접근하는 데 집중했고, 서방 교회는 타당성과 단일성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입장과 견해의 차이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교는 1054년에 결국 동방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교회로 분열되고 말았다.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동방 예식 교회들의 일부는 로마의 교황을 자기들의 영성적 지도자로 계속 인정했고 로마 교회와 일치하는 쪽으로 다시 돌아섰다. 그리하여 동방 예식을 거행하지만 로마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는 동방 가톨릭교회(uniates)들이 형성되었다. 이 교회들을 달리 귀일(歸一) 동방 교회 또는 합일 교회라고도 한다. 동방 가톨릭교회들은 동방 정교회와는 달리 교황과 자기들의 주교 또는 총대주교를 따른다. 그러나 동방 정교회는 동방 정교회의 총대주교를 자기들의 영성적 지도자로 인정하고, 로마 교황을 모든 주교들의 수장(首長) 주교가 아니라 여느 주교들과 다를 바 없이 로마라는 한 교구의 교구장 주교로 생각한다. 교황청 연감에 등록되어 있는 동방 가톨릭교회는 현재 22개다. 교황청에는 로마와 일치한 동방 가톨릭교회들에 관한 제반 문제를 전담하는 동방교회성이 설치되어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7월호, 이석규 베드로(가톨릭출판사 문학총서 편집간사, CBCK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궁금해요 가톨릭교회 교리!] 가톨릭교회는 왜 여러 갈래인가? (2) 귀일 동방 교회의 예식들과 관습들 귀일 동방 교회들의 예식들은 그들 고유의 하느님 개념과 그분에 대한 그들 나름의 이해를 반영한다. 하느님의 신성(神性)은 초월적이고 위엄이 있다. 따라서 하느님과 신자들 사이의 소통은 장엄함과 경외감을 드러내 주는 신비스럽고 상징적인 예식들로 표현된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귀일 동방 교회의 예식들은 초월적이고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방 교회의 성당 건축물은 독특한 외양, 곧 양파 모양으로 생긴 돔(지붕)과 가로선이 세 개인 십자가()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둥근 지붕은 하늘(하느님 나라)과 어디에나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의미한다. 십자가의 가로선이 라틴식 십자가보다 많은 것은 예수님의 죄목을 적은 명패(위)와 발판(아래)도 선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 건물의 겉모습이나 전례를 보아서는 어느 쪽이 정교회이고 또 어느 쪽이 귀일 동방 교회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물어 보아야 알 수 있다). 교회 건물은 하느님께서 그분의 백성과 가장 친밀한 방식으로 만나는 장소요 하늘이 이 세상과 하나 되는 곳이며, 그러기에 그 자체로 가장 거룩한 장소로 여겨진다. 동방 교회 신자 아닌 사람이 동방 교회 건물에 들어서면 강렬한 황금색, 파란색, 빨간색으로 장식되어 있는 실내를 보고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방 교회 신자들에게는 그 색깔들이 하느님의 장엄하고 빛나는 위엄을 나타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콘(Icon, 聖畵像) 동방 교회 건물은 지성소와 신자석이 화려한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다. 이코노스타시스(iconostasis, ‘이콘을 거는 칸막이’라는 뜻)라고 부르는 나무로 만든 커다란 막 또는 판에는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천사들, 성인들이 그려져 있다. 동방 교회의 신학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신앙생활에서 이콘이 차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알아야 한다. 이콘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나 장식물이 아니라 신앙의 깊은 실재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코노스타시스는 그저 이콘을 그려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 역사의 신비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지성소에는 ‘거룩한 문’(Royal Doors)을 통해서 들어가는데, 이 문은 하느님 나라를 뜻한다. 이 문 상단에 그려진 주님 탄생 예고, 최후의 만찬 등의 이콘들은 인간으로서 성체성사와 성경을 통해서 이 세상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표현한다. 지성소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차단되어 있고, ‘거룩한 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코노스타시스는 ‘하늘 나라의 창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성소는 영적 세계를 나타내고 신자석은 이 세상을 가리킨다. 보통의 얼굴보다 긴 얼굴, 크게 뜨고 응시하는 눈, 커다란 손 등 이콘의 예술적 표현 형태는 시간을 초월하는 영적 세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기법이다. 동방 교회 신자들은 교회에 들어가면 이코노스타시스에 그려진 이콘들에 입을 맞추는데, 이는 존경과 존중의 표현일 뿐 흠숭의 표현은 아니다. 피조물 세계의 모든 것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만큼, 이콘은 이 세계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한다. 이콘은 특별히 축복된 나무, 곧 식물 세계가 제공하는 것에 그려진다. 이 나무를 매끈하게 다듬는 데 쓰이는 백회와 설화석고 등은 광물 세계가 제공하는 것이다. 달걀이 재료의 일부로 들어가는 물감은 동물 세계가 제공하는 선물을 뜻한다. 화가의 손은 인간과 영적 세계를 표현한다. 그러므로 이콘을 통해서 하늘과 땅이 함께 모여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이다. 동방 교회의 경신례 오랜 역사를 통해 전해 오는 동방 교회의 전례는 위엄 있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전례를 거행하는 동안의 시간은 신성한 특성을 드러낸다.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시간이 여느 시간과는 다른 차원을 보인 것처럼, 하느님을 흠숭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멈춘다고 보는 것이다. 동방 교회의 전례는 장엄한 행렬, 분향, 공들여 만든 제의들, 장중한 음악으로 경외심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예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시간이 몹시 길게 느껴질 것이다. 동방 교회의 전례에서 모든 음악은 악기의 도움 없이 무반주 합창(아 카펠라)으로 연주된다. 인간이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살아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 말고도 동방 교회의 전례는 언어가 생소하고 의식(儀式)에 낯선 면이 많다. 동방 교회의 전례는 성령의 권능을 통해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을 표현한다. 그래서 동방 교회 신자들은 전례가 거행되는 동안 존경의 표시로 거의 선 채로 참례한다. 그리고 간혹 고개나 허리를 숙임으로써 그들의 가장 깊은 존경심을 표시한다. 그러나 전에 서방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자세 중 하나인 한 무릎을 꿇거나 두 무릎을 꿇는 것은 보기 힘들다. 십자 성호는 중요한 신앙의 신비를 압축해서 표현하는 행위다. 첫 세 손가락은 성삼위를 나타내기 위해 한데 모은다. 남은 두 손가락은 손바닥 안으로 자연스럽게 구부리는데, 이는 하느님이시자 인간이신 예수님을 나타낸다. 또 이 두 손가락은 손가락의 주인을 가리키게 되는데, 이때 예수님이 그 사람의 삶 안으로 들어오신다. 동방 교회 신자들은 서방 교회 신자들과는 다르게 자기 몸의 이마, 가슴, 오른쪽 어깨, 왼쪽 어깨를 찍어서 십자 성호를 긋는다. 동방 교회의 방식은 예수님이 하느님 오른쪽에 앉아 계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오른쪽 어깨를 먼저 찍는 것이다. 동방 교회의 성사들(신비들) 서방 교회가 ‘성사’라고 부르는 것들을 동방 교회에서는 ‘신비’라고 부른다. 그 핵심은 같은데, 외형이나 신학적인 강조점이 서로 다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믿음을 갖고 살고자 하는 사람은 세례를 통해서 신앙인 공동체에 받아들여진다. 동방 교회에서는 세례자를 물에 잠기게 하는 침수례로 세례를 준다. 그리고 세례에 이어서 성령 안에서 세례의 날인을 받는 견진성사와 영성체가 베풀어진다. 이 성사들은 전면적인 재탄생을 완성하는 입문의 성사로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동방 교회의 성직자는 그 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총대주교에게 서품을 받는다. 동방 교회에도 성직자 독신 제도가 있는데, 그에 관한 규정이 서방 교회의 독신제 규정과는 조금 다르다. 동방 교회에서 성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부제품을 받기 전에는 결혼할 수 있다. 이렇게 결혼한 성직자는 사제품을 받은 뒤에도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서품 후에는 결혼할 수 없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8월호, 이석규 베드로(가톨릭출판사 문학총서 편집간사, CBCK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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