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55)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 (7)
일회용으로 소비되는 노동시장의 청년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행복 10계명’을 내놓아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교황은 자신의 조국인 아르헨티나 주간지 「비바」와 가진 인터뷰에서 ‘더 행복해지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내 방식의 삶을 살되, 타인도 자신의 삶을 살게 두자 ▲ 타인에게 마음을 열자 ▲ 조용히 나아가자 ▲ 삶에 쉼표를 찍자(식사 때 TV 끄기 등) ▲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쉬자 ▲ 자연을 존중하고 돌보자 ▲ 평화를 위해 일하자 등 10가지 항목 가운데 ‘젊은 세대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혁신적 방법을 찾자’는 내용이 눈길을 끕니다.
교황은 이미 여러 차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실제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교황의 이번 방한도 청년들에 대한 깊은 관심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은 지난해 7월 22-28일 세계청년대회(WYD)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 세계적인 청년실업의 위험성과 고용시장의 비인간성에 대해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오늘날 우리는 ‘일자리 없는 세대’를 양산하게 될 큰 위험을 떠안고 있다”며 “개인의 존엄성은 일을 통해 자립하는 데서 생기는데, 젊은이들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노동시장이 청년들을 버려질 일회용(disposable)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모두 이 일회용 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세상 모든 것이 버려질 수 있다는 사고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교황의 이러한 발언은 교회,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지금까지 교황은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를 기치로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표하며 양극화의 덫에 시달리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가 경제위기뿐 아니라 ‘가치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교황이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 문제를 염려하는 것은 목자적 사랑에서 나옵니다. 이는 그만큼 청년실업 문제가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말 그대로 전 지구적 화두가 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 일을 통해 자기성취의 기회를 갖지 못한 많은 젊은이들이 약물중독에 빠지거나 자살을 택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청년 실업 인구는 100만을 넘어섰으며, 특히 사회 초년생의 실업률은 4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젊은 날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지만 불안한 노동시장과 고비용 사회구조는 청년세대에게 과도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이른바 ‘3포 세대’라 불리는 것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젊은이를 통해 교회와 인류의 미래를 보는 교황이 좋은 일자리에서 행복의 길을 발견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어느 한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그의 혜안을 배울 수 있길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9월 7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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