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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69: 인류 공동체 (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10 조회수1,861 추천수0

[가톨릭교회 교리서 공부합시다] (69) 인류공동체 (2)

공권력, 공동선 실현 위해 정당히 행사돼야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여서 사회는 인간의 소명 실현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소명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사회에 정의로운 가치 체계가 서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잘못된 가치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 곧 회개의 노력이 따라야 할 뿐 아니라 바로 잡고 세우는 권위 곧 ‘공권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호에는 회개와 사회 그리고 사회생활에서의 권위(공권력)에 대해 살펴봅니다(1886~1904항).


회개와 사회(1886~1889항)

인간이 사회 안에서 하느님에게서 받은 자신의 고유한 소명과 사명을 실현하려면 “물질적이고 본능적인 차원을 내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에 종속시키는 정의로운 가치 체계가 존중돼야” (1886항) 합니다. 이와 관련, 50여 년 전 성 요한 23세 교황은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인간 사회는 무엇보다 먼저 정신적인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사회를 통해 사람들은 진리의 빛 안에서 지식을 교환하고 권리를 행사하며 의무를 수행하고, 도덕적 선을 추구하도록 자극을 받으며, 모든 아름다운 것에서 우러나는 합당한 즐거움을 나누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자신의 가장 좋은 것을 나누고자 하며, 영적 가치들이 언제나 더 풍요롭게 완성되기를 열망한다. 이러한 가치들은 문화 활동, 경제생활, 사회 조직, 정치 운동과 체제, 입법, 그 밖의 모든 분야를 고무하고 이끌어야 한다. 이로써 사회는 인간 공동체를 이루며 끊임없이 발전한다”(「지상의 평화」 36항).

정의로운 가치 체계가 인간 사회에서 존중받도록 하려면,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곧 궁극적 목적에 이르는 수단에 불과한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여기거나 또 지난 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모든 인간 사회 제도의 근본이요 목적인 인간을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렇게 목적과 수단을 뒤바꾸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구조를 낳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능력과 함께 끊임없는 회개가 필요합니다. 이 회개를 통해 우리는 그릇된 제도와 생활 여건을 개선해야 할 의무를 집니다. 인간 사회의 제도와 생활 여건들은 정의의 규범에 맞아야 하며, 선에 도움이 되도록 개선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회개와 함께 은총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은총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악에 굴복하는 비겁함과, 악과 싸운다고 주장하면서 실은 악을 조장하는 폭력 사이에서 좁은 오솔길을 찾아낼 수 없을 것”(1889항)입니다. 그 오솔길은 바로 사랑의 길, 곧 하느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길입니다. 사랑은 가장 큰 사회적 계명입니다. 사랑은 △ 타인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 정의의 실천을 요구하며 △ 또 정의를 실천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정당한 개혁을 촉진”(1896항)합니다.


권위(공권력, 1897~1904항)

지난 4월 시성된 요한 23세 교황은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 “인간 사회는 그 제도를 지켜 주고 또 충분하게 공동선 실현에 이바지하는 합당한 권위가 없다면, 질서가 잡히지도 않고 풍요롭지도 않을 것”(「지상의 평화」 46항)이라고 했습니다.

요한 23세의 지적처럼, 모든 인간 공동체에는 그 공동체를 다스릴 권위, 즉 공권력이 필요합니다. 권위의 근거는 인간 본성에 있으며, 공권력은 국가의 단일성을 위해 필요합니다. 공권력의 역할은 가능한 한 그 사회의 공동선을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위에서 다스리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는 권위란 있을 수 없고, 현세의 권위들도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위에 맞서는 자는 하느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고 그렇게 거스르는 자들은 스스로 심판을 불러오게 됩니다”(로마 13,1-2).

권위에 복종하라는 것은 권위에 대해 적절한 존경을 표해야 하고, 권위의 임무를 행사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존경하며 그들의 공로에 대해 감사하고 호의를 보이라는 것입니다.

권위가 하느님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공권력이 기본적으로 하느님께서 정하신 질서에 속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정치 공동체와 공권력은 인간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또 그러기에 하느님께서 예정하신 질서에 귀속한다는 것이 분명하다”(1920항). 그렇다면 공권력의 정당성은 그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공권력은 독재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되며 자유와 책임 의식에 뿌리 박은 도덕적 힘으로 공동선을 위해”(1902항) 행사돼야 합니다.

또 공동선을 추구하고 또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 권위는 도덕적으로 합당한 방법들을 사용해야 합니다. 만일 “지도자들이 옳지 못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윤리 질서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 있다면, 그런 규정들은 양심을 구속하지 못할 것”이고, 그런 경우 “공권력은 더이상 공권력이 아닌 압제로 변질”된 것입니다(1903항).

[평화신문, 2014년 11월 9일,
정리=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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