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FunFun) 교리] (15) 교계제도 (상)
하느님 백성 가르치고 이끌고 성화하기 위한 제도
민이 : 세라 자매님. 무슨 고민 있으세요?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요.
세라 : 고민은 아닌데…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갑자기 신학교에 가겠다고 하는데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주땡 : 일단은 축하하고 응원해 주셔야죠.
세라 : 그렇긴 한데요… 너무 힘든 길을 가는 걸까봐 걱정도 돼요. 주땡 신부님, 신학교에 가서 신부님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동생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아는 게 너무 없네요.
주땡 : 일단 7년 동안 신학, 철학 등을 공부하고 수련을 거치면서 두 가지 ‘직’(職)과 ‘품’(品)을 받아야만 사제가 될 수 있어요. 교회 안에서 정식으로 독서를 할 수 있는 독서직과 미사 때 사제를 도울 수 있는 시종직, 그리고 부제품과 사제품을 받아야 하죠.
민이 : 어휴, 듣기만 해도 쉽지 않은 과정일 것 같네요. 하지만 초대 공동체부터 이어져오는 사제의 직무를 맡다니… 무척 영광스럽기도 할 것 같아요.
주땡 : 역시 민이 형제님, 잘 알고 계시네요. 교계제도에 속한 모두는 초대교회 공동체에 그 근원을 두고 있지요.
세라 : 교계제도요? 그건 교회의 법 같은 건가요?
주땡 : 교계제도는 하느님의 백성을 가르치고, 이끌고, 성화하기 위한 제도를 뜻해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 열 두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 주교를 도와 각 본당에서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제까지, 교회가 커지면서 그 속의 하느님 백성들을 더 잘 이끌기 위해 다양한 직무들이 생겨났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죠.
민이 : 그럼 교계제도는 신부님과 같은 성직자만 의미하는 건가요?
주땡 : 교계제도는 주교, 사제, 부제라는 성직 신분과 다른 한편으로 수도자, 일반 신자, 예비신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랍니다.
세라 : 부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알고 싶어요.
주땡 : 부제도 초대 공동체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직무예요. 예루살렘의 초대 공동체 시대 사도들이 많은 자선 활동 등으로 일에 과중함을 느꼈고, 이에 ‘식탁 봉사를 할’ 7명의 남자들을 임명하고 축성한 것이 부제의 시작이죠.
민이 : 음, 그럼 부제는 사제가 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요?
주땡 : 한때는 부제직이 그저 사제직으로 가는 과정 정도로만 인식됐던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아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평생 부제로 살아가며 사제를 돕는 종신 부제도 있어요. [가톨릭신문, 2015년 4월 12일, 교리 지도 주요한 신부(오천고 교목실장), 정리 우세민 · 이나영 기자] [펀펀(FunFun) 교리] (16) 교계제도 (하)
성직자 · 수도자, 하느님 나라 위해 독신 서약
민이 : 신부님, 교계제도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라고 하셨잖아요. 교회를 유지해 가는 큰 틀 안에 제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니 큰 무게감이 느껴졌어요.
주땡 : 기나긴 역사를 지니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보편교회 일원이라고 생각하면 신앙 활동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죠. 교계제도 각 주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역할을 갖기에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겠지요.
민이 : 고유한 역할이요?
주땡 : 성직자 역할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을 드렸고요. 수도자는 복음적 권고인 청빈(淸貧), 정결(貞潔), 순명(順命) 서원을 통해 자신을 오로지 하느님께 봉헌한 사람들입니다. 교회 거룩함의 살아있는 표지라고 할 수 있죠. 종말에 완성될 교회 모습을 현세 사람들에게 미리 보여주고 증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세라 : 그럼 평신도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주땡 : 평신도는 풀이하면 ‘평범한 믿는 사람’이란 뜻이 되는데요. 원래는 ‘하느님 백성’을 의미합니다. 즉 이 세상에서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말합니다. 하느님 뜻에 맞게 현세적 일들을 관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는 것이죠.
민이 : 각자 생활 현장에서 그리스도를 증거 하는 것이 평신도 역할이군요.
주땡 : 물론이죠. 그럼, 성직자와 수도자가 평신도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세라 : 저, 알 것 같아요. 결혼하지 않는 점 아닌가요?
주땡 : 네, 그 점이 눈에 띄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죠. 성직자는 부제와 사제 서품 때, 수도자는 종신서약을 하며 독신으로 살 것을 서약합니다. 독신서약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자발적인 서원이에요.
민이 : 결혼하지 않는 삶은 무척 힘들 것 같은데, 왜 굳이 독신서약을 하나요?
주땡 : 독신생활이 거룩한 생활이고,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바칠 수 있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가정에 얽매이지 않고 하느님과 이웃을 더욱 진실하게 섬기기 위해서랍니다.
세라 : 독신생활은 예수님의 뜻이었나요?
주땡 :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독신생활을 직접적으로 명하시진 않았어요. 그러나 예수님 친히 독신이셨고, 하느님을 위해 독신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큰 상급이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가르치셨죠. 바오로 사도는 독신생활에 대해 “혼인하지 않은 남자는 어떻게 하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하고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혼인한 남자는 어떻게 하면 아내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세상일을 걱정합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이 갈라집니다”(1코린 7,32-34)라고 하셨죠.
민이 : 세상 구원을 위해 온전히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우리도 교회 안에서 고유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가톨릭신문, 2015년 4월 19일, 교리 지도 주요한 신부(오천고 교목실장), 정리 우세민 ·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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