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20) 성호경(聖號經) : 천주교 신자의 가장 기본적인 기도
교우들과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던 때였다. 앞에 앉은 자매님들이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기에 “무슨 말씀을 하시기에 큰 소리로 못하고 속삭이고 있나요?”라고 물으니 자매님 한 분이 대답한다. “신부님, 저 뒤에 있는 사람들 있잖아요. 천주교 신자들인가 봐요.” 요즘은 신자들이 관상도 보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재차 물어본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척 보면 알죠. 아까 음식 나오니까 성호경 긋고 기도했어요.”
개신교 신자들은 기도할 때, 먼저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지만,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성호경을 그으며 기도를 시작하고, 또 기도를 마친다. 성호경은 어떠한 의미일까?
성호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① 자기 몸에 오른손(또는 왼손)으로 십자가를 긋는 행위와 ②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고 말로 외우는 것이다.
① 십자가를 자기 몸에 긋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십자가는 본래 2,000년 전 로마 제국에서 사형을 위한 잔인한 도구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후, 십자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단순한 사형 형틀이 아니라 예수님의 구원 업적을 의미하는 상징이 되었고, 그리스도교를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상징이자 표지가 되었다. 특히,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당신의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시어, 죄에서는 죽은 우리가 의로움을 위하여 살게”(1베드 2,24) 해주셨기에 십자가는 그리스도를 통한 사랑과 구원의 표지가 된 것이다.
② 이렇듯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나타내는 표지이지만, 성자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아버지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1요한 4,10). 즉, 성부 하느님께서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시어 구원을 성취하게 하셨고, “성령을 통하여 거듭나고 새로워지도록 물로 씻어 구원하신 것”(티토 3,5)이다. 따라서 십자가를 그으며 그리스도인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신자들이 각자 자신의 몸에 십자가를 그으며 기도하는 것은 우리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또한 동시에 매일 매일의 삶에서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마태 16,24)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다짐이며 약속이다.
오늘 나는 어떠한 마음으로 성호경을 그으며 기도하고 있는가? 혹 부끄러움에 성호경을 긋는 것을 주저하고 있지는 않는가?
[2015년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