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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경으로 풀어보는 교리: 심판과 성령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10 조회수2,998 추천수0

[신경으로 풀어보는 교리] 심판과 성령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실 것과 성령을 저는 믿나이다.”



심판

신약성경은 심판을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그분과의 마지막 만남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주로 이야기하지만, 각자가 죽은 뒤 곧바로 자신의 행실과 믿음에 따라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도 반복하여 천명하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불쌍한 라자로의 비유, 십자가 위에서 회개한 죄수에게 하신 말씀 등)

이러한 대목들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는 영혼의 궁극적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각 사람은 죽자마자 자신의 삶을 그리스도께 셈 바치는 개별 심판으로 그 불멸의 영혼 안에서 영원한 갚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가는 정화를 거치거나, 곧바로 하늘의 행복으로 들어가거나, 곧바로 영원한 벌을 받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판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랑입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우리의 삶이 저물었을 때 우리는 사랑에 대하여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심판은 천국을 위한 하나의 과정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간직하고 죽은 사람들과 완전히 정화된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살게 된다고 하면서, 그들은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기 때문에 영원히 하느님을 닮게 될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는 초월적인 분이시기 때문에, 당신 스스로 인간이 직접 볼 수 있도록 당신의 신비를 드러내 보이시거나 인간에게 그러한 능력을 주실 때에만 그 참모습이 보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천상 영광 안의 하느님을 뵙는 것을 교회는 ‘지복직관’(至福直觀)이라고 부릅니다.


성령의 뜻과 호칭들

성령은 ‘거룩한 영’이란 뜻입니다. 우리말로는 ‘얼’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겠는데, 학문적으로는 ‘기’(기운氣)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영은 히브리말로 ‘루아’인데, 루아는 숨, 숨결, 바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하느님 자신이 거룩한 영이시니, ‘성령’이라는 단어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제3위를 가리키는 고유한 이름이라고 하겠습니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그리스말인 ‘파라클리토’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곁으로 불려 온 분, 곧 변호자라는 뜻입니다. 이를 우리말 성경은 보호자로 번역하였습니다. 과거 공동번역성경에서는 성령을 협조자로 번역하였으나, 이는 없어도 되는 존재라는 어감이 있어 보호자로 대체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성령을 위로자라고도 하는데, 이는 ‘파라클리토’가 ‘위로’라는 뜻을 지닌 ‘파라클레시스’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령에 대한 호칭 이외에 성령을 상징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물(성령 안에서 주어지는 생명의 탄생과 풍요로움을 상징), 기름부음(성령과 동의어로 쓰임), 불(성령의 활동이 지닌 변화시키는 힘을 상징), 구름과 빛(성령의 발현과 분리될 수 없는 것들) 등입니다.


성령의 역할

성령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을 신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십니다. 그런 뜻에서 바오로사도는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아빠! 아버지!’하고 외치고 계십니다.”(갈라 4,6)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와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은 우리보다 앞서 오셔서 우리 안에 신앙을 불러일으키시는 분이 성령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령의 역할을 언급하자면, 우리에게 하느님의 새로운 생명을 전달해주시고, 우리들을 준비시키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우리들을 도와 그리스도께 이끌어 주십니다.

우리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보여 주시고, 그분의 말씀을 상기시켜 주시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하도록 정신을 열어 주십니다. 우리들을 하느님과 화해시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게 하시고, 우리들이 “많은 열매를 맺도록” 그리스도의 신비를 그들 안에, 특히 성체 안에 탁월하게 현존하게 하십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선물로서, 우리들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를 베풀고, 죄로 잃었던 하느님을 닮은 유사성을 회복시켜 줍니다. 우리에게 낙원을 되찾게 해주시고, 하늘나라에 오르게 하시며, 다시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여지게 하십니다.

세례, 견진, 성체성사 등을 통하여 성령을 받은 우리들은 이러한 성령의 능력을 통해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22-23)와 같은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서의 성령

우리는 성령을 어디서 어떻게 깨달을 수 있습니까? 그것은 교회 안에서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는 교회는 자신이 전하는 사도들의 신앙 안에 살아 있는 친교로서 성령을 인식하는 장소이므로, 우리는 다음의 것들 안에서 성령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688항 참조) 곧, 성령께서 영감을 주신 성경 안에서, 교부들의 증언이 언제나 살아 있는 전통 안에서, 성령께서 도우시는 교회의 교도권 안에서, 성령께서 우리에게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게 하시는 성사의 전례 안에서 말씀과 상징을 통하여, 우리를 위하여 성령께서 전구해 주시는 기도 안에서, 교회를 이루는 은사와 직무 안에서, 사도적 삶과 선교적 삶의 표징들 안에서, 성령께서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고 구원 사업을 계속하시는 성인들의 증거 안에서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성령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기에 우리가 자신을 버리면 버릴수록 우리는 더욱 성령의 지도를 따라서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이기심과 욕심, 온갖 욕망에 사로잡힌 나 자신을 버리면 버릴수록 더 성령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절제하는 신앙적인 삶, 사랑의 실천과 열심한 기도생활, 그리고 성사생활을 잘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참고로 가톨릭교회교리서의 가르침을 살펴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의 성사들을 통하여 당신 몸의 지체들에게 거룩한 분이시고 또한 거룩하게 하는 분이신 당신 영을 주신다.”(739항) (그러므로 우리를 위해서 베풀어지는 모든 성사가 또 하나의 성령강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회의 성사들 안에서 신자들에게 주어지는 이러한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따르는 새로운 삶에서 그 열매를 맺는다.”(740항)

교리서가 가르치는 대로, 성모 마리아의 전구에 힘입어 살아가는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기도와 성사생활에 계속 충실하신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따르는 새로운 삶을 충만하게 살아가시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8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 주임, CBCK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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