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25) 인간의 기원은 무엇인가?(×) →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창세기는 인간 창조에 대해 위와 같이 묘사하고 있다. 어쩌면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표현이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성경에 나타나기에 언뜻 당황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지난 시간에 말한 것처럼 창세기는 세상의 기원과 과정이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의미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위 말씀은 “진정한 인간의 조건”과 “인간의 존엄과 소명”이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는 고백을 묘사한 표현이라 볼 수 있다(사목헌장, 12항 참조).
세상 안에서 가장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흙의 먼지가 바로 인간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는 말씀은 우리 인간 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질병과 고통 앞에서 아파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은 마치 흙의 먼지처럼 부서지고 쓰러지며 절망 속에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삶의 고통 앞에서 무기력하게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연약한 인간의 육체에 당신의 숨을 불어 넣으신다. 인간의 코에 생명의 숨, 구원의 숨을 불어 넣으시니 인간이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된 것이다. 우리 인간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들숨’과 ‘날숨’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숨’인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숨을 통해 살아있는 모든 인간의 삶에 함께 하신다! 이러한 신앙고백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과 위안, 격려와 용기를 주게 된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
더 나아가, 모든 인간이 예외 없이 하느님의 숨을 쉬고 있다는 고백은 내 자신의 존엄과 가치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 대한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모든 이가 존엄한 삶을 살게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인종과 성별에 차별 없이, 장애가 있든 없든, 돈이 있든 없든, 기업주이든 노동자이든, 수정된 태아부터 자연사를 기다리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모두 존엄을 가져야 한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창세 1,27)으로 창조되었고, “하느님의 숨”(창세 2,7)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호자가 되는 소명]는 하느님의 창조물 하나하나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사람을 향하여, 특히 아이들, 노인들, 우리가 흔히 생각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궁핍한 이들을 향하여 사랑의 관심을 보여 주면서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의미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미사 강론에서, 성 베드로 광장, 2013년 3월 19일).
[2015년 8월 16일 연중 제20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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