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27)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자렛이라는 작은 동네에 살던 처녀 마리아는 깜짝 놀라 이렇게 물었다. 아마도 요셉과 약혼한 후 결혼 준비로 바쁘게 지냈을 마리아에게 잉태라는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놀랄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천사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답을 알려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어쩌면 이 말에 마리아는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았을 것이다. “정말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성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 세상에 오신 성자(아들)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고”, 동시에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신” 분이시다(필리 2,6-7 참조). 즉 예수 그리스도는 ① 하느님의 아들로서 온전한 신성(神性)을 갖고, 동시에 ② 인간으로서 온전한 인성(人性)을 가지신 분이시며, 인성을 받아들이시기 위해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던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아는 단지 하느님의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으로서 우연히 선택된 것일까? 왜 하느님께서는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여인 마리아를 선택하셨는가? 비록 마리아의 신앙과 삶에 대해 성경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처녀로서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천사의 말을 들은 마리아의 마지막 응답을 통해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리아는 이렇게 고백한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인간의 상식으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신비를 마리아께서는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다”고 확신하며, “믿음의 순종”으로 마음과 몸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마리아께서 “신뢰로 주님께 구원을 바라고 받는 주님의 비천하고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빼어난 분”(교회헌장, 55항)이셨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도”(가톨릭교회교리서, 490항)되신 분이셨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마리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마리아께서 순전히 피동적으로 하느님께 이용당하신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신앙과 순종으로 인류 구원에 협력하신”(교회헌장, 56항)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며 교회의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말씀에 온전한 마음으로 순종했던 성모 마리아의 신앙과 삶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어 우리의 신앙과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2015년 9월 6일 연중 제23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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