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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 산책32: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만 믿으면 되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27 조회수2,587 추천수0

신학 산책 (32)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만 믿으면 되나요?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 초기 교회 공동체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복음 선포의 핵심으로 믿고 있었으며, 우리 역시 이러한 믿음 안에서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 신앙 진리의 정수”(가톨릭교회교리서, 638항)라고 고백하고 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파스카 신비가 가장 중요한 신앙 진리라 한다면, 복음서에 나타난 그 많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것들을 단지 부수적이며 덧붙여진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하고 증언한 초기 교회 1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통해 얻게 된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즉 갈릴래아를 중심으로 공생활을 펼치셨던 예수님의 실제 삶보다는 주님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러한 신앙의 태도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칫 이 태도는 예수님의 강생(육화)의 의미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예수님을 ‘인간의 역사와 삶의 한가운데로 오신 분’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우리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른 곳에 계신 분’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에 맞서 복음사가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들을 기록함으로써 예수님을 신화적(神話的)인 모습에서 벗어나 살과 피를 지닌 구체적인 인물로 드러나게 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복음서의 내용이 예수님의 전 생애를 요약하거나, 그분의 인품과 업적을 단순히 나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복음서는 예수님의 전 생애를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의 주님이시며 그리스도이심을 알려주고 있다. 즉 복음서는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뜻하는 신앙의 의미를 고백해 놓은 것이다.

“그들[복음을 기록한 이들]은 신앙으로 예수님께서 누구신지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분의 지상 생활 전체에서 그 신비의 자취를 볼 수 있었고, 또 보여줄 수 있었다. 당신 탄생 때의 포대기에서부터 수난의 신 포도주와 부활 때의 수의에 이르기까지 예수님 생애의 모든 것은 그분의 신비를 가리키는 표징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515항).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제자가 되어 당신을 따르라는 초대이다. “당신을 낮추심으로써 우리에게 본을 보여 주셨으며, 몸소 기도하심으로써 우리를 기도로 이끄시고, 친히 가난한 사람이 되심으로써 우리가 가난과 박해를 자유롭게 받아들이도록 이끄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520항). 따라서 우리가 복음을 읽고 묵상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주님이시라는 고백’과 함께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의 삶을 다짐’하는 것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가르침은 구원의 삶의 길을 밝혀주는 지침이며, 예수님의 전 생애는 우리 삶의 본보기이며 길잡이이다.

[2015년 10월 25일 연중 제30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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