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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 산책40: 대사(大赦)는 면죄부인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21 조회수2,818 추천수0

신학 산책 (40) 대사(大赦)는 면죄부인가?

 

 

대사(大赦: 큰 대, 용서할 사; Indulgentia)는 라틴어로 ‘관대한 용서’ 또는 ‘은사(恩赦: 은혜 은, 용서할 사)’를 뜻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를 면죄부(免罪符)로 잘못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중세시대 종교개혁 당시에 가톨릭의 대사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레오 10세 교황님께서는 성 베드로 대성당(1506-1626) 건축 시기에 대사를 선포하셨는데, 대사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이행해야 할 것을 권고하셨다. “첫째, 사제에게 가서 고해성사를 보아야 한다. 둘째, 지정된 성당을 순례하여야 하며, 순례할 때마다 정해진 기도를 바쳐야 한다. 셋째,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선행을 해야 하는데, 이는 성 베드로 성당 건축비로 헌금을 바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돈이 없는 사람들은 헌금 대신 기도와 재계로 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성직자들은 위 조건들 중, 세 번째 조건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마치 헌금을 해야 대사를 받는 것처럼 주장하였다. 특히 고해성사를 받은 사실과 자선의 선행을 실천한 것을 ‘대사증서(大赦證書)’에 기입하게 하였는데, 종교개혁 당시 일부에서 이를 면죄(免罪)의 효과를 갖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고, 한국개신교에서는 이를 면죄부(免罪符)로 잘못 표현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대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1967년 교황령 『대사 교리(Indulgentiarum Doctrina)』를 통해 대사는 “이미 [고해성사를 통해서] 그 죄과에 대해서는 용서받았지만, 그 죄 때문에 받아야 할 잠시적인 벌(暫罰: 잠시 잠, 죄 벌)을 하느님 앞에서 면제해 주는 것”을 뜻하며, “선한 지향을 가진 신자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교회의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선포하셨다(교황령, 제1규범; 가톨릭교회교리서, 1471항).

 

죄와 벌을 구별하여, ‘죄를 용서받는 것은 고해성사’이며, 고해성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남게 된 ‘한시적 잠벌을 면제해주는 것이 대사’라고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 또한 선한 지향을 가진 신자라는 말은 대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신자를 뜻하며, 일정한 조건은 일반적으로 ① 고해성사, ② 영성체, ③ 교황님의 지향에 따른 기도, ④ 지정된 성당이나 순례지에 참배 등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대사는 교회를 통해서 얻게 되는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 받은 권한으로 하느님께로부터 잠벌의 사면을 얻도록 그리스도인을 위해 중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478항 참조).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비와 자선의 행위와 더불어 기도와 여러 속죄 행위로 ‘묵은 인간’을 완전히 벗어 버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갈아입도록 힘써야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473항). 교회가 대사를 부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노력을 격려하고 북돋아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대사는 죄를 없애주는 면죄부가 아니라, 우리 신앙인들에게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용서의 은총’인 것이다.

 

* ‘자비의 특별 희년’(2015.12.8-2016.11.20)에 천주교 신자들은 일정한 조건을 이행하면 전대사(全大赦)를 받을 수 있다.

 

[2015년 12월 20일 대림 제4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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