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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재화의 보편적 목적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01 조회수2,764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재화의 보편적 목적

 

모든 사람이 사용하도록 창조

 

 

“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 (창세 1,29)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이 땅을 일구어 그 열매를 따먹게 하셨다. 그리고 그 열매는 단지 아담과 하와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창조는 첫 인류만이 아니라 첫 인류로 시작해서 마지막 인류까지를 위한 하느님의 놀라우신 일이다.

 

이렇게 하느님 창조의 열매가 특정한 몇몇 사람이나 인종이나 계급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졌다는 것이 가톨릭 사회교리가 말하는 ‘지상 재화의 보편적 목적’ 원리가 뜻하는 바다. 즉,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다. 따라서 창조된 모든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서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풍부히 돌아가야 한다.’(사목헌장 69항)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교회는 사유재산권을 부정하지 않지만, 반대로 최고의 가치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보다는 지상 재화의 공동 사용권이 우선한다.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의 남용을 배격하고, 그 한계와 범위가 적절하게 규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의 빛으로 비추어 볼 때, 신앙인들은 사유재산과 자본의 증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마치도 금과옥조로 여기는 ‘성장’ 또는 ‘시장’에 대해서 경계해야 한다. 경제성장만 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거나 시장이 지상 재화를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해줄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2% 수준의 지금 정부를 두고서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고, 경제성장률이 제법 되었던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에도 오히려 양극화가 꾸준히 진행되었다. 경제 성장은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으로 모든 사람이 잘 사는 것은 아닌 것이다. 또한 시장의 기능이 재화를 모두에게 적절하게 분배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러한 메커니즘으로서 시장은 실패했다. 어쩌면 시장의 법칙 때문에 모든 이에게 재화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것이다.

 

지구상의 곡식은 부족함이 없는데 아직도 많은 이들은 굶주려야 하고, 지구상의 의료품은 모자람이 없는데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질병에 시달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시장의 법칙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먹을 만큼 충분한 양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굶주림은 재화와 소득의 불의한 분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분노(복음의 기쁨 191항)”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묵상해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모두가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 잘 된다고 모두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는 사유재산권과 시장의 자유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보험과 사회보장을 더욱 확대하는 등, 이른바 보편적 복지를 더욱 확대해나가야 한다.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재벌집 손자에게까지 왜 급식을 해주어야 하냐며 자산조사를 통한 선별적 복지로 나가야 된다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자산조사로 국가의 복지를 제한하면, 받는 게 없으면서 주는 이와 주는 게 없으면서 받는 이들로 곧장 나누어진다. 자산조사를 통한 선별적 복지의 결과는 사회 통합이 아니라 분리이고, 가난한 이들을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제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보험과 보장을 통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바로 ‘재화의 보편적 목적’을 그 나름대로 실현(사목헌장 69항)하는 길이며, 그것이 바로 공동선의 증진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이 방향이 윤리적으로 옳은 길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길이기도 하다.

 

*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 신학원장과 신학대학 교수를 맡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일,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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