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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3: 하느님에 대한 인식(31-49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1-14 조회수2,759 추천수1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3. 하느님에 대한 인식(31~49항)


본능적으로 갈망하는 대상은 항상 존재하고 인식 가능하다

 

 

교회는 “인간이 이성의 타고난 빛을 통하여 피조물로부터 출발하여 만물의 근원이며 목적이신 하느님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가르칩니다.”(36항)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느님을 갈망하는데(27~30항 참조), 그 본성적으로 갈망하는 대상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가르침에 의하면 “하느님이 있다면 한 번 보여주세요”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만나고자만 한다면 반드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는 태어나서 엄마를 찾습니다. 엄마를 갈망하는 본성이 넣어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별한 방해가 없다면 아기는 엄마를 반드시 발견하게 됩니다. 갈망의 본성은 갈망하는 대상이 먼저 존재해야 의미가 있고 찾을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모기가 본성적으로 피를 갈망하는데 그 피를 찾을 수 없다면 멸종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인간 안에 본성적으로 당신을 갈망하는 본성을 넣어주시고 사람에게서 당신을 감추실 수 없으십니다. 

 

그런데 아기가 엄마를 만나는 데는 그 인식능력의 한계에 따라 ‘점진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때 만나는 엄마와 유치원 때 엄마, 혹은 사춘기가 되어 만나는 엄마와 엄마가 자신을 낳았을 때의 나이에 알게 되는 엄마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부모가 돼 봐야 부모를 안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도 ‘점진적으로’ 더 깊이 부모를 알게 되고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방식도 이와 같습니다. 먼저 하느님은 인간이 ‘자연과 세상’을 통해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하셨습니다. 이를 하느님의 ‘자연 계시’라고도 부르는데, 인간이 찾으려고만 하면 자연의 운동과 변화, 세상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통하여 우주의 시작이요 마침이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32항 참조)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보고 분명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재하게 만드시는 ‘절대적 존재’, 아름다운 모든 것들에 아름다움을 부여하시는 ‘아름다움 자체’, 모든 움직이는 것들을 움직이게 만드시는 ‘에너지(제일원동자) 자체’가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을 보며 찾아낸 이 절대자가 교회가 가르치는 하느님과 다르지 않습니다. 

 

교회는 또한 ‘인간 자신’을 이성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절대자를 만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33항 참조)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간을 탐구할수록 하느님을 더 알게 되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와 같은 고대 철학자는 자신의 부당한 죽음을 올바로 심판해줄 영원한 심판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독배를 기꺼이 마셨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도 인간 안의 ‘양심’이란 존재를 인정하며, 옳고 그름을 심판할 분이 그 양심을 넣어주셨을 것임을 직감합니다. 

 

교회는 또한 인간이 처한 상황 때문에 이성의 빛만으로는 하느님을 온전히 인식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37항) 하느님은 우리 인식 범위를 초월하시는 분이시기에, 우리는 그 인식의 한계를 넓혀갈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은 이를 위해 당신이 이스라엘의 역사나 예언자들을 통하여 직접 당신 자신을 계시하셨습니다. 이를 자연적 계시와 구별하여 ‘직접적 계시’라고 부릅니다. 직접적 계시의 완성은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알 수 있는 더 이상의 큰 계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면 아기는 엄마를 절대 찾을 수 없습니다. 엄마는 아기에게 아기가 인식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점차적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은 인간 안에 당신을 찾고 싶은 갈망을 심어놓으셨고 당신 자신을 점차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각자에게 맞게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인간이 원하기만 하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하느님의 존재를 만나지 못할 수 없습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1월 13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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