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5. 사회교리의 원칙과 본질 ‘협력’
교회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향합니다 박 형제: 신부님, 최근 저희 아파트에서 주민들 사이에 격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 신부: 그러셨군요?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박 형제: 새해부터 최저임금이 올랐잖아요? 그래서 경비원들의 임금도 올랐는데 그것을 관리비로 지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관리비를 더 부담하기 어려워서 경비인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비용이 좀 올랐어도 그분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신부: 박 형제님 생각은 어떠세요? 박 형제: 예상 외로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니 아파트 주민들이 월 1~2만 원만 더 부담하면 되는데, 그 돈 때문에 인력을 줄여서 아파트의 안전과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데다, 가족처럼 지내던 분들을 돈 때문에 내보낼 순 없었습니다. 배제와 소외가 아닌 협력 최근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현실적 이해관계의 문제이므로 첨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처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잘 이해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기와 시간이 흘러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판단 원칙은 바로 ‘인간 존엄과 상생’입니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어라’는 옛 격언처럼,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비용과 효율성이 결코 사람보다 우선될 수 없습니다. 함께하고 서로 협력하며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사회교리 서문의 제목은 ‘통합적이고 연대적인 인도주의’입니다. 이 말에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덕목들, 배려, 협력, 소외시키지 않음, 형제적 사랑과 우정 등의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입니다. 기업활동에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오래되고 중요한 경영 원칙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 사회적 우정이란 말도 종종 사용됩니다. 이러한 가치들은 차가운 경쟁과 매정한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고 배려함으로 이루는 상생과 기쁨의 따뜻한 사회를 지향합니다. 이것은 결국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우리 신앙의 가르침입니다.(마태 22,37-39) 세상과 사회의 목적, 더불어 살아가는 사랑의 사회 지금 시대를 불확실성의 시대라 표현합니다. 세대 간의 불화, 복잡해져 가는 사회에 대한 염려, 기술발전에 반(反)하는 인간소외 현상, 경제성장의 둔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갈등과 불안의 중심에는 ‘서로 협력하지 못함’이 있으며 그것이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사람들 간 이기심과 욕심, 경쟁이 자꾸 커져만 갑니다.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증오와 미움, 소외와 고독, 어려움과 재난 등에 맞서는 방법은 ‘협력’입니다. 그래서 간추린 사회교리는 “살아 있는 구성원으로서 서로 협력하는 것은 무한 경쟁과 대립적 사고에 맞서는 것”(420항)이라 강조합니다. 현실적인 문제들은 우리를 괴롭고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를 더 짓누르는 것은 하느님과 이웃으로부터 멀어짐입니다. 인간은 함께 살 때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교리의 의의는 사랑의 문명을 향해 세상과 이웃을 위해 봉사함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끊임없이 복음을 선포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온갖 불확실함에 용감히 맞서고 증오를 분쇄하기 위해 복음의 일꾼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합니다. 그리고 사회교리는 구체적으로 교회가 어떻게 세상과 이웃에게 이바지해야 할지를 제시해 줍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1월 27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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