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 경제생활 (4) 새로운 시대의 경제 질서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인류가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인류가 더 이상 기존의 삶의 방식대로는 살 수 없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는 인류가 변하지 않으면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함께 합니다. 그렇다면 경제 분야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경제를 개념화하고 살아왔던 방식이 그간 자연과 인간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탐욕의 극대화, 신자유주의 사회적 방어막이 온전히 작동되지 않는 현시대 상황 속에서, 도대체 인류가 그동안 무엇을 위한 과학, 기술, 경제, 정치를 쌓아놓고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간 우리는 인간만이 최고인 줄 알았습니다. 자본주의는 이런 인간의 허영심과 욕망을 충족시키는 시스템이어서 이윤 추구를 미덕으로 포장했고, 신자유주의는 이를 극대화했습니다. 지속적인 이윤 추구가 가능해지려면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동반되어야만 합니다. 물신을 섬기는 세상 속에서 소외된 것은 인간 그 자체이며, 착취된 것은 자연입니다. 이제 지구는 쓰레기로 가득 찬 행성이 되어버렸고, 피조물들의 자리는 줄어들다 못해 6차 대멸종이 시작된 상황입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문화가 우리를 마비시키고, 시장에 새 상품이 나오면 사고 싶어서 안달합니다. 반면에 기회의 박탈로 좌절된 모든 이의 삶은 우리의 마음에 전혀 와닿지 못하고 단순한 구경거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교황 프란치스코, 권고 「복음의 기쁨」, 54항) 공동선을 향한 경제 코로나19를 통해 인류가 새삼스럽게 깨달은 바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연결된 존재들이었고, 인간과 인간이 국가와 민족을 넘어 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1코린 12,26) 그러니 더 이상, 코로나19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인류에게는 새로운 공동의 가치 설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경제 분야에 있어서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하면, 그 가치에 맞춰서 시스템도 확립될 것입니다. 재물로 대표되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지배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에 지구는 너무나 소진되었다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경고합니다. 사회교리가 기존부터,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목표로 제시하는 가치는 공동선입니다. 모두가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동의 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공동선을 목표로 두고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야 합니다. 인간과 인간이 공존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피해를 주는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인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지구를 상처 입히고 인간을 탐욕의 동물로 전락시켰던 죄의 구조를 공동선의 구조로 변화시킬 때가 왔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경제 질서는 공동선에 기반하기를 소망합니다. [2020년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의정부주보 5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수동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