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72.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55항)
사회를 좋게 변화시키는 원동력 ‘상호 사랑’ “세계 곳곳에서 상처들의 치유로 이끄는 평화의 길들이 필요합니다. 독창적이고 담대하게 치유와 새로운 만남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장인들이 필요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 225항) 코로나19 속에서 “사는 게 별거야? 그냥 씩씩하게 사는 거지”라며 용기를 내 보아도 막상 어려움이 닥치면 힘듭니다. 코로나19도 그랬습니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잘되던 회사가 부도를 맞거나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집안에 갇혀 살다 보니 우울증이 오고, 심지어 심하게 아프거나 돌아가신 분도 많았지요. 그 터널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고 배웠습니까? 마스크 쓰기? 비대면 업무나 격리, 혼자 있기? 그런데 다른 것은 없었을까요? 혹시 내가 더 친절한 사람이 됐다든지, 아니면 가족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이 더 애틋해졌다든지, 또는 기도를 더 열심히 한다든지 말이죠. 코로나19가 사회와 문화 속에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와 우리 사회는 더 좋게 바뀌고 있습니까? 좋은 변화란 ‘좋게 변화된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표현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랑’입니다. 친구의 슬픔에 함께하고, 서로 안부 묻고 돌보고 배려하며 나누는 모습이 바로 사랑이고 개인에게는 좋은 변화의 결실이겠지요. 또 그런 모습들이 어우러진 사회가 좋게 변화된 사회이지요. 사람이 성장해 가듯 우리도 좋게 변화돼야 합니다. 신앙이 깊어져 성화(聖化)되고 그리스도와 깊은 일치를 이루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좋은 변화에 대해 언급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리스도와 동화돼 가는 이들은 내적 변화를 체험하며(42항, 44항) 삶의 깊은 신비를 깨달아 사회를 좋게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4항) 그들은 이를 위한 촉매가 되며(52항) 이런 변화는 모든 시대에 꼭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상호 사랑’이라고 합니다.(55항) 그리고 진정한 사회변화의 여부는 개개인의 행동이 얼마나 확고하게 사랑으로 변화됐는가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134항) 사랑하며 보듬으며 용기를 내어 힘들게 코로나19를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잘 이겨 내고 극복한 분들도 계시지만 애석하게도 생을 마감하거나 삶이 망가져 버린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기도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버티어 냈다면 그 시간을 지탱케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개인 역량과 의지 등의 요소도 있겠으나 함께하는 친구와 가족, 공동체가 아니었을까요? 같이 힘을 모으면 못 할 게 없고 신앙의 핵심도 ‘주님께서 함께하심’이듯 그 함께함과 그로 인한 사랑이 외롭고 힘든 시간을 이겨 내게 하지 않았을까요? 코로나19도 끝나 가고 세상도 늘 변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와 사회를 좋게 변화시키고 넘어짐에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바로 상호 사랑입니다. 맞습니다. 서로 힘과 마음 모아 씩씩하게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참 좋은 세상입니다! “세상의 변화는 우리 시대에도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교도권은 이러한 필요에 대하여 시대의 징표가 요구하는 해답을 제시하고자 하며,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시각에서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가장 강력한 변화의 도구인 사람들 사이의 상호 사랑을 강조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5항) [가톨릭신문, 2022년 6월 12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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