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88. 십계명 - 새로운 계명(「가톨릭교회 교리서」 2052~2055항)
사람은 자기가 선택한 아버지의 뜻대로 산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는 한 범죄집단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키우게 된다는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아이는 이 다섯 명 범죄자들의 자녀로 성장합니다. 어느 날, 범죄자 아버지들을 화이가 죽이는 일이 벌어집니다. 범죄자 아버지들의 명령대로 사람을 죽였는데, 그 사람이 바로 친아버지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죽인 친아버지의 아들이 되기 위해 비로소 가짜 아버지들을 죽일 용기를 냅니다. 우리는 삶에서 누군가가 준 법칙을 따릅니다. 그 법칙을 준 이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처음엔 자신, 나중엔 부모나 친구, 스승이나 나라, 이념 등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아버지를 “위해서” 삽니다. 그러다가 내가 선택한 아버지가 자기 영혼까지 책임져주지는 못함을 깨닫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아버지를 찾게 됩니다. 영원한 생명을 약속할 새 아버지와 새 법을 원하게 됩니다. 한 부자 청년이 예수님을 찾아와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선하신 분은 아버지 한 분뿐이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은 그에게 이웃 사랑에 관한 계명들을 지키라고 하십니다. 그는 이런 계명들을 다 지켜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가진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십니다.(마태 19,16-26 참조) 재산을 가난한 이에게 주는 것은 ‘이웃 사랑’이고 당신을 따르는 것은 ‘하느님 사랑’입니다. 재산을 섬기던 청년에게 새 아버지가 되어주시고 새 법을 주신 것입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로마 13,10) 이 계명은 이미 모세를 통해 십계명으로 주어졌습니다. 교리서는 “십계명은 율법의 완성인 사랑의 이 단일한 이중 계명에 비추어 해석되어야 한다”(2055)라고 말합니다. 십계명은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라 인정하기 위해 따라야 할 하느님 자녀의 삶의 규칙입니다. 물론 구약의 백성도 십계명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십계명을 지키려면 먼저 이전의 아버지를 버려야 합니다. 화이가 범죄자 아버지를 버려야 친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었던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먼저 내 죄가 내 친아버지를 피 흘리게 했음을 알지 못하면 이전의 아버지들을 죽일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곧 예수님의 죽음 없이는 지금까지 순종해오던 아비들을 죽일 수 없어서 새로운 계명을 따를 수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에게 “너희는 너희 아비인 악마에게서 났고, 너희 아비의 욕망대로 하기를 원한다”(요한 8,44)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는 사생아가 아니오. 우리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느님이시오”(요한 8,41)라며 반발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에게서 난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다. 그러므로 너희가 그 말씀을 듣지 않는 것은, 너희가 하느님에게서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요한 8,47 참조)라고 하십니다. 그리스도는 우리가 이전의 아비를 죽일 용기를 주시기 위해 우리 죄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그분을 살리기 위해 나를 죽여야 합니다. “완덕의 길은 십자가를 거쳐 가는 길입니다. 자아 포기와 영적 싸움 없이는 성덕도 있을 수 없습니다.”(2015) 우리는 죄의 아비들을 죽일 용기를 얻기 위해 우리 죄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았음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2년 10월 16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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