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39) 성체성사는 신앙생활의 핵심입니다 교회는 성체성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처럼 미사에 가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교회는 차선책으로 방송 미사와 신령성체(神領聖體, 미사 참례할 수 없을 때 성체에 대한 신심을 가지고 마음으로 성체를 모시는 행위)를 권고했습니다. 방송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마음으로 성체를 모시는 것이 무의미한 일은 아니지만, 일시적 대체 수단일 뿐 신앙생활 자체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수난 전날 저녁 사랑하는 제자들과 만찬을 하셨고, 이때 당신 몸과 피로써 성찬의 희생 제사를 제정하셨습니다. 구원 사건의 절정은 십자가 위에서 이루어졌는데, 인류 구원을 위해 당신이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대속), 십자가 희생 제사를 바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때 십자가 희생 제사의 의미를 설명하셨고, 이 예식을 행하라 당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루카 22,19-20) 십자가 사건은 우리 모두를 위한 희생 제사입니다. “미사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가 영속되는 제사적 기념”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82항) 미사 혹은 성체성사는 십자가 희생 제사를 기념하고 지속하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단 한 번의 희생 제사로 영원히 완전하게 해 주셨지만(히브 10,14 참조), 우리는 미사 예식을 반복합니다. 이는 단순 반복이 아니라, 십자가 희생 제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미사를 통해 십자가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구원 사건을 ‘지금 여기서’ 재현하고 현존시키기 위함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예수님이 제물로 바쳐진 희생 제사이고, 이를 통해 우리 죄를 대속(혹은 구속, 대가를 치러서 자유롭게 되는 것) 혹은 속량(혹은 속죄, 대가를 치르고 풀려나는 것)하는 것입니다. 미사 역시 십자가 희생 제사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제물로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입니다. 인간 구원을 위해 스스로 희생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기념함으로써 지금 여기서 그분의 현존을 체험하고 함께하는 것, 결국 그분과 하나 되는 것이 미사이고 성체성사입니다. 신앙이란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안에 계신 하느님께서 활동하시도록 나를 비우고 조용히 머무는 것이 신앙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갈라 2,20 참조)이 신앙생활입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 우리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과 친교와 일치를 이루는 것이 미사입니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의 의미는 물론, 부활의 의미도 전해줍니다. 예수님은 성체성사 안에서 ‘생명의 빵’(요한 6,35.48), ‘살아 있는 빵’(요한 6,51)입니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십자가 죽음의 의미, 이를 통해 얻게 된 구원 은총, 부활의 의미와 가능성 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미사이고 성체성사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는 죽음을 이겨내는 영생의 힘입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성체성사로 살아갑니다. [2022년 11월 20일(다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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