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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194: 복음과 사회교리 - 화해와 용서로써 만드는 참 그리스도인 공동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29 조회수841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94.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492항)


화해와 용서로써 만드는 참 그리스도인 공동체

 

 

“나 자신, 다른 사람,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빵입니다. 그것은 누군가 웃으며 내게 건네주는 장미, 그 이상입니다. 화해는 삶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기도 합니다. 내 안에는 빵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장미를 필요로 하는, 구원에 대한 허기가 있습니다.”(안드레아 슈바르츠 「새로운 시작, 부활이 왔다」 중)

 

 

두려움을 넘는 신뢰

 

대림 첫 주간, 전례력으로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합니다.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리며 우리 마음에도 희망의 촛불이 켜집니다. 그 빛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며 가려져 있던 삶의 길을 비출 것입니다. 다만 그 빛을 받아 간직하고 복음을 살아 내려는 믿음이 필요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뭔가 두렵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겪었던 많은 실패와 상처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망설이고 마음을 닫으려 하고 의심과 두려움, 해묵은 미움에만 머물려 할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따라 살려는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은 하느님의 사랑과 선하심에 대한 신뢰입니다. 성모님께서 어린 소녀의 신분으로 구세주 잉태 예고를 받아들이신 것은 좋은 예표입니다. 그것은 두렵지 않아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두려웠음에도 하느님을 신뢰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습니다.

 

 

공동체, 사랑이 증거되는 자리

 

하지만 두려움을 넘어 사랑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루카복음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는(15장) 하느님의 무한한 용서와 자비, 더불어 공동체의 중요성도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려 했던 죄 많은 아들은 아버지의 사랑 때문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여러 아픔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여전히 공동체였습니다.

 

그 아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방황하고 아파하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집과 고향을 잃은 이주민들, 마음 둘 곳 없이 소외되고 외롭게 살아가는 이웃들, 가난과 병고에도 불구하고 친구나 공동체가 없는 이들의 삶입니다.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그 공동체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복음선포와 하느님 나라를 위한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참된 공동체의 본질은 정치적 이익이 아닌 사랑과 형제애라 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50항 참조)

 

 

화해와 용서, 참다운 그리스도 공동체의 모습

 

공동체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하고 방탕한 흥미를 위한 모임은 복음적 공동체가 될 수 없습니다. 사도행전 초대교회 모습에서 강조하듯 주님의 말씀 안에서 함께 기도하고, 주님의 만찬을 거행하며, 가진 것을 나누고 한마음으로 살아가려 모인 이들이 바로 진정한 공동체입니다.(사도행전 2장 참조) 세속의 분쟁과 소모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나눔, 봉사와 희생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려는 이들이 바로 그리스도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사람이 모인 어느 곳이든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로 미움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화해와 용서로써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분열과 반목이 넘치는 세상 안에서 복음을 전하며 하느님을 증거하는 가장 명확한 표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이 이중의 화해로써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예수님께서 참 행복에서 선포하신 말씀처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492항)

 

[가톨릭신문, 2022년 11월 27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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