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96.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495항)
인류의 희망 이어가려면 ‘올바른 사랑’에 대한 성찰 필요 “평화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질서의 추구를 통해 날마다 조금씩 이룩되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평화 증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할 때에만 꽃필 수 있다. 분쟁과 폭력을 막으려면, 평화를 모든 사람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가치로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이 절대 필요하다.”(「간추린 사회교리」 495항) 세상은 안전할까?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1986년 저서 「위험사회」에서 인류가 미래에 겪을 위험의 특징을 제시합니다. 전염성이 빠르고, 어디서나 발생하며, 위험 인식도가 높아지고, 안전은 공적 소비재가 되며, 그 위험은 결국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010년 출간된 「울리히 벡의 오늘도 괜찮으십니까」에서 전 세계가 겪는 고통으로 불평등, 불법의 합법화, 권력남용, 총성 없는 전쟁, 환경 폭풍, 유럽연합의 위기, 세계주의의 그림자를 제시했습니다. 이미 우리가 겪은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세계 경제 악화, 10·29 참사, 레고랜드 발 금융위기, 이제는 끔찍한 재앙이 되려 하는 지구 온난화 사태 등 무수한 위험들이 그가 지목한 위험의 특성들을 고스란히 보여 줍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안전합니까? 울리히 벡의 혜안은 36년 전의 것이고, 그 사이 기술 및 과학은 크게 발전했지만 안타깝게도 세상과 사회는 그 예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물질문명에도 야만적 전쟁이 발발하고 위중해진 기후 상황, 한국에서는 ‘모녀 사건’으로 상징되는 반복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비인간적 처지는 세상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과연 나와는 아무 관련 없는 문제일까? 복음서에 묘사되는 종말의 날처럼 어느 날 화산이 폭발하고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 그런 파국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물론 신앙인들은 예수님께서 세상을 이기셨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도 말아야겠으나, 하느님께서 주신 자연을 함부로 사용하고 자연과 동식물을 착취하고 이웃의 어려움에 무관심했다는 책임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동의 과제와 참된 사랑 성탄의 기쁨을 누려야 할 시기에 무거운 이야기를 드려 송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해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들의 일이기 때문이지요. 재난 방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소홀히 했을 때 우리 중 누군가가 예기치 못한 인재의 희생자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2015년 세상을 떠난 울리히 벡을 포함한 많은 이들은 물질문명의 한계, 공동의 집의 유한성을 강조하며 파국으로 향해 가는 인류가 인식과 문화를 탈바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한 이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소통과 신뢰를 통한 협력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성탄을 맞이하며 특별히 성찰해야 할 것을 나누고자 합니다. 바로 ‘올바른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며 사는지, 혹 내가 사랑하는 것이 대상과 목적, 방법에 있어 건강한 것인지 말입니다. 우리 각자가 만일 올바로 사랑한다면 인류의 희망은 이어질 것입니다. “사랑의 속성은 소유하려는 동경과 열망인데 중요한 것은 첫째로, ‘무엇을 사랑하는가’, 즉 대상이다. 올바른 대상을 그리워하고 열망하는 것이 참된 사랑이며(amor, caritas, dilectio) 반대로 그릇된 대상을 열망하고 그리워하면 이는 탐욕(cupiditas)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 ‘정화’(purgatio)인데 올바른 사랑이려면 정화의 과정을 통해 그 방향이 ‘피조물에게서 창조주에게로’, ‘세속에게서 이웃과 하느님께로 돌려져야’ 한다.”(성 아우구스티노 「요한 서간 강해」 참조) [가톨릭신문, 2022년 12월 11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