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올바른 성모 신심이란 (2) 성모 발현과 사적 계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하느님께 대한 ‘표징’을 요구하며(1코린 1,22 참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고 싶어 하고, 눈으로 가늠할 수 없는 믿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일까. 일부에서는 성모 발현 메시지를 받았다는 주장 속에 잘못된 사적 계시를 전파함으로써 그릇된 성모 신심을 심어주며 신앙 공동체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사실 교회 역사상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곳에서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주장들이 있었고, 여기에 대해 교회는 엄격한 절차와 신중한 식별을 통해 드물게 공식적인 승인을 해왔다. 하지만 성모 발현에 대한 교회의 승인은 신자들의 영적 선익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지, 결코 모든 신자들이 반드시 믿어야 할 ‘믿을 교리’를 뜻하지 않는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신비를 인간에게 알려주시는 ‘계시’를 공적 계시와 사적 계시로 구분한다. 공적 계시는 예언자들과 사도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완전히 드러나고 성취되었다(히브 1,1-2 참조). 다만 하느님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지 당신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실 수 있기 때문에, 각 개인에게 이뤄지는 사적 계시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적 계시와 사적 계시의 두 관계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단연코 계시의 완성자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시기 전에는 어떠한 새로운 공적 계시”(『계시헌장』 4)란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사적 계시는 공적 계시를 보충하거나 대체할 수 없으며, 오히려 공적 계시와 어긋나는 사적 계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사적 계시의 내용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상반된다면 그것은 결코 교회 안에서 인정될 수 없다(『올바른 성모 신심』 39-40 참조). 실제로 교회에서 인정된 성모 발현 메시지는 모두 복음을 바탕으로 가톨릭교회 가르침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때문에 누군가 성모님의 메시지 등의 사적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인정될 수 없으며, 반드시 교회의 공식적인 승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느님의 계시에 대해 올바로 보존하고 해석할 권한과 책임을 맡은 교회가 사적 계시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렸다면, 우리는 그 결과를 믿음 안에서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모 발현과 메시지를 올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기준이다. 물론 성모 발현 등의 가시적인 현상을 통해 뜨거운 영적 체험이나 신앙생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사적 계시로 전해진 성모 발현과 메시지를 찾기 이전에, ‘먼저’ 공적 계시로 전해진 복음서에 나오는 성모님의 모범을 다시금 곱씹어보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는 철저한 침묵과 겸손으로 예수님의 전 생애를 동반하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을 알려주시고,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곰곰이 되새기며, 실천하고자 했던 성모 마리아의 참된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결국 성모님처럼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며, 온전한 사랑 속에 그리스도의 삶을 충실히 따라 살아가는 것, 이것이 올바른 성모 공경과 신심으로 나아가는 시작이요, 출발점이다. [2023년 1월 15일(가해) 연중 제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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