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03. 넷째 계명 ④ (「가톨릭교회 교리서」 2214~2220항)
부모를 공경하지 못하면 하느님을 공경할 수 없다 우리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십계명의 네 번째 계명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리서는 부모를 공경해야 하는 이유가 “하느님의 부성(父性)은 인간이 지닌 부성의 근원”(2214)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 부모의 사랑이 창조자 하느님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김원전」이라는 우리나라 고전소설이 있습니다. 주인공 김원은 태어날 때 검은 알 모습을 하여 이름이 둥글다는 뜻의 ‘원’(圓)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내에게 “도대체 우리가 기대했던 아기는 어디 있소?”라고 묻습니다. 이 소문이 퍼지게 되자, 동네 사람 중 어떤 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알에서 이무기가 나와 못된 짓을 하고 사람들을 많이 죽였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군사를 풀어 그 이무기를 죽이고, 그것을 낳은 사람도 흉악한 죄인이라 하여 빛을 못 보는 곳에 가두었다가 굶겨 죽였습니다.” 부부가 자신들이 낳은 검은 알을 보며 시름에 잠겨 겨우 밥을 한술 뜨고 있는데, 알이 이불 속에 있다가 굴러서 밥상 옆으로 옵니다. 아버지가 입도 없는 녀석이 밥을 먹으려고 하니 신기해하며 밥을 한 그릇 주어보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알에서 입이 새 부리처럼 나와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버렸습니다. 부부는 그 모습이 신기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검은 알은 그렇게 밥을 먹으며 몸집이 커져서 결국 다른 방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15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달빛을 타고 신선이 내려와 알을 깨뜨리니 알에서는 건장한 청년이 나옵니다. 이 청년은 머리가 아홉 달린 아귀라는 괴물이 공주 셋을 납치해가는 것을 목격하고 공주들을 구하러 갑니다. 아귀가 사는 지하세계에 들어가 괴물을 죽이고 공주들을 구하고 그중 한 명과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만약 김원의 부모가 이웃의 말을 듣고 아이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면 아이는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기는 본래 자기만 아는 존재입니다. 젖을 먹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아기는 없습니다. 당연하게 받아먹습니다. 김원이 알로 태어난 것은, 모든 아이는 본래 자기 생존만을 생각하는 짐승의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부모는 그런 아기를 이웃을 사랑하여 목숨을 바쳐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존재로 재창조합니다. 다 자란 자녀는 이제 부모처럼 머리 아홉 달린 아귀와 싸워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이렇게 부모는 인간을 창조하신 창조자 하느님의 가장 중요한 협조자가 됩니다. 이런 면에서 인간 부모를 공경함은 곧 그 부모를 보내시어 우리를 당신 자녀가 되게 하신 하느님을 공경함과 같습니다. 먼저 동물의 수준에서 인간으로 창조되지 않으면 하느님 자녀로의 창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부모를 공경할 줄 알아야 하느님 자녀가 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인간이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창조자인 부모를 공경하지 못하면서 보이지 않는 창조자 하느님을 공경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려면 또한 내가 하느님 자녀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부모가 커다란 역할을 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부모에 대한 존경은 사실 성령의 은사들 중 하나인 하느님 경외에 뿌리를 두고”(2217) 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를 버리는 자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와 같고 자기 어머니를 화나게 하는 자는 주님께 저주를 받습니다.”(집회 3,16) 하느님의 지혜는 “네가 그들에게서 태어났음을 기억하여라”(집회 7,27)라고 가르칩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2월 5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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