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십자가의 길(Via Crucis) 성당에 들어가면 좌우 벽면에 성화나 조각품으로 걸린 ‘십자가의 길’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특히 사순시기 금요일에 바치도록 권고합니다.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다음 무덤에 묻히실 때까지의 이 여정은 ‘고통의 길’(Via Dolorosa, [비아 돌로로사])이라고도 불립니다. ‘십자가의 길’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건 중세 이후입니다.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1090-1153),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1226), 성 보나벤투라(1217-1274) 같은 성인들은 깊은 믿음으로 십자가의 길을 바쳐 신심 기도로 자리잡는 토대를 놓았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에 대한 신심은 예루살렘 성지를 향한 십자군 운동에서 꽃피웠습니다.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탈환하여 예수님 삶의 터전을 복원하고자 했고, 1233년부터 프란치스코회 수사들은 예루살렘에 상주하며 성지를 보호하였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귀환한 십자군과 순례자들은 자신들의 도시나 거주지에 그곳에 있던 성지의 모형을 건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십자가의 길이 처음부터 현재 모습의 14처로 정해진 건 아니었습니다. 제1처에선 ‘어머니께 인사드리는 예수님’이나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심’ 또는 ‘겟세마니의 극심한 번민’을 묵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을 구성하는 처의 숫자도 다양하였는데, 5세기경 볼로냐의 성 스테파노 성당에 설치된 십자가의 길은 5개의 처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벨기에 안트웨르펜에서는 7개 처로 된 십자가의 길이 발견되었고, 16세기 네덜란드 지역의 신심 지침서에는 14처로 된 게 나오며, 12개나 11개 처의 십자가의 길도 발견되었습니다. 지금의 14처는 18세기 중엽 교회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던 형식을 교황청에서 승인한 것입니다. 오늘날 일부에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분리돼선 안 된다는 이유로 제15처로 주님의 부활을 묵상하기도 하는데, 이를 반드시 인정해야 하거나 거부해야 할 사안은 아닙니다. 14처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2023년 3월 12일(가해) 사순 제3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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