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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212: 복음과 사회교리 - 참으로 인간다운 사회의 기본은 정직과 성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0 조회수445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212.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134항)


참으로 인간다운 사회의 기본은 정직과 성실

 

 

마침내 핑의 차례가 왔습니다. 핑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임금님이 벌을 내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임금님이 핑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왜 빈 화분을 들고 왔느냐?” 핑은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대답했습니다. “임금님께서 주신 씨앗을 심고 날마다 물을 주었지만, 싹이 나지 않았사옵니다. 더 좋은 화분에 더 좋은 흙을 담아 심어도 싹이 나지 않았습니다! 꼬박 한 해를 돌보았지만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꽃이 없는 빈 화분을 들고 온 것입니다. 이 빈 화분이 제 정성이옵니다.”(데미 「빈 화분」 중)

 

 

빈 화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빈 화분」이라는 작품입니다. 옛날 중국의 어떤 임금이 후계자를 뽑기로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준 꽃씨를 온 나라에 뿌리며 정성껏 가꾼 아이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하죠. 그래서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 핑이라는 아이도 꽃씨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핑은 씨앗을 심어 꽃이 피도록 온 노력을 다합니다. 그런데 갖은 노력을 했건만 웬일인지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때가 차서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꽃이 만발한 화분들을 임금께 가져가는데 핑만이 빈 화분을 가져갑니다. 다른 친구들은 꽃을 못 피운 핑을 조롱합니다. 핑은 어떻게 됐을까요? 요즘으로 비유하자면 몇 년을 정직하게 노력한 학생이 형편없는 성적을 들고 온 상황이라 할 수 있을까요? 핑의 성실한 노력은 헛된 것일까요?

 

 

정직과 성실

 

대답은 간단합니다. 임금이 모든 아이들에게 준 씨앗은 익힌 씨앗이었습니다. 그러니 애당초 꽃이 필 수가 없었던 것이죠. 임금은 이렇게 말합니다. “빈 화분에 진실을 담아 내 앞에 나타난 핑의 정직함과 용기는 높이 살 만하다. 그 보답으로 그에게 나라를 물려주고, 왕으로 삼으리라!” 요컨대 빈 화분의 주제는 목적을 위해 불의한 방법을 수단으로 삼지 않은 핑의 정직과 성실, 도덕성입니다.

 

실제로 정직과 성실은 중요합니다. 신앙의 본질적 가르침이며 모든 것의 바탕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읽히는 오늘날의 세상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적잖은 청소년과 청년들은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사회가 과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이들이 보상받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이웃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회일까요?

 

 

어른의 품격

 

물론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고, 치열한 경쟁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직과 성실이 결여된 사회는 더이상 희망도 미래도 없습니다. 그런 세상을 마주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냉랭할 것이고 정직과 성실이 없는 종교는 아무 힘도 없습니다. 정직과 성실이 사라진 원인은 가장 먼저 저를 포함한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첨단 교육 자재를 마련하고, 각종 교육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지만 한 어른의 정직하고 성실한 삶, 그리스도를 본받으려는 삶도 더 중요해 보입니다. 저출산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어려운 현실에서도 가정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 응원의 실천으로 나부터 정직함을 살아 내는 올바른 어른이 되길 다짐해 봅니다.

 

 

“참으로 인간다운 사회(정의롭고 성실하고 정직한 사회)의 기본이 되는 그러한 도덕적 태도를 키우는 일은, 단순히 남에게 기대할 수 있거나 제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명백히 인간이 맡은 과업이다.”(「간추린 사회교리」 134항)

 

[가톨릭신문, 2023년 4월 9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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