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11]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나시며” 1: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하여 우리는 먼저 그분이 ‘성령으로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나신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생물학적 기본 지식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고백은 어떤 분들에게는 걸림돌일 수도 있겠고, 어떤 분들에게는 “전능하신 하느님”이시니 불가능할 것이 무엇이겠냐 싶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이 내용은 마태오복음(1,18-25)과 루카복음(2,1-7)이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성경에 나오는데다, 아마도 그 출처가 성모님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것에 대해 신학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때로 우리는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생각지 못한 더 깊고 중요한 진리를 깨닫기도 합니다. 아이작 뉴턴이 사과가 왜 아래로 떨어지는지 질문하지 않았다면 지구에 중력이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더 늦게 (어쨌든 누군가는 또 질문했을 테니까요) 알려졌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누군가에는 당연해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은, ‘동정녀에게서 탄생하신 분’에 대한 신앙고백에 대해서도 한 번쯤 질문해도 될 것 같습니다. 특이한 것은 마르코복음과 요한복음은 이 내용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은 왜 이 이야기를 전하는 걸까요? 단순히 사실이기 때문일까요? 바오로 사도의 서간문에는 ‘동정녀에게서의 예수님 탄생’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갈라 4,4에 매우 흥미로운 구절이 있습니다. “때가 찼을 때 하느님은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나게 하셨습니다.” 1세기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낳고 이름을 주는 것은 아버지였습니다. 따라서 바오로 사도의 이 선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고 이것은 마태오복음에서 예수님의 족보를 기술하는 것과도 조화를 이룹니다. 이 족보에서 아들 탄생의 주체는 항상 남성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서 이 틀이 깨집니다. “야곱은 요셉을 낳았는데, 그의 약혼자는 마리아였고 그로부터 예수가 태어났다.”(마태 1,16) 예수님의 탄생은 여성인 마리아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인간적 사랑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으로, 즉 성령으로 잉태되셨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신 분”에 대한 신앙은 예수님이 하느님으로부터 오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 하느님이심, 곧 그분의 신성에 대한 신앙고백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분의 수난과 돌아가심, 부활, 그리고 성령강림을 체험한 후 그분이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분명하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 부활 후에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성령께서 사실은 예수님 삶의 모든 순간, 탄생에서부터 부활에 이르기까지 관여하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신 분”에 대한 고백은 제자들의 이 신앙을 표현한 것입니다. [2023년 4월 23일(가해) 부활 제3주일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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