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15. 일곱째 계명 ① (「가톨릭교회 교리서」 2401~2418항)
도둑이 되지 않으려면 집사가 되어야! - 램브란트 ‘약은 집사의 비유’. 우리의 모든 것은 본래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에 “불의한 재물”이다. 십계명의 일곱째는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라는 계명입니다. 교회는 재물에 관하여 태초부터 ‘인류의 공동 관리’(2402)로 맡기셨다고 가르칩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는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것일까요? 교회도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2404)를 인정합니다. 사유재산이 존중되지 않으면 도둑질도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남의 것을 상대의 의사를 거슬러 ‘자기 것’으로 삼는 일이 도둑질입니다.(2408 참조) 그런데 빵을 훔친 장 발장의 경우는 어떨까요? 그것도 죄일까요? 교리서는 “타인의 재물을 차지하고 사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 되는 분명한 위급 상황의 경우”는 “절도가 아니다”(2408)라고 규정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타인의 곡식에 손을 댄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을 “죄 없는 이들”(마태 12,7)이라고 하셨습니다. 왜 사도들은 남의 곡물을 마음대로 취했는데도 죄가 없을까요? 도둑질은 에덴동산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께 봉헌되어야 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우리 첫 조상이 차지하였습니다. 주님은 “땅의 십분의 일은, 땅의 곡식이든 나무의 열매든 모두 주님의 것이다. 주님에게 바쳐진 거룩한 것이다”(레위 27,30)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말라키서에서 “너희는 나를 약탈하면서 ‘저희가 어떻게 당신을 약탈하였습니까?’ 하고 말한다. 십일조와 예물이 아니냐!”(말라 3,8)라고 꾸짖으십니다. 결국 모든 것을 하느님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약탈이고 도둑질이 됩니다. 여기에서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이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바오로 사도는 “사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1티모 6,10)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재물 자체는 죄가 없습니다. 죄는 재물 자체가 아니라 재물을 좋아하는 인간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 마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예수님은 ‘약은 집사의 비유’(루카 16,1-15)를 통해 그 해답을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약은 집사처럼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라”(루카 16,9)라고 하십니다. 우리의 모든 것은 본래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에 “불의한 재물”입니다. 하느님의 것을 나의 것처럼 사용하기에 의롭지 못한 재물입니다. 종이 주인의 것을 탐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받은 현세의 모든 재물이 하느님의 것임을 믿는 일이 중요합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 것임을 고백하는 이는 사유재산권을 포기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그 자체로 도둑질을 할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도둑질은 타인의 것을 ‘나의 것’으로 삼는 일인데 자신의 처지가 청지기라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도둑질이 성립되지 않는 것입니다. 신앙인에겐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니 당연히 어떤 것도 나의 것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또한 하느님 뜻대로 하느님과 형제적 사랑을 위해 사용하면서 살도록 힘써야 합니다.(2401 참조) 종은 주인의 재물을 주인의 의도대로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곧, “부요하셨지만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당신의 가난으로 우리를 부요하게 하신 주님의 너그러우심을 본받아”(2407) 우리의 재물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유익하도록 주의하며 살아야 합니다.”(2405) 결국 하느님과 이웃에게 도둑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하느님의 관리인’(2404)임을 믿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4월 30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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