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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신앙 고백

교회 교리서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제 1 장 천주 성부를 믿나이다 제1절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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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단락 창조주

279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 이러한 장엄한 말로 성경은 시작된다. 신경은 이 말을 인용하여 “천지의 창조주”,(101)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102) 이신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고백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창조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피조물을, 끝으로 죄에 떨어짐에 대하여 다룰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키러 오셨다.
280 창조는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모든 계획’의 기초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절정에 이르는 “구원 역사의 시작”(103) 이다. 거꾸로 말하면, 그리스도신비는 창조의 신비를 비추는 결정적인 빛이다. 그리스도신비는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창세 1,1) 창조의 목적을 밝혀 준다. 한처음부터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질 새로운 창조의 영광을 의중에 두셨던 것이다.(104)
281 이 때문에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창조를 기리는 부활 성야독서는 창조 이야기로 시작된다. 비잔틴 전례에서 창조 이야기는 항상 주님대축일 전야의 첫 번째 독서가 된다. 옛 증언에 따르면, 세례를 위한 예비 신자들의 교육도 이와 같은 방법을 취했었다.(105)

I. 창조에 관한 교리 교육

282 창조에 관한 교리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이 교리인간과 그리스도인 삶의 근본 그 자체와 관련된다. 왜냐하면 창조 교리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의 기원은 무엇인가-”, “우리의 목적은 무엇인가-”, “모든 존재하는 것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모든 시대에 걸친 인간들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대답을 분명하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기원과 목적에 대한 두 질문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둘은 우리의 삶과 행동 방식의 의미와 방향을 결정짓는다.
283 세계와 인간의 기원 문제는 많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러한 연구는 우주의 생성 시기와 크기, 생명체의 등장, 인간의 출현 등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풍부하게 해 주었다. 이러한 발견으로 우리는 더욱더 창조주의 위대함을 찬미하고, 그분의 모든 업적과, 학자들과 연구자들에게 주신 지능과 지혜에 대해 감사한다. 그들은 솔로몬처럼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분께서 만물에 관한 어김없는 지식을 주셔서 세계의 구조와 기본 요소들의 활동을 알게 해 주셨다.……나는 감추어진 것도 드러난 것도 알게 되었으니, 모든 것을 만든 장인인 지혜가 나를 가르친 덕분이다”(지혜 7,17-21).
284 이러한 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자연 과학 고유의 영역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질문들로 강렬한 자극을 받게 된다. 이 질문은 단순히 언제 어떻게 우주가 물질적으로 생겨났는지, 또는 인간은 언제 발생했는지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기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그 기원이 우연이나, 맹목적인 운명이나, 이름 모를 필연성의 지배를 받는지, 또는 하느님이라고 불리는, 지성을 지닌 선한 초월존재의 지배를 받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만일 세계가 하느님의 선과 지혜에서 연유하는 것이라면, 왜 악이 존재하는지, 악은 어디에서 오는지, 악은 누구의 책임인지, 악에서 해방될 수는 있는지 하는 것들을 묻는 것이다.
285 처음부터 그리스도교 신앙은 기원에 대한 교회의 대답과는 다른 많은 대답에 직면하였다. 예컨대, 고대의 종교와 문화에는 기원을 다룬 많은 신화가 있다. 어떤 철학자들은 만물이 신이고, 세계는 신이라고, 또는 세계의 변화는 신의 변화라고 하였다(汎神論). 다른 철학자들은 세계가 신의 필연적인 유출이며, 세계는 그 근원에서 흘러나왔다가 다시 그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영원히 투쟁하는 선과 악, 빛과 어둠의 두 근원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二元論, 마니교). 이러한 개념들 가운데 하나에 따르면, 세계는(적어도 물질적인 세계는) 타락의 산물이므로 악하며, 따라서 이는 버리거나 초월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靈智主義). 다른 이들은 세계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신은 세계를 마치 시계처럼 움직이도록 창조했고, 일단 창조한 뒤에는 나름대로 움직이도록 방치한다고 한다(理神論). 그리고 끝으로 어떤 이들은 세계의 어떠한 초월적 기원도 인정하지 않으며, 이 세계에서 항상 존재하는 단순한 물질의 작용만을 볼 뿐이다(唯物論). 이러한 시도들은 기원에 관한 질문이 언제 어디서나 제기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러한 탐구는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다.
286 인간의 지성이 이미 기원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실 창조주 하느님의 존재는, 비록 종종 모호하거나 오류로 왜곡될 수도 있지만, 인간 이성의 빛의 도움으로 하느님의 업적을 통하여 확실히 알 수 있다.(106) 그러므로 신앙은 이러한 진리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성을 비추어 주고 견고하게 한다. “믿음으로써, 우리는 세상하느님의 말씀으로 마련되었음을, 따라서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음을 깨닫습니다”(히브 11,3).
287 창조의 진리는 모든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하므로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이, 이 주제에 대해 깨닫는 데 유익한 모든 것을 당신 백성에게 계시하고자 하셨다. 모든 인간창조주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자연적인 지식을 넘어서서,(107)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창조의 신비를 점진적으로 계시하셨다. 성조들을 선택하시고, 이스라엘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시고, 그들을 선택하시어 당신 백성으로 만드신(108) 그분께서, 땅의 모든 백성과 온 땅이 당신에게 속해 있으며, 당신 홀로 “하늘과 땅을 만드신”(시편 115[113 하],15; 124[123],8; 134[133],3) 분이심을 알려 주신다.
288 이처럼 창조 계시는, 유일하신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과 맺으시는 계약에 대한 계시나 그 계시의 실현과 분리될 수 없다. 창조는 이 계약을 향한 첫걸음으로서, 또 하느님의 전능하신 사랑에 대한 첫 번째 보편적 증거로서 계시되었다.(109) 따라서 창조의 진리예언자들의 메시지와,(110) 시편기도(111) 전례, 그리고 선택된 백성의 지혜로운 성찰 안에서(112) 점점 더 힘차게 표현된다.
289 창조를 다룬 성경의 모든 말씀 가운데 창세기의 처음 세 장(章)은 독특한 자리를 차지한다. 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본문들은 다양한 원천을 가지고 있다. 하느님감도를 받은 성경 저자는 이 본문들을 성경의 시작 부분에 배치하였다. 그리하여 그 장엄한 말로 창조의 진리, 하느님 안에 있는 창조의 기원과 목적, 그 질서와 선(善), 인간의 운명, 그리고 끝으로 죄의 비극과 구원희망까지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빛으로, 성경의 단일성 안에서 그리고 교회의 살아 있는 성전 안에서 읽을 때, ‘창조’, ‘타락’, ‘구원의 약속’ 등의 말들은 ‘한처음’의 신비에 대한 교리 교육의 주요 원천이 된다.

II. 창조 -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업적

290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 성경의 이 첫 말씀은 세 가지 사실을 말하고 있다. 영원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외의 모든 것을 비로소 존재하게 하셨다. 당신 홀로 창조주이시다(‘창조하다’ - 히브리 말로 ‘bara’ - 라는 말은 언제나 하느님만을 주체로 한다). 존재하는 것 전체(‘하늘과 땅’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는 그것들에게 존재를 주시는 하느님께 달려 있다.
291 “한처음에……말씀이 계셨다. 말씀은……하느님이셨다.……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요한 1,1-3). 신약 성경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 곧 영원한 말씀을 통해서 만물을 창조하셨음을 계시한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콜로 1,16-17). 교회신앙은 또한 성령의 창조적 활동도 언명한다. 그분께서는 “생명을 주시는 성령”,(113) “창조주 성령”(“오소서 성령이여 창조주시여” - 성무일도 찬미가), “모든 선의 원천”(114) 이시다.
292 구약 성경 안에 암시되고(115) 새로운 계약 안에 계시된, 성부의 창조 활동과 분리될 수 없는, 성자성령의 창조 활동은 교회신앙 규범으로 분명하게 확언된다. “하느님께서는 오직 한 분뿐이시다.……그분은 아버지이시고, 그분은 하느님이시며, 그분은 창조주이시고, 그분은 주인이시며, 그분은 만드는 분이시다. 그분은 당신 자신, 곧 당신의 ‘말씀’과 당신의 ‘지혜’를 통하여”,(116) “당신의 두 손”이신 “성자와 성령을 통하여”(117) 만물을 창조하셨다. 창조는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공동 업적이다.

III. “세상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창조되었다”

293 “세상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창조되었다.”(118) 이것은 성경성전이 끊임없이 가르치고 찬미하는 진리이다. 보나벤투라 성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신 것은 “당신의 영광을 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영광을 드러내고 나누시기 위해서이다.”(119) 하느님께는 당신의 사랑과 선하심 이외에 창조를 위한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랑의 열쇠가 만물을 창조할 손을 열었다.”(120) 그리고 제1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당신의 선하심으로, 그리고 전능하신 능력으로, 유일하신 참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행복을 더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당신의 완전을 획득하기 위해서도 아니라, 당신의 창조물들에게 부여하신 선을 통하여 당신의 완전함을 드러내시기 위하여, 가장 자유로운 계획 안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한처음에, 유형무형의 피조물 하나하나를 무에서 창조하셨다.(121)
294 이렇게 당신 선하심을 드러내고 나누시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영광이며, 이를 위하여 세상이 창조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좋으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랑하시는 아드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은총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습니다”(에페 1,5-6). “하느님의 영광은 바로 살아 있는 인간이며, 인간생명하느님을 뵙는 것입니다. 창조를 통한 하느님계시가 벌써 지상의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 생명을 주시는데, 하물며 ‘말씀’을 통한 성부의 드러나심이야 하느님을 뵙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더 생명을 주는 일이 되겠습니까.”(122) 창조의 궁극적인 목적은 “만물의 창조주이신 성부께서 마침내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1코린 15,28)이 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동시에 우리의 행복을 돌보시는 것이다.”(123)

IV. 창조의 신비

하느님께서는 지혜와 사랑으로 창조하신다

295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지혜로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믿는다.(124) 그러므로 세계는 어떤 필연성이나, 맹목적 운명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피조물들을 당신의 존재와 지혜와 선에 참여시키고자 하시는, 하느님자유로운 의지에서 세계가 생겨났음을 우리는 믿는다. “주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셨고, 주님의 뜻에 따라 만물이 생겨나고 창조되었습니다”(묵시 4,11).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셨습니다”(시편 104[103],24). “주님은 모두에게 좋으신 분, 그 자비 당신의 모든 조물 위에 미치네”(시편 145[144],9).

하느님께서는 ‘무에서’ 창조하신다

296 하느님께서는 창조를 위하여 이미 존재하는 아무것도 아무런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125) 창조가 신적 실체의 필연적인 유출은 더욱 아니다.(126) 하느님께서는 자유로이 ‘무에서’ 창조하셨다.(127)
하느님께서 이미 존재하는 물질로 세계를 만드셨다면 특별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인간 장인(匠人)도 재료를 주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듭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전능은 바로 무로부터 당신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을 만드신다는 데서 드러납니다.(128)
297 성경은 ‘무에서’ 창조하신다는 신앙을 가능성과 희망이 넘치는 진리로서 증언한다. 이를테면 일곱 아들의 어머니는 그 아들들에게 순교의 용기를 이렇게 북돋아 준다.
너희가 어떻게 내 배 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준 것은 내가 아니며, 너희 몸의 각 부분을 제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생겨날 때 그를 빚어내시고 만물이 생겨날 때 그것을 마련해 내신 온 세상창조주께서, 자비로이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너희가 지금 그분의 법을 위하여 너희 자신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2마카 7,22-23.28).
298 하느님께서는 무에서 창조하실 수 있으시므로, 성령을 통하여 죄인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심으로써(129) 그들에게 영혼 생명을 주실 수도 있으며, “죽은 이들을 다시 살리시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도록 불러내시는”(로마 4,17)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에게 부활을 통하여 육신 생명을 주실 수도 있다. 또, 당신의 ‘말씀’을 통하여 어둠에서 빛이 생기게 하실 수 있으므로(130)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신앙의 빛을 주실 수 있다.(131)

하느님께서는 질서 있고 선한 세상을 창조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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