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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인쇄

한자 聖靈
라틴어 Spiritus Sanctus

   1. 성령에 관한 계시 : 성서에서 성령에 대하여 사용한 단어는 고유한 형태가 아닌 무정형(無定型)의 단어로서 바람[風] 또는 숨, 입김[氣息]을 뜻하는 Ruah(히브리어), Pneuma(그리스어), Spiritus(라틴어) 등의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① 야훼의 영 : Ruah의 첫째 뜻은 바람이다. 바람은 구약에서 자주 하느님 야훼의 현존(現存)을 표시한다(창세 3:8). 바람은 하느님의 창조하시는 기운이요(창세 1:2, 시편 33:6), 하느님의 능력의 도구로서(2사무 22:16, 민수 11:31)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저항을 분쇄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출애 15:10, 이사 30:27-28, 욥기 4:9, 호세 13:15, 예레 13:24). Ruah는 또 야훼의 입김이며, 만물은 이 입김으로 생명을 받는다(창세 1:30, 2:7, 6:17, 7:15, 민수 16:22, 27:16, 이사 42:5, 욥기 12:10). 이스라엘 역사 안에 돌연하고 일시적인 하느님의 간섭은 야훼의 영이 한 일이라고 본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주위의 이민족들과의 투쟁에서 그들을 구해낸 판관들 즉 오드니엘, 에훗, 데보라, 기드온, 삼손 등은 일시적으로 야훼의 영을 받아 초인적 용맹과 지략으로 백성을 구하였다(판관기 참조). 왕정시대에는 야훼의 영을 받은 사람은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는 항구적 사명과 능력을 받아서 왕이 되었고, 그 증거로 도유식을 거행하여 신성권위를 지니게 되었다(민수 11:16-17, 27:15 · 23, 1사무 16:13, 2사무 22:32). 야훼의 영은 가끔 충격적인 예언을 하도록 일시적으로 예언자에게 내린다. 모세, 발람, 아마새, 아자리아스, 즈가리야의 경우이다(민수 11:17, 24:2, 1역대 12:18, 2역대 24:21). 대예언자들은 자기들의 사명이 일시적인 경고를 주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민중을 야훼의 길로 인도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임을 지각하고 있지만, 그들도 때로는 야훼의 영의 충격으로 독특한 행동을 취하였다(에제 3:12·14, 7:3, 11:1, 43:5).

   유배 이후로는 일반적으로 예언자들의 모든 종교적 행위는 야훼의 영에 의하여 지시되는 것으로 인정되었다(즈가 7:12, 느헤 9:30). 특히 이스라엘의 결정적 메시아인 '야훼의 종'에게는 야훼의 영이 머물러 있어서 정의를 선포케 하고(이사 42:1-4), 온갖 고난을 받고 자기 생명대속물(代贖物)로 내놓아 이스라엘을 구원하게 한다(이사 53:1-11). 야훼의 영은 점차 이스라엘을 윤리적으로도 향상시킨다. 그는 참회겸손과 덕성과 평화를 주고(시편 51:2-9, 133:10, 이사 32:15),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는 지혜를 주어(지혜 9:17) 이스라엘정화하고(에제 36:26, 39:29), 메시아적 백성 전체에게 야훼의 영이 주어진다(이사 49:21, 요엘 3:1). 일반적으로 구약에서는 야훼의 영은 하느님의 힘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위격(persona)으로 보지는 않은 것 같다.

   ② 예수와 성령 : 신약에서 언급한 하느님의 영도 그 전부가 바로 명시적으로 성령을 가리킨다고 말할 수 없다. 많은 경우에는 구약과의 연결성으로 보아 하느님의 힘이라고 볼 것이지만, 몇몇 텍스트는 명백히 성부성자와 구별되는 성령을 뜻한다. 하느님의 영은 요한 세자의 탄생에 작용하셨고(루가 1:5-25), 마리아에게 예수를 수태시키셨고(루가 1:35), 마리아와 즈가리아와 시메온에게 예언을 하도록 하셨다(루가 1:39-56 · 67-79, 2:25-35). 요한 세자는 영의 도우심으로 예수가 메시아임을 인식했고(요한 1:32, 3:34), 메시아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풀 것"이라 하였다(마태 3:11). 예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에 성부의 선언이 있었고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나타나셨다(마태 3:13-17, 마르 1:9-11, 루가 3:21-22). 예수의 영세는 그가 성령으로 충만한 메시아임을 선언하는 예식이었다(루가 4:14). 예수는 성령의 힘으로 악마유혹을 물리치셨고(마태 4:1), 악령에게 시달리는 사람들을 풀어주셨고(마태 12:28),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셨다(루가 4:18). 항상 성령으로 가득한 예수는 구약의 예언자들처럼 예외적 현상이 없이 일상사처럼 기적을 행하시고 말씀을 선포하셨다(요한 16:13-15).

   예수는 당신과 함께 하시는 성령을 제자들에게도 주시기로 약속하셨다. 당신이 세상을 떠나신 뒤에는(요한 17:12) 성령께서 그들을 보호하시고(요한 14:16, 16:7), 박해시에는 물론이고(마르 13:11, 마태 10:20) 세속과의 일상적 투쟁 속에서도 함께 계실 것이다(요한 14:16). 그리하여 예수께서 생애를 통하여 성부를 증거하신 것처럼(요한 5:41, 8:50, 12:49) 성령은 제자들에게 예수를 증언할 것이며(요한 15:27, 16:13-15), 제자들도 예수를 증언할 것이다(요한 15:27).

   ③ 성령과 초대 교회 : 초대 교회의 모습을 증언하는 사도행전은 성령의 복음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성령의 임재(臨在, assistentia)와 역사하심이 넘쳐흐르고 있다. 성령의 강림을 받은 제자들은 사도가 되어 용감히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1-14). 그들의 설교는 성령께서 시키시는 대로 했으며(사도 2:2), 그들의 지혜와 언변은 당대의 학자들을 침묵시켰다(사도 4:13-14, 6:10). 사도들은 성령의 지혜로 악인들의 생각을 폭로하셨고(사도 5:1-11, 8:18-23) 일곱 부제와(사도 6:1-6) 사도 바울로바르나바선택했으며(사도 13:2),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을 선포할 것을 깨달았고(사도 8:4-17, 10:1-48), 새 신도들을 구약의 율법에서 해방시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사도 15:28).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여 스승 예수를 방불케 했고(사도 3:14, 5:15-16, 8:4-7 · 39, 9:32-35 · 36-41, 14:8-10, 19:11-12, 28:3-4), 가야 할 장소와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식별하였다(사도 16:6-7).

   사도들이 성령께 받은 은총 중에서도 복음선포를 위한 열성과 용기는 뛰어난 것이었다. 그들은 구원의 진리를 깊이 깨닫고 대담하게 전했으니(사도 4:29-31) 민중 앞에서(사도 3:11-26), 의회나 법정에서(사도 4:2-20, 5:26-42, 7:1-53, 23:1-11), 관헌들과 왕공들 앞에서(사도 24:10-23, 26장), 한결같은 용기와 지혜로 복음을 선포하였다. 그들은 온갖 박해에도 불구하고(사도 4:1-22, 5:17-42, 8:1-3, 12:1-5, 13:50-51) 예루살렘, 사마리아, 시리아, 소아시아, 그리스 반도, 로마에 이르기까지 항상 성령의 인도로(사도 20:22) 전도의 발길을 멈추지 아니했고, 마침내 순교로써 그리스도를 증거하였다(사도 7:54-60, 12:1-2). 성령은 초대 교회 신자들에게 뜨거운 형제적 사랑을 부어주시어 그들을 일치시키셨다. 재산을 공유할 정도로 서로 도왔으며 기도애찬과 찬미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사(사도 2:43-46, 4:32-37) 사람들은 그들의 형제애를 탄복하였다(사도 2:47).

   성령에 의하여 사도로 불렸음을 확신하는 바울로는(2고린 3:2-3) 성령의 지시대로 움직이고(사도 20:22-24) 그 지령대로 설교한다(1고린 2:3-4). 바울로도 공관복음(共觀福音)처럼 성령이 그리스도의 영임을 역설한다. 성령의 능력으로(로마 1:4) 예수를 부활시키신(로마 8:11) 성부께서는 성자로 하여금 생명을 주는 영이 되게 하셨고(1고린 15:45) 성령으로 하여금 부활하신 주님영광이 되게 하셨다(2고린 3:18). 우리가 받은 성령은 하느님이 주셨고(1고린 2:12), 그는 우리 안에 살아 계시고(로마 8:11, 1고린 3:16, 16:19),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증명해 주시고(로마 8:15-16, 갈라 4:6), 우리를 아버지께 나아가게 하신다(에페 2:18).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산다는 것은 성령에 의하여 산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성령을 모시지 못한 사람은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다(로마 8:1 · 5 · 9).

   성령은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부어주시어(로마 5:5) 우리를 율법의 속박에서 해방하여(로마 7:6, 2고린 3:6, 갈라 5:19)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의 상속자가 되게 하시고(갈라 13:13), 죄로 죽은 인간을 영신적 인간으로 재생시키시고(로마 8:10),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여(갈라 5:19-23) 하느님의 진노에서 벗어나 성령의 평화와 즐거움을 누리게 하신다(1데살 1:6). 성령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깊은 경륜을 깨닫게 하시고(1고린 2:10) 바로 고백하게 하시기 때문에(1고린 12:3) 성령의 도우심으로 신앙의 보화를 충실히 간직해야 한다(2디모 1:14).

   모든 믿는 이는 한 세례로 한 성령을 받아 한 몸을 이룬다(1고린 12:13, 에페 4:3). 이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기 위하여 각 지체에 다른 기능과 은사를 분여하신다(1고린 12:7, 14:4). 여기에는 말씀의 은사를 위시하여 지혜, 지식, 신앙, 치유, 기적, 예언, 방언, 해석, 식별, 봉사, 격려, 지도의 은사들이 있고(로마 12:6-8, 1고린 12:4-11), 사도와 전도사와 교사들도 교회의 직책이며 그 직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은사를 받고 있다(1고린 12:28-31). 마침내 모든 은사 중의 태양인 사랑의 선물은(1고린 13장, 2고린 6:6, 갈라 5:22, 로마 5:5) 모든 신자를 그리스도 안에 하나로 묶어 놓는다(에페 4:4-6).

   ④ 위격(位格)으로서의 성령 : 신약에서도 하느님의 영은 많은 경우에 하느님의 힘을 가리키고, 간혹 인격화할지라도 문학유형상의 인격화에 불과하지만 몇몇 구절에서는 분명히 성부성자와 구별되는 위격으로서의 성령을 말해주고 있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라"(마태28:19)는 구절은 공관복음의 유일한 구절이고 상당히 늦게 마태오복음에 삽입된 것이다. 사도행전에서도 단 한 번 예루살렘 회의의 결의를 "성령과 우리의 결정이라"(사도 15:28)고 하면서 성령을 독립된 위격으로 표현했고, 다른 경우에는 하느님의 힘을 인격화해서 표현하고 있다.

   사도 바울로서간에서도 많은 인격화가 보이지만(로마 8:15, 1고린 3:16, 14:25) 명시적으로 성령의 위격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느님과 주님과 성령의 역할을 구별해서 말하고(1고린 12:4-11) "주 예수 그리스도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친교를"(2고린 13:13) 신자들에게 축원하고 있다. 요한복음은 최후의 만찬석상의 주님의 고별사로써 성령의 위격을 뚜렷이 증언하고 있다. 성령은 예수 승천 후에 예수를 대신하여 제자들을 보호하시고(요한 14:26, 1요한 2:27), 제자들이 예수께 배운 진리를 깨닫게 해주시고(요한 16:13-15), 그리스도를 증거해 주신다(요한 15:26, 1요한 5:5-10). 요한 16:8과 13에서는 영이라는 중성명사 대신에 남성명사 (증거자)를 사용하였다. 그는 신자들 안에 살으시고(요한 14:17, 16:7) 활동하신다(요한 14:16-19 · 26, 15:26).

   2. 성령에 관한 교의사 : 초대 교회신경에도 분명히 성령은 성부성자와 구별되는 위격으로 고백하고 있는데, 이 신앙교리를 신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많은 세월이 필요하였다. 성서는 아무런 기술적인 설명도 없이 성부 · 성자 · 성령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세 위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신학의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성부성자와 성령의 신성(神性)을 성서에 의하여 인정하면서도 성부를 최고의 자립신(自立神), 성자를 그 다음의 신, 성령을 제 3의 신으로 해석하여 자칫하면 삼신론(三神論)이 되기도 하고, 또는 일신론을 지키느라고 성자와 성령의 종속론(從屬論, subordinatianism)이 되기도 하였다.

   제1차 니체아 공의회(325년)는 단순히 "성령을 믿는다"고 결의했으나, 제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381년)에서는 니체아 신경에 "또한 주님이시며 성명을 주는 성령, 성부께로부터 유출하시며 성부성자와 더불어 같은 흠숭과 같은 영광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신 성령"을 믿는다고 결의하여 성령의 신성과 그 위격성부 · 성자와의 관계를 규정하였다. 그런데 이 결의를 해석하는데, 동방교회는 성령이 성부에게서 성자를 통하여 유출하신다고 이해하였고, 서방교회는 성령이 성부성자에게서 유출하신다고 이해하였으며, 이렇게 해석했기 때문에 675년에 브라가 회의에서 콘스탄티노플 신경에 '…와 성자에게서'(Filioque)를 삽입했고, 뒤에 로마에서도 이 삽입을 허용했기 때문에, 동방교회는 서방교회가 일반적으로 신조(信條)를 변경하였다고 공박하였고, 오늘까지 양 교회간에 분쟁거리로 남아있다.

   또 한 가지 쟁점은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성령의 고유한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동방신학은 인간구원사업은 오늘의 교회에 있어서 배타적으로 성령의 작용이라고 보는데 반하여, 서방신학은 삼위일체의 작용이지만 주로 성령에게로 돌리고 있다(appropriatio). 아우구스티노는 성령과 교회와의 관계에 대하여 성령을 교회의 혼이라 하였다. "영혼이 육신의 각 지체에 생명과 기능을 부여한다. …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몸교회에 대한 성령의 관계는 육체에 대한 영혼의 관계와 같다. … 그런데 육체에서 떨어져 나간 지체에 영혼이 없음과 같이, 교회에서 떨어져 나간 지체에게 성령은 계시지 않는다"(설교 267의 4: RJn. 1523 참조). 그 후부터 성령이 교회의 혼이라는 교설은 확고한 전통이 되었고 중세기 신학자들도 그대로 답습하였다.

   3. 성령에 관한 신학 : 서방신학에서는 성령이 성부성자와의 사랑이시며 성삼의 일치의 매듭이요, 따라서 하느님과 인간의 결합의 원리로 본다.

   ① 성령은 초자연생명의 원리이시다 : 성령은 성삼의 신비 안에서 성부성자를 일치시키는 사랑이시요 성령 안에서 성부성자께 향하시고 성자는 성령 안에서 성부께 일치하신다. 모든 전례 기도문의 결문에서 성자성부와 함께 성령과의 일치 안에서 영원히 살아 계시고 다스리신다고 찬양하는 것은 바로 성삼께 대한 우리의 믿음을 종합한 것이다.

   이러한 성령은 성자강생에 즈음하여 처음부터 예수의 인간성을 축성하셨고(루가 4:18), 이렇게 성령으로 축성된 그리스도의 인간성은 인간 구원의 도구가 되셨고 그로 말미암아 즉, 우리 인간성이 축성된 그리스도의 인간성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도 그리스도의 성령을 받아 초자연적 생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합체하는 자는 그리스도의 영에 의하여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수난하시고 부활하신 인간성을 성부의 오른편에 앉게 하사 영광스럽게 하신 원동력이시므로 그리스도와 합체된 믿는 이들의 영광화(glorificatio)의 원동력이시다. 그래서 교회의 전통은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서의 성령의 위치를 교회의 혼이라고 한다. 인간의 육체가 영혼에 의하여 살아 있듯이 교회도 성령에 의하여 살아 있다는 말이다. 성서 본문에서는 성령을 교회의 혼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성령께서 모든 영성 생명의 근본 원리로 작용하고 계심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성령을 교회의 혼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헌장은 "동일한 성령이 교회의 머리(그리스도)와 그 지체에 계시어 몸 전체를 생활케 하시고 통일하시고 움직이신다. 그래서 교부들은 성령이 하시는 일을 생명의 원리 즉 영혼이 육체 안에서 하는 일과 비교할 수 있었다"고 가르친다(교회헌장 7항).

   ② 성령은 교회성화하신다 : 이것은 성령께서 교회의 혼이라는 근본 현상에서 당연히 연역되는 결과이다. 거룩한 자체이신 성령께서 인간에 내주(內住)하시면 그 인간은 성령의 거처가 되어 거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성령은 성화은총으로 죄를 사하시고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할 자격을 부여하시어 그에게 영신적으로 새 사람이 되는 함을 주신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믿음희망사랑의 초자연적인 덕성을 주시어, 사람이 구원 진리를 올바로 믿게 하시고, 그 믿음의지하여 주께서 약속하시고 허락하신 영생을 바라며, 모든 피조물 위에 하느님을 더 사랑하는 열정을 주신다.

   성령은 이 기본 삼덕(三德)을 완성하는 데 유익한 도움을 특히 견진성사를 통하여 주신다. 그 여러 가지 도움을 교의신학은 이렇게 분류한다. 인간의 지성에 관계가 깊은 슬기(sapientia), 지각(intellectus), 의견(consilium), 지식(scientia)의 선물과, 인간의지에 관계가 깊은 용기(fortitudo), 효경(pietas), 두려움(timor)의 선물로 성령의 칠은(七恩)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령의 모든 은사를 이 7가지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이 칠은은 '7'이라는 숫자의 상징적 의미를 존중하여 만든 것이고, 이사야 예언서에서 힌트를 얻어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이사 11:1-2).

   이렇게 성령은 신자 개인을 성화시킬 뿐 아니라 역사를 통하여 교회 안에 성덕의 향기를 계속시킨다. 교회 발족 이래 오늘까지 복음선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무수한 순교자를 배출했고, 일생을 주님인간에게 봉사하기에 바친 증거자들을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닌 성인 · 성녀들과 사도직 활동을 창안한 수많은 수도회를 일으키셨다. 그리고 교회로 하여금 성화의 기본 수단전례를 발전시키게 하셨고, 여러 가지 신심운동과 방법을 발견하고 조장하게 하였다. 교회가 사람들의 성화에 유익하다고 가르치거나 권장하는 모든 일들은 결국 성화의 원리이신 성령의 임재를 받아서,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신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토마스는 우리가 거룩한 교회를 믿는다는 말은 결국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을 믿는다는 뜻이라 하였다(Summa Theol., Ⅱ-Ⅱ, 9. 1, a. 9. ad 5).

   ③ 성령은 교회를 형성하신다 : 많은 사람들은 예수께서 교회를 세우셨다는 간단한 결론에 만족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교회의 근원은 성삼의 신비 안에 있고, 예수께서 교회의 모든 내용을 설치하신 '기성인'(起成因, causa efficens)이라면 성령은 교회교회로서 존립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시는 '형상인'(形相因, causa formalis)이다. 성령이 교회 안에 항상 계심으로써 교회신앙의 유산을 간직하고 실천하며 모든 믿는 이들을 하나의 백성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진리의 성령이시므로 교회가 구원의 진리를 믿고 실천하는 데 있어서나 그것을 선포하는 데 있어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보호하시고 감독하신다.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대로(요한 16:13-14) 성령은 교회가 그리스도께 받은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해주시어 오류없이 보존하고 해석하고 선포하게 하신다(2디모 1:14).

   교회헌장은 교회 전체가 진리믿음에 있어서 오류에 빠지지 못하는 이유가 성령께서 백성에게 일으키시고 지지하시는 신앙감(信仰感, sensus fidei) 때문이라 하였다(교회헌장 12항). 이 새로운 용어는 전통신앙을 가진 신자들이 신앙의 기본 사항에 관하여 거의 본능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말인데, 이러한 공통판단은 슬기와 지각과 지식의 은사교회에 주어지지 아니 하였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성령은 또 교회의 혼이시므로 교회가 그 사명을 다하기까지 결핍되지 않도록(indefectibilitas), 교회의 기본 구조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은사(恩賜, charisma)들을 주신다. 성령의 성화은총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합일한 우리는 이 몸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역할을 분담하고 또 각자의 소명에 적합한 카리스마를 받고 있다.

   성령은 신약의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가 완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교회의 품안에서 어떤 저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하도록 영감(inspiratio)을 주셨고, 어떤 이들을 사도로 세우시고, 그 후계자들을 배출시키시어 교회를 이끌어가도록 배려하셨으며, 이 교계(敎階, hierarchia)가 신앙수호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울 수 있도록 많은 성학자들을 또한 배출시켜 진리를 깊이 천착케 하시고, 그들 개개인의 주장의 진위를 판단할 능력과 책임을 주교단에 맡기셨다(교회헌장 12항).

   교회헌장은 이렇게 말한다. "성령은 성사와 교직을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고 인도하시며 여러 가지 덕행으로 꾸며주실 뿐 아니라 또한 당신의 은혜를 당신 의향대로 각자에게 나누어주시며(1고린 12:12), 모든 계층의 신도들에게 은사도 나누어주심으로써 교회쇄신과 보다 폭넓은 건설을 위하여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과 직무를 맡기에 적합하도록 그들을 준비시킨다"(교회헌장 12항). 이렇게 성령은 오늘도 그리스도의 교회를 만들고 계신다.

   교회가 시대나 환경에 따라서 필요한 제도나 운동을 신설하거나 변경하거나 폐지하는 모든 사목활동에 성령께서는 항상 임재하시어 크게 그르치지 않게 보호하신다. 따라서 오늘의 교회에도 성령의 다양한 카리스마가 내리고 있으니, 각자는 자기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전체 교회봉사하여야 한다. (鄭夏權)

   [참고문헌] M.J. Le Guillou, art. Esprit-Saint, in Catholicisme, t. Ⅳ, col. 474∼497 / I. Hermann et O. Semmelroth, Esprit Saint, Encyclopedie de la foi, t.Ⅱ, 1965 / Y. Congar, Je crois en l'Esprit-Saint, 3 vol., 1979, 1980 / R. Laurentin etc, L'Esprit Saint, Bruxelles 1978 / H. Muhlen, L'Esprit dans l'Eglise, 2 vol., 1969.
출처 : [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