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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5일 사순 제3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5 조회수755 추천수12 반대(0) 신고

   

3월 15일 사순 제3주일 - 요한 2,13-25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이런 성당 보셨나요?>


   언젠가 성베드로 대성당 내부에 들어가서 성전 이곳저곳을 둘러볼 때의 일입니다. 베드로 대성당은 규모부터 사람을 압도하는 것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성당 입구부터 감실이 위치한 곳까지 걸어가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수려한 작품으로 수놓은 스테인드글라스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성인들에게 봉헌된 제단들, 소 성당들, 값진 보석으로 장식된 문화재들, 한 작품씩 하던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장과도 같던 베드로 대성당이 제게 준 감동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성전 중에 성전이다"는 탄성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신앙의 유산들이 앞으로도 계속 잘 보존되어야 할 텐데…  부디 상업주의에 물들지도 이용되지도 않아야 할 텐데…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순례 객들이 이곳에 와서 하느님의 자취를 느끼는 신앙의 고향과도 같은 장소가 되어야 될 텐데…"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의 개념을 보다 확대시킵니다. 물론 가시적인 성전 역시 성전이겠지만 진정한 성전은 "건물 개념"을 초월함을 명백하게 천명하십니다.


   진정한 성전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지상을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가치관을 삶의 좌우명으로 선택한 그리스도 신자들의 공동체"가 바로 성전입니다. "성령이 활동하시는 한 신자의 영혼"이 바로 성전입니다.


   저는 요즘 베드로 대성전보다도 더 아름다운 성전들, 성전 중에 성전들을 자주 만납니다.


   제가 본 성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성전은 바로 이런 성전이었습니다. "말끔히 죄를 씻고 고백실을 막 나서는 한 맑고 깨끗한 영혼"이야말로 가장 성전다운 성전이었습니다.


   오랜 방황의 세월을 접고 다시금 하느님 앞으로 돌아와 지난 세월을 가슴아파하는 한 회심자의 뒷모습이야말로 성전 중에 가장 값진 성전이었습니다.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하느님을 희망하며 환하게 미소짓던 임종자의 미소야말로 제가 지금까지 본 성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성전이었습니다.


   외적인 성전 건립도 중요하지만 우리 마음 안에 먼저 하느님의 영이 거처하실 깨끗한 성전을 건립하는 이번 한 주가 되면 좋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우리의 성당을 열심히 청소하는 봉사활동도 아주 중요하지만 또 다른 성전인 우리 마음을 비우고 씻어내는 영혼의 청소도 게을리 하지 않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하루, 방황하고 흔들리는 이 세상 앞에서 개별 교회인 우리 각자가 우리 마음 안에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하느님의 도성을 건립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21번 / 한 많은 슬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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