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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사람들" - 7.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9 조회수401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7.9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창세44,18-21.23ㄴ-29;45,1-5 마태10,7-15

    
 
                                                        
 
 
"하느님의 사람들"
 



동창 신부들의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못하지만,
참석할 때마다 동창 신부들의
지극한 환대와 호의에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일체의 회비도 내지 말라하며 유일한 수도사제인 저를 참 아낍니다.
 
또 저를 신부로 부르기보다는 수사로 부르기를 더 좋아합니다.
 
그들의 눈엔 그냥 이렇게 수도자의 모습으로 사는 게 좋은가 봅니다.
 
전 번 모임 시 저의 회갑 기념으로 한복을 계획한 한 신부님은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손수 마련해 온 줄자로
제 몸 부위마다 치수를 확인해 적기까지 할 때
말 그대로 감동이었습니다.
 
이런 친절과 호의의 원인이 뭘까 생각하던 중
문득 잡힌 단어가 ‘삶’이었습니다.
 
마침 한복 안에 신부님이 써넣은 작은 메모지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언제나 해맑은 모습으로
  봉헌의 삶을 기쁘게 사시는 수사님 존재자체가
  저희들에겐 큰 기쁨이 됩니다.”

내용이 고맙고 교훈적이라 수첩에 붙여 놓았습니다.
 
아마 이런 봉헌된 삶 자체보다
우리가 이웃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수도원에 와서 위로와 힘을, 감동을 받는 것은
강론도, 환경도, 그 무엇도 아닌
‘수도자로서의 삶 자체’라는 확신이 듭니다.
 
사실 수도형제들뿐 아니라
각 삶의 제자리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충실히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을 대하면
저절로 감동스럽고 감사하는 마음이 됩니다.

바로 이런 삶 자체보다 더 좋은 복음 선포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제자들이 그렇고,
1독서 창세기의 요셉이 그러합니다.
 
온전히 자기를 비우고 하느님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던 분들입니다.
 
가장 부유하면서도 가장 가난한,
하느님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던 요셉입니다.
 
오늘 독서의 절정 부분인 요셉에 관한 감동적인 대목을 인용합니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

요셉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형제들을 용서하고 위로하는 겸손하고도 관대한,
참으로 자유롭고 자비로운 하느님의 사람 요셉입니다.
 
없는 것 없이 모두를 갖춘 최고의 권력자 요셉이었지만
가난과 겸손으로 마음을 텅 비워 하느님으로 가득 채운 요셉이었습니다.
 
반면 오늘 복음의 예수님 제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면서도 가장 부자인 하느님의 사람들입니다.
 
말 그대로 완전 무소유의 가난한 제자들이었지만
내면은 하느님의 능력으로 충만한 부자들이었습니다.
 
자기를 비워
온전히 하느님 능력의 통로가 된
하느님의 사람들인 제자들입니다.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가진 것 없어도 하느님으로 가득한,
가난하면서도 가장 부자인 제자들입니다.
 
사실 이런 삶 자체가 그대로 하늘나라의 실현이요,
저절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치유와 구원이 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자신을 비운 우리를
당신 생명의 말씀과 사랑의 성체로
우리를 부요하게 하시어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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