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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초기 교회 성찬례의 의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4,080 추천수0

[미사 얼마나 아십니까] 초기 교회 성찬례의 의미

 

 

성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초기 교회의 신자들은 각자의 마을에서 주님의 만찬을 행하기 위하여 모였다. 당시에는 성당이나 공소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어느 부유한 신자의 가정집에 모여 식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주님의 기념제를 행하였다(사도 2,46).

 

성찬례를 위해 신자들이 모인 날은 '주님의 날(주일)'인 '주간 첫날'이었다(1고린 16,2; 사도 20,7). 유다인들의 날자 계산법에 의하면 토요일 일몰에서부터 일요일 일몰까지가 '주간 첫날'이었기에 신자들은 성찬례를 위해 토요일 저녁에 모였으리라 추측된다(사도 20,7). 왜냐하면 신자들이 저녁에 모이는 것이 편리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만찬을 이루신 것이 저녁때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최후만찬의 양상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던 초기 교회 성찬례는 그 의미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과거의 예수님의 사건을 되새기는 축제였다(1고린 11,24-25). 1고린 11장 26절에서 바울로 사도가 고린토 신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의 사건 중에서 특히 그분의 죽으심을 기억하는 축제였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초기 교회의 성찬례는 예수님의 사건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회상제(回想祭)'라고 할 수 있다.

 

성찬례는 또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강하게 느끼는 축제이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성찬례에 참석한 초기 교회의 신자들은 부활하시어 자기들과 함께 현존하시는 주님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한 마디로 성찬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현존을 의식하고 체험하는 '현존제(現存祭)'였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미사 전례의 마침 영광송 부분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라고 기도하고 있다. 또한 사제는 중요한 예식 부분에 들어가기에 앞서 항상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말로 지금 이 자리에 주님께서 신자들과 함께 현존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성찬례 때 빵과 포도주의 거룩한 표지를 통해서 현존하신다. 그런데 초기 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께서 이러한 표지의 탈을 벗고 당신의 본 모습을 실제로 환히 드러내실 날을, 즉 주님께서 다시 오실 날을 애틋하게 기대하였다. 고린토 신자들이 성찬례 때 자주 '마라나타'(우리 주님 오소서; 1고린 16,22)라고 환호성을 지른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므로 성찬례는 실제로 그분의 모습을 뵙기를 바라면서 주님의 오실 날을 간절히 기다리는 '희망제(希望祭)'였다고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초대 교회의 성찬례는 어제의 예수님을 되새기고 오늘의 그리스도를 기리며 내일의 인자(人子)를 기다리는 축제였다 하겠다. 바로 이러한 의미가 오늘의 미사 전례의 환호에서 잘 반영되어 있다. "신앙의 신비여,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希望)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며(回想) 주님의 부활하심을 굳세게 믿나이다(現存)."

 

[가톨릭신문, 2004년 1월 18일,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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